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입력2007-09-06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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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밖은 공기가 없는 외계 행성. 당신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돔형 거주지’ 안에서 2년을 살아야 한다. 돔 안의 대기, 땅, 숲, 바다도 모두 인공적으로 조성된 것들이다. 인공 생태계는 특정 생물의 증가 등 약간의 변화에도 커다란 위기에 빠질 수 있어 이를 유지하려면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고는 발생하지 않는다 해도 거주자들에게는 답답함, 우울증, 공격적 성향이 나타날 수 있다. 당신은 이 밀폐된 식민지에서 행복하게 2년을 보낼 수 있을까.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된 ‘바이오스피어(Biosphere)2’ 전경.

    입자 가속기, 인간 유전체 계획, 우주 탐사선, 허블 망원경 등은 엄청난 비용과 자원이 소요되는 대규모 실험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실험은 인류의 지식을 크게 늘리며, 그런 지식은 인류의 미래를 바꾸는 밑거름이 된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가용 자원이 많아지면서 실행 가능한 실험의 규모도 그만큼 커졌다. 앞선 시대의 사람들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을 만한 실험들을 다음 세대는 별 거리낌 없이 해내고 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공상으로 치부돼온 ‘우주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다음 세대는 건설할 수 있을지 모른다.

    만일 엄청난 돈과 자원이 소요된 거대한 실험이 실패한다면? 실패의 충격도 규모의 함수인지라 그 여파 역시 쓰나미처럼 커서 인류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과학의 역사가 보여주듯 그런 실패는 한 분야의 발전을 수십 년 동안 지체시킬 수도 있다. 더구나 정부 지원을 받아서 수행된 대규모 실험의 실패는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실패로부터 얻은 것이 있다’는 교훈은 ‘피 같은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의 방패막이로 내세우기에는 좀 약하다. 주로 민간 기금으로 충당했다면 그나마 나을지 모르겠다.

    1987년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서 거대한 실험이 시작됐다. 지구 생물권의 축소 모형을 만들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었다. 그 실험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 실패한 실험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선사했다.

    바이오스피어(Biosphere·생물권)는 지구에서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을 말한다. 예전에는 지하의 암반이 끝나고 토양이 나오기 시작하는 곳부터 하늘에서 새들이 날아다니는 곳까지, 지구 전체에서 얇은 껍질에 해당하는 영역에만 생물이 산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하늘을 미생물이 날아다니고, 심해 바닥이나 지하 10km의 바위 속에도 생물이 살고 있음이 밝혀지면서 생물권은 대폭 넓어졌다. 탐사가 진행될수록 더 넓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지구를 1.25㏊로 축소하다

    ‘바이오스피어2’는 폐쇄된 공간에 그 생물권을 축소시켜 건설해보자는 야심찬 계획의 이름이다. 본래 인간의 조상이 탁 트인 사바나에서 살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인간은 비좁은 공간에 있으면 갑갑함을 느낀다. 심하면 폐쇄공포증을 일으키고 정신착란도 나타날 수 있다. 영화 ‘어비스’나 ‘스피어’ ‘포세이돈 어드벤처’ ‘패닉룸’ 등에서 보듯 폐쇄된 공간에서 인간이 겪는 광적인 심리상태는 영화, 드라마, 소설의 소재로 흔히 활용되곤 한다. 사고로 엘리베이터에서 몇 분만 갇혀 있어도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기 십상이다.

    하지만 인간의 모험심은 끝이 없는지라, 그런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었다. 사람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소비하고 사람이 들이쉬는 산소를 내뿜는 녹조류가 가득 담긴 통에 들어가서 얼마나 오래 사는지 직접 실험한 사람도 있었고, 밀폐된 통 속에 들어가서 바다 밑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실험한 사람도 있었다. 이런 실험들을 괴짜들의 모험이라고 비웃은 사람도 많았겠지만, 인류가 비좁은 우주 탐사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날아가고, 잠수정을 타고 컴컴하기 그지없는 수km 심해까지 탐사할 수 있게 된 것은 다 그런 괴짜들 덕분이기도 하다.

