지금까지 우주비행사들은 노멕스(Nomex) 소재의 두툼하고 단조로운 우주복을 입었다.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채워 넣고, 우리 몸속의 체액이 액체 상태를 유지하도록 여러 층을 덧대 일정한 압력이 가해지는 구조다. 무게가 대략 140kg. 그래서 그간 우주비행사들은 무릎 한 번 굽히는 데도 에너지의 80%를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우주정거장 바깥에서 유영을 하는 데는 이런 우주복이 크게 불편하지 않다. 문제는 달이나 화성에서다. 뉴먼 교수는 “달이나 화성에서 임무를 수행하려면 우주비행사가 걷고 뛰고 성큼성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며 ‘맞춤형’ 우주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슈트’는 스판덱스와 나일론 소재를 사용해 일정한 압력을 유지하면서도 스키니 진처럼 우주비행사의 몸에 꽉 맞게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또 유선형의 기하학적인 선 무늬를 새겨 넣어 우주비행사가 몸을 움직일 때 우주복이 늘어나지 않도록 했다. 기존 우주복이 무겁고 다소 거추장스러운 데 비해 가볍고 튼튼하며 편안하고 활동적이라는 게 ‘바이오슈트’의 강점이다.
뉴먼 교수는 “‘바이오슈트’를 지금 당장 우주 공간에서 사용할 순 없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실제 우주 비행에서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스스로 구멍을 수리하고, 전력을 생산하며, 살균 기능까지 갖춘 ‘스마트 재료’를 사용한 우주복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얇은 폴리우레탄 층 사이에 고무와 유사한 폴리머 겔을 넣은 소재로 우주복을 만들면 우주복에 구멍이 생길 경우 폴리머 겔이 스스로 구멍을 메운다. 또 우주복 내부에 전류가 흐르는 칩을 넣으면 전력을 생산하거나 비상 상황에서는 위급한 상황을 중앙컴퓨터로 알릴 수 있다. 살균 기능을 갖춘 은(銀) 코팅 폴리에스테르 층에서는 은 이온이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을 죽이고, 폴리에틸렌 층에 포함된 수소는 우주의 방사선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보호한다.
한편 디자인에 수학과 과학을 접목한 작품으로 유명한 일본의 패션 디자이너 에리 마쓰이는 지난해 무중력 상태에서 입을 수 있는 ‘무중력 웨딩드레스(Zero G Wedding Dress)’를 직접 제작, 무중력 체험 항공기에서 테스트를 마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