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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처리기 전문업체 (주)루펜리 이희자 대표

“살림만 20년 했으니 ‘주부 눈높이’야 꿰고 있죠”

  • 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음식물 처리기 전문업체 (주)루펜리 이희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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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세, ‘딱 좋은 나이’

음식물 처리기 전문업체 (주)루펜리 이희자 대표

이희자 대표는 음식물 처리기로 국내외 각종 상을 수상하고 사업적으로 성공도 거두었지만 가족한테 인정을 받을 때가 더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부패하기 전에 말려 냄새가 나는 요인을 없애고, 남아 있는 냄새는 내부에서 순환시켜 외부로 나가지 않게 하는 데 성공했다. 다음으로 그는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제품 디자이너를 따로 고용하기 힘든 처지인지라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아들에게 디자인을 부탁했다. 큰 기대는 걸지 않았는데, 아들은 젊은이 특유의 감각으로 참신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와인색 바탕에 메탈 재질인 ‘루펜’ 초기 모델이 그것이다.

2003년 드디어 국내 최초로 음식물 처리기를 개발했다. 하지만 사무실을 얻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자 모두가 그를 만류했다.

“그때 제 나이가 마흔아홉이었어요. 주변에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에는 늦은 나이 아니냐고 걱정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때가 ‘딱 좋은 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아들이 군에 가 있고 딸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제 시간이 많아졌거든요. 일에만 몰두할 수 있게 된 거죠. 더구나 요즘은 평균수명이 길어졌잖아요. 쉰 살이라고 해도 30~40년은 더 살 수 있을 테니 마흔아홉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품이 본격적으로 팔려 나간 것은 2년 뒤인 2005년부터였다.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통해 루펜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판매실적을 올릴 때마다 그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통장을 보여주면서 “봐라, 할 수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그러자 가족들도 그를 믿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입소문을 통해 매출이 늘어가는 만큼 여기저기서 유사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OEM) 계약을 한 대기업에서 1년이 지나도록 물건을 가져가지 않은 채 시간을 끌다가 유사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일도 있었다. ‘대기업의 횡포’를 실감했다.

“직원들 월급을 제때 못 주는 상황까지 몰린 적도 있어요. 그렇게 되자 좋은 조건을 내세우며 사업을 넘기라는 곳도 있었어요. 하지만 전 포기하지 않았고 제 사업과 직원들을 지켜냈어요.”

그는 판로를 넓히기 위해 고심 끝에 건설사 대표들에게 편지를 썼다. 루펜을 만들게 된 계기와 루펜의 효용성을 설명하고, 주방 옵션으로 루펜을 채택하면 아파트의 가치가 올라갈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건설사 담당자들의 집을 찾아가 루펜을 무료로 설치해주면서 직접 사용해보고 결정해달라고 설득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사업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방식대로 한 것이 효과를 거뒀죠. 얼마 후 유수의 건설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자사에서 짓는 아파트에 루펜을 설치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렇게 첫 판매가 이뤄진 이후에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신규 건설 아파트들이 앞 다투어 루펜을 빌트인(built-in)으로 채택한 것이다. 덕분에 루펜은 아파트 빌트인 음식물 처리기 시장에서 점유율이 9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빌트인 시장 장악

지난해부터는 건설회사뿐 아니라 음식점이나 공공기관에서도 계약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삼성전자 디지털프라자에도 입점하게 됐고, 일본 캐나다 미국 스위스 싱가포르 등 해외 진출도 본격화했다. 해외 영업조직이 전무한 상태에서 따낸 해외계약들은 그가 직접 발로 뛰어 얻은 성과물이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판매 2년 만에 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중동으로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음식물 쓰레기를 사막에 매립하고 있는 중동은 우리에게 거대한 황금시장”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7월부터는 홈쇼핑으로도 시장을 넓혔다. 첫선을 보이던 날 방송 1시간 만에 2000대를 판매하는 등 7월 한 달 동안 3차례 방송을 통해 5000대가 팔려 나갔다. 그는 “목표를 훨씬 넘어섰다”며 “가격을 10만원대로 낮추고 디자인에 특별히 신경을 쓴 전략이 적중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30만~70만원대의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가 음식물 처리기 구입을 망설였던 모양이에요. 가격을 낮추니까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 거죠. 또한 작은 크기와 화이트, 핑크, 블랙, 라이트그린 등의 세련된 컬러, 그리고 아이팟을 연상시키는 독특하고 심플한 디자인도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 같고요.”

루펜은 냄새는 물론 소음 걱정도 없고, 전기료도 적게 든다. 매일 사용한다 해도 한 달 전기료가 2000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 설치와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 또한 루펜의 인기 요인이라고 한다.

“루펜은 싱크대 내장 등 복잡한 설치 과정이 필요 없고 그냥 어디서든 전원만 연결하면 돼요.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이죠. 주부들은 기능이나 조작이 복잡한 가전제품은 꺼리잖아요. 그래서 무엇보다 주부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제가 20년을 살림만 하던 주부였기에 누구보다 주부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었죠.”

건조식인 루펜은 분쇄식과 달리 뼈조각 등 딱딱한 것을 분리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150℃ 이상의 열풍 건조로 음식물 쓰레기 부피를 평균 5분의 1 정도로 압축해주기 때문에 월 2~3회만 배출바구니를 비워주면 된다.

잇달아 터진 상복

지난해 그는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상을, 독일 국제발명품 전시회에서 은상과 특별상을, 올해에는 제네바 국제발명·신기술 및 신제품 전시회에서 금상과 특별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에서 상복이 터졌다. 하지만 그는 갖가지 상을 받은 것보다, 그리고 사업이 성공한 것보다 가족들로부터 진정으로 인정받은 것이 더 기쁜 일이라고 말한다. 특히 딸은 “엄마처럼 되고 싶다”고 말해 그를 더없이 행복하게 했다.

“제 인생에서 지금이 가장 행복해요. 아내와 어머니로서 사는 것도 행복했지만, 그때는 2% 부족한 게 있었어요. 지금 비로소 ‘완전한 나’를 찾은 것 같아요.”

그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건조된 음식물 쓰레기를 연료로 전환하는 사업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루펜리를 최고급 오디오의 대명사 뱅앤올룹슨 같은 명품 브랜드로 키워내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통이 크면서도 섬세하고, 이성적이고 판단이 빠르면서도 더없이 감성적인 면모를 동시에 갖춘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신동아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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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경선 자유기고가 sudaquee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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