    1984년 미국 애리조나주의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에 자체 유지되는 축소판 생물권을 조성해보자는 계획에 따라 기획자들은 벤처회사를 설립하고 투자를 유치했다. 마거릿 어거스틴과 존 앨런이 생물권을 만드는 일을 맡았고, 에드워드 바스는 투자 유치를 담당했다. 그들은 여러 과학자와 공학자를 불러 학회를 여는 등 분위기를 조성했고 소규모 예비 실험도 수행하면서 차근차근 바이오스피어2 계획을 추진했다. 1987년 그들은 1.25㏊ 의 부지에 강철과 유리로 거대한 구조물을 세웠다. 겉으로 보면 유리 온실을 확대한 것과 비슷했다. 이어 그곳에 전세계의 생물종(種)을 들여넣었다.

    그들은 구조물 내부를 외부와 완전히 차단했다. 내부에서 공기와 물과 자원이 순환되면서 자족적인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한다는 게 목표였다. 그들은 내부 면적을 나눠 바다, 사막, 사바나, 우림, 습지 등 지구의 다섯 가지 주요 생태계와 농경지, 인간 거주지를 조성했다. 지구의 다양한 생물이 고루 포함될 수 있도록 3000종을 넣었다. 우림에는 아마존 밀림에서 300종이 넘는 식물을 가져와 심었고, 카리브해에서 산호초를 뜯어오기도 했다. 습지를 조성하기도 했고, 다양한 지역의 다육 식물들을 모아서 섞어 심기도 했다. 그리고 논, 밭, 과수원과 닭 등을 키우는 농장도 조성했다.

    수년이 지난 1991년 9월 남녀 8명이 바이오스피어2 안으로 들어갔다. 문은 굳게 닫히고 그들은 외부와 고립된 채 자족적인 생활을 시작했다. 농사를 짓고 바다에서 고기도 잡고 하면서 2년을 지내는 것이 목표였다. 그들은 그 안의 생태계가 자체 유지되면서 진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미래에 ‘거주형 우주선’은 인간의 또 다른 활동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균형

    무려 1억5000만달러가 투입된 엄청난 계획이었기에 당연히 많은 전문가가 이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저명한 생태학자, 생물학자, 공학자 등의 자문을 거쳤고, 예비 실험까지 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생물과 환경은 그들이 기대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들어가고 시설을 밀폐시키자마자 곧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 산소 농도는 21%가 정상인데, 15%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외부보다 3~7배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예상보다 산소를 소비하는 생물이 많은 것이 분명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날씨가 흐려서 식물의 광합성 활동이 줄어드는 바람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튼 그래도 광합성이 일어나는 낮에는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으므로 대기 조성이 좀 완화됐지만, 밤에는 식물도 산소 호흡을 하므로 대기 조성이 밤낮으로 급격히 요동쳤다.

    초기에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토양 미생물의 활동 때문임이 드러났다. 농경지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유기물 함량이 높은 흙으로 조성했는데, 흙 속의 미생물이 그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한 탓이었다. 너무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배출되는 바람에 식물들이 미처 흡수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바다는 원래 이산화탄소를 저장함으로써 대기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지만, 바이오스피어2의 작은 바다는 지나치게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기엔 용량이 부족했다.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바닷물이 산성으로 변했고, 이 때문에 애써 조성한 산호가 녹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연구자들은 중탄산염을 넣어서 바다를 중화시켜야 했다.

    게다가 식물의 생장 속도도 더뎠다. 원래는 숲에서 나온 잔해들을 썩히거나 퇴비로 만들어서 재순환시켜야 했지만, 그러면 이산화탄소도 재순환될 터였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가지치기를 하고 솎아줌으로써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한편으로, 수거한 식물 잔해들을 지하에 쌓아뒀다. 그리고 사바나의 건기를 없애고 사막의 강수량을 늘림으로써 식물 생장을 도모했다. 그 과정에서 사바나의 식물이 사막으로 침입하면서 원래 사막에 조성했던 많은 식물이 사라지고 말았다.

