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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김광화의 사람 공부, 이웃 이야기 9

순응하고 교감하라! 자연과 함께라면 암(癌)도 없다

  • 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순응하고 교감하라! 자연과 함께라면 암(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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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응하고 교감하라! 자연과 함께라면 암(癌)도 없다

암 환자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굴사랑과 지원. “몸에 남은 독을 빼야 해요.”

“도둑이 와도 집어갈 게 없어요.”

살림살이가 없어서 생기는 행복이리라. 비싼 살림살이라면 겉보기에는 만족스럽겠지만 이를 지키자면 도둑 걱정도 만만치 않을 거다. 이 집 마당에 들어서면 첫눈에 강렬하게 다가오는 피사체가 있다. 빨랫줄에 걸린 빨래다. ㄷ자형 집을 가로질러 빨랫줄이 마당 전체를 나누고 있다. 전날 비바람을 동반한 돌풍으로 온갖 빨래를 했는지, 빨래가 그 넓은 줄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바람과 햇살을 온전히 받으며 말라가는 빨래. 보기만 해도 넉넉한 기분이다. 집이 작아서인지 빨래가 더 돋보인다.

집을 둘러보는데 안주인이 점심이 다 되었으니 같이 먹잔다. 식당은 잠실을 고쳐서 만든 사랑채다. 한쪽은 부엌 공간이고 맞은편에 투박하게 생긴 식탁이 놓여 있다. 정갈하고 소박한 제철 밥상이다. 환자가 왔다고 율무를 넣은 현미잡곡밥에 호박전, 풋고추, 쌈장, 가지무침, 된장국, 오이지, 젓갈을 차려냈다. 내게는 가지무침이 아주 인상 깊다. 그냥 가지를 찐 다음 마늘과 간장으로 간을 한 거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식사를 하면서 함께 간 대장암 환자에게 지원이 이것저것 물어본다. 지원은 의사는 아니지만 오랫동안 환자를 곁에서 지켜본 경험으로 환자 손님과 쉽게 친해진다. 무거운 이야기인데도 밝게 한다. 환자 얼굴에 연신 웃음이 돈다. 보통 환자들이 의사 앞에 서면 얼마나 작아지는가. 궁금한 건 많지만 의사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은 또 얼마나 짧은가. 의사 역시 검사 결과로 나온 게 없다면 환자에게 말해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반면에 암 환자는 고통보다 먼저 두려움에 부대낀다. 늘 재발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여러 가지를 의사에게 묻고 싶지만 현실은 그게 쉽지가 않다. 이 집 부부는 경험자로서 그런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털어놓게 한다.



“암이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은 크게 세 가지. 음식, 스트레스, 주거환경이지요. 현대는 독성의 시대라고 봐요. 스트레스도 독성이지만, 우리는 온갖 화학물질로 오염돼가는 자연을 음식으로 접하게 되니까요. 특히 암은 해독이 관건이고, 시간다툼이에요. 우리 발효음식은 탁월한 해독제라고 봐요. 암 환자는 가던 길을 그대로 가면 병을 이길 수 없어요. 복잡한 첨단기계일수록 고장 나면 고치기가 힘들잖아요. 우리 몸은 그 어떤 기계보다 안전장치가 겹겹이 되어 있는데도 고장이 났으니 어찌 해야 할까요? 가던 길을 되돌아보고 자기 몸의 변화에 민감해져야 해요.”

말이 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온몸에서 나오는 듯하다. 환자랑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서 함께 밭을 둘러보았다. 작은 규모로 농사를 짓되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자급자족 농사다. 논이 600평, 밭이 1000평 남짓이지만 가꾸는 곡식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다락골 슈퍼마켓’

밭 초입에서 자라는 고구마를 비롯해 우엉, 토란, 고추 그리고 옥수수가 먼저 눈에 띈다. 들깨는 이제 한창 자라기 시작하고, 참깨는 꼬투리가 다 익어간다. 호박도 너울너울 뻗어간다. 채소거리는 조그마한 면적에서 올망졸망 자라고 있다. 부추, 당근, 토마토, 방울토마토….

계곡 따라 밭 둘레에는 복숭아나무 10여 그루가 있는데 복숭아가 한창 익어가고 있다. 밭 한가운데는 큰 밤나무 하나가 우뚝 자라며 밤송이를 올망졸망 달고 있다. 이번 돌풍에 나뭇가지가 일부 부러지기는 했지만 남아 있는 송이가 탐스럽다. 이런 밤나무 한 그루면 두 식구 먹고도 모자람이 없겠다. 계절마다 뜰 안에서 딸 수 있는 열매나 과일은 훨씬 더 많다. 봄에 앵두를 시작으로 살구, 매실, 오디, 자두를 지나 지금은 산딸기와 복숭아, 그리고 돌복숭아. 가을이 되면 과일은 더 풍성하단다. 감, 밤, 은행….

가을 작물인 무나 배추, 그리고 겨울을 나는 마늘 같은 걸 셈하면 이 집에서 키우는 작물은 언뜻 보아도 가짓수가 50여 종류가 넘는다. 1000평도 안 되는 밭에 이 많은 걸 심고도 밭이 남을 정도란다. 밭에서 나는 것말고 산에서 나는 건 더 많다. 온갖 산나물에 야생 약초까지.

세상 어느 가게에 이만큼 먹을거리 종류가 많을까. 지원은 이 골짜기 이름을 따 ‘다락골 슈퍼마켓’이라 부른다. 밭에 나는 곡식으로 절임을 하거나 장을 담그고, 산에서 나는 온갖 산야초로 효소까지 만드니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가짓수는 엄청 많아진다.

이렇게 다양한 먹을거리를 길러내는 힘은 시굴사랑의 간병과 관련이 있다. 15년 전 남편이 폐암 수술을 받자마자 지원은 도시에서 유기농 식단을 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식단 재료를 생활협동조합 한 군데서만 구하자니 턱없이 부족한 걸 뼈저리게 느꼈다. 어쩌다 보니 다섯 군데 생협의 회원이 되었다. 돈도 돈이지만 번거롭기 짝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도인(道人)에 가까운 유기농 농사꾼을 만나게 되었고, 결국 자신들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게 된다. 돈보다 먼저 생명을 돌보고 가꾸는 일을 하자고. 그렇게 농사를 지은 지 어느 덧 10년. 지금은 가짓수도 많아져 1960년대식 자급농사를 되살리고 여기에다 현대화한 식생활의 지혜까지 접목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암 환자를 손님으로 맞이하면서 차츰 맞춤형 식단에 가깝게 먹을거리들을 생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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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화 농부 flowing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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