    기후가 이렇게 변하자 꽃가루받이를 매개해야 할 곤충들이 죽어버렸고, 대신 해충은 늘어났다. 그에 따라 밭의 수확량이 줄어들어 식단이 부실해졌다. 밀폐된 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개미를 없애고 잡초와 바닷말을 뜯어내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영양 부족으로 사람들은 말라갔다. 결국 운영자들은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식량도 공급했고, 조명도 추가 설치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환경이 열악해질 때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들은 서로 티격태격 다퉜고 파벌을 짓기도 했으며, 결국에는 와해 상태에 이르렀다. 어쨌든 그들은 계획대로 2년을 버티고 비쩍 마른 피폐한 몰골로 바깥세상에 나왔다.

    산소는 줄어들고, 동물은 죽어가고…

    1차 실험이 끝난 후 운영진은 1994년에 2차 실험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전체를 유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생태계별 연구로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연구의 목적과 운영을 놓고 사람들 간에 충돌이 생겼다. 결국 누군가 밀폐된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 실험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2차 실험은 계획된 10개월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끝났다. 운영을 맡았던 벤처기업은 청산됐다. 그 뒤 이 시설은 생태계 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활용됐다. 2007년 바이오스피어2는 주변 땅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에 팔렸다. 당분간 사라질 위기에서는 벗어난 처지라고 한다.

    바이오스피어2 계획은 실패에 가깝다. 많은 생물종이 사라졌고, 바다는 산성으로 변했고, 대기는 엉망이 됐다. 그리고 불개미를 비롯한 해충들이 번식했다. 인간이 살 계획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환경의 생태계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장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족적인 생명유지 장치를 만든다는 목적에 비춰볼 때는 실패다. 그런데 사실 이 실험은 실패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자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인간은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토양 미생물, 바다, 식생이 대기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화성 탐사선 ‘피닉스 마스 랜더’가 화성 표면으로 접근하는 상상도. 2007년 7월 미국 NASA 제공.

    이 황폐해진 낙원의 관리를 위탁받은 컬럼비아 대학은 바이오스피어2를 정반대 관점에서 바라보았다. 그들은 자족적인 생물권을 유지하는 일에 애쓰기보다는 파탄이 난 바로 그 세계에서 교훈을 얻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가령 엉망이 된 대기를 이산화탄소 증가로 말미암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규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거주 실험의 결과를 상세히 분석한 바 있다. 산소 농도는 21%에서 14%로 떨어졌고, 이산화탄소 농도와 질소산화물 농도는 급등했다. 뇌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수준이었다. 환경 변화로 나무들이 약해지면서 쓰러졌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도록 나팔꽃 덩굴을 심었더니 엄청나게 자라면서 다른 식물들을 뒤덮었다. 특히 작물들이 피해를 보았다. 척추동물 25종 가운데 19종이 사라졌다. 기온이 예상보다 높아졌고, 대기 수분 함량도 높아지면서 유리가 뿌옇게 변해 햇빛 유입량이 줄어들었다.

    열대우림은 어떻게 된 것일까. 열대 우림을 흔히 ‘지구의 허파’로 일컫지 않는가. 그렇다면 바이오스피어2의 열대우림은 산소를 내뿜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허파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일까. 바이오스피어2의 열대우림은 자랄 만큼 자라서 생장이 거의 멈춘 상태였다. 이 때문에 산소 공급이 더 늘어나지 못했다.

    ‘지구 온난화’, 그 충격적 예언

    스탠퍼드 대학의 조 베리 같은 과학자들은 바이오스피어2의 우림을 연구해 지금처럼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계속 높아갈 때 우림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를 연구했다. 그들은 경악할 만한 예측을 내놓았다. 현재 추정하는 것처럼 금세기 중반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지금의 두 배로 높아진다면 우림이 더 이상 지구의 허파 노릇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내뿜는 쪽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바이오스피어2의 우림 생태계가 있는 공간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의 2배, 3배로 올리는 실험을 했다. 2배로 올리자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낮아졌고, 3배로 올리자 거의 일정한 상태로 유지됐다.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결과였다. 기존 상식으로 보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식물의 광합성이 더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생장이 빨라져 이산화탄소가 더 많이 소비되고 산소가 더 많이 방출돼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광합성 활동이 호흡 활동보다 더 왕성하게 일어나지만, 그 이상이 되면 광합성이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에 더는 반응하지 않는 반면 호흡률은 계속 증가해 결국엔 숲이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쪽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2004년 데이비드 챈들러는 ‘와이어드’지에 ‘바이오스피어2의 열 가지 교훈’이라는 재미있는 글을 실었다.

    첫째, 너무나 규모가 크고 복잡해서 대규모 실험이 불가능할 것 같았던 생태학이 실험 과학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둘째, 생태적 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 산호초를 보호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셋째, 복잡하다는 것이 더 이상 연구의 장애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넷째, 거대한 우주 탐사선에 공기를 넣을 만한 밀폐 구조물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줬다. 다섯째, 미치지 않고 장거리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여섯째, 인간이 좀 덜 먹고도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일곱째, 폐기물이 재순환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여덟째, 의외의 생물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아홉째, 밀봉 생태계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열째, 의외의 일에 대비하라는 교훈을 일깨워줬다.

    누구도 불개미가 번성하고 나팔꽃이 우림을 덮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거나 화성이나 달, 혹은 지구 궤도에 거주지를 건설하겠다는 꿈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기억해야 할 것들이다.

    챈들러는 지구 온난화에 관한 거대한 실험이 가능하리라는 것을 시사했다. 이미 규모의 한계는 극복했고 자연의 복잡성도 실패를 교훈 삼아 어느 정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오존층 파괴나 산성비 등 환경 문제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이 개입하기 때문에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좀처럼 합의를 보기가 어렵다.

    ‘화성 식민지’와 ‘거주형 우주선’

    지구 온난화 문제도 그렇다.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화창한 날이 이어질 때면 누구도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전세계가 폭염과 물난리 등 지구 온난화의 여파에 실제로 시달리는 와중에도 여전히 “지구 온난화의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인간의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온난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국지성 호우가 잦아지고, 철새들이 떠날 시기를 정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북극해와 남극대륙의 빙하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녹고, 알프스 산맥의 눈이 녹고, 곤충들이 극성을 부리고, 전국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나라가 생기고, 한반도가 아열대로 바뀌는 것은 그저 ‘자연현상’일 뿐이다. 아마도 결정적인 증거를 내놓을 수 없을 것이라고 믿는 듯하다. 하지만 바이어스피어2 실험에서 나타나듯, 이제 기후변화 실험도 가능한 수준에 와 있다.

    2007년 시설 관리를 넘겨받은 애리조나 대학도 바이오스피어2에서 기후 연구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록 바이오스피어2의 계획자들이 처음 구상한 주된 목표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이런 유사한 계획이 계승되고 있으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이한음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식물학과 졸업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과학평론가, 전문번역가

    저서 및 역서 :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 ‘인간 본성에 대하여’ ‘조상 이야기’ ‘복제양 돌리’ ‘미리 보는 2050년 신세계’ ‘굿바이 프로이트’ ‘해변의 과학자들’ 등


    바이오스피어2 계획자들은 ‘화성에 식민지를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도 품고 있었다. 외부와 격리된 채 장기 거주가 가능한 밀폐된 환경, 미치지 않고 2년을 버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면 인간은 화성이나 달, 혹은 그보다 먼 행성에서도 거주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아니면 바다 아래에도 인간의 거주지를 만들 수 있다. 혹은 아서 클라크의 과학 소설 ‘라마와의 랑데부’에서처럼 장기 항해를 하는 거대한 거주형 우주선도 가능하다.

    1997년 시작한 영국의 ‘에덴 계획’은 바이오스피어2의 후속편이라 할 만하다. 버려진 채석장에 돔 구조물을 짓고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을 모두 모아놓는다는 계획이다. 종 다양성과 지속 가능성을 연구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는 점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닫힌 세계도 미래의 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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