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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공직자’ 실명 비판 후 사표 낸 정미경 검사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조직의 언어’로 답해야 했다”

  • 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최초 여성 공직자’ 실명 비판 후 사표 낸 정미경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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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여성 공직자’ 실명 비판 후 사표 낸 정미경  검사
그러나 250쪽 가까운 분량의 책에서 ‘최초’ 여성공직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는 부분은 10쪽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책의 대부분은 정 검사가 여성으로서 ‘대한민국 검사’로 자리매김하기까지 겪었던 경험과 평범하지 않은 성장배경, 2005년부터 2년간 여성가족부에 파견돼 있는 동안 강의를 하며 만난 대중과의 소통에서 깨달은 진정한 리더십의 요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굳이 ‘최초’ 여성들의 실명을 들먹인 이유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앞으로는 ‘최초’ 여성들의 방법과 전략이 결코 모델이 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1호나 2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시점, 즉 양적으로 여성이 많아졌을 때 그녀들의 역할모델은 누가 될 것인가. 최초의 여성이 그녀들의 역할모델로 충분한가? 물론 대답은 ‘아니다’이다. 이미 배려를 받지 못한 무한 경쟁의 바다에 빠져 있는 수많은 여성에게 예외적인 여성은 역할모델이 될 수 없다. 미래 여성의 시대에는 ‘여성다운 여성’이 사라지게 된다. 더 이상 여성의 특성이나 자질 혹은 남성적 특성이나 자질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어떤 포지션에서 요구되는 자질만이 중요할 뿐이다.”

부산에서 들은 ‘부산 발령’ 소식

8월9일 아침에 그와 처음 통화했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링거를 맞고 누워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걱정했으나 다행히 목소리가 밝았다. “수많은 여성에게 그 많은 화두를 던져놓고 홀연히 사라져버리면 어떡하냐”는 기자의 말에 큰 소리로 웃기도 했다. 예상했듯 그는 인터뷰 제의에 선뜻 응하지 않았다. 또 한 번 다행스러운 건, 그가 단박에 잘라버리지 않고 하루쯤 고민해보겠다고 했다는 점. 그리고 그 다음날 오후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구 기자님, 우리 한번 해볼까요? 인터뷰 기사가 나간 다음 우리 둘 다 행복해지면 좋겠는데….”



정 검사는 참 잘 웃는다. 그것도 두 눈을 반짝이며 큰 소리로. 콧등에 유독 주름이 많은 것도 웃음 때문인 듯하다.

▼ 사직서는 수리됐나요.

“아직 안 됐어요. 임면권자가 대통령이라 청와대까지 갔다 오는 시간이 걸려서 그럴 거예요.”

▼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저도 너무나 갑작스럽게 이렇게 돼서…. 사직서를 낸 날이 목요일(8월2일)이에요. 그 뒤로 며칠 힘들었고, 그 다음 월요일(8월6일)에 강의가 잡혀 있었어요. 그 시점을 지나면서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떠나온 곳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제 자신에게 자꾸 상기시켰어요. 그러면 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에 더 충실하지 않을까 싶어서. 지금 아무 생각이 없어요.”

▼ 왜 사직서를 냈나요.

“월요일에, 인사가 공개된 날이 월요일일 거예요. 저 그 주에 휴가였어요. 우리는 언제 인사가 나는지 몰라요. 휴가 다녀와서 한 주쯤 더 있다가 인사가 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었어요. 그러면 이번 주(8월13일~ )부터 (수원지검으로) 복귀할 거다 생각했죠. 휴가 첫날 공교롭게도 부산으로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후배 검사에게 전화가 왔어요. ‘왜 부산(지검)이냐’면서. 전 그 친구가 잘못 본 거라고 얘기했어요. 난 이번에 인사 대상자가 아니니까. 그 후배가 ‘나도 잘 안다. 그런데 부산으로 인사가 났다’는 거예요. 처음엔 놀라고 다음엔 당황했고, 화가 나고… 감정의 변화가 있었죠.

제가 수원지검에서 6개월 근무하고 여성가족부 파견 나왔거든요. 그때 법무부에서 수원지검에 1년6개월 더 근무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제가 수원 집을 옮기지 않고, 2년간 수원과 서울을 왕복 4시간 걸려가며 출퇴근했어요. 그러다 올 초 전세 계약 2년이 만료돼 수원의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했고요. 저뿐 아니라 제 주위 누구나 제가 수원지검으로 복귀할 걸로 알았어요.

그런데 갑자기 부산지검이라니까 궁금하잖아요. 알아봤더니 징계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징계에는 절차가 있잖아요. 통지를 해줘야 하고, 소명의 기회도 줘야 하고. 그에 대해서도 당연히 물어봤죠. 나중엔 징계가 아니라고 했어요. 근데 조직에는, 우리 조직뿐 아니라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의 언어가 있지요. 조직은 저에게 말을 한 거예요. 저는 ‘그건 아닙니다’라고 말로 할 기회나 제도가 없었기 때문에, 조직의 언어로 대답을 해야 하는 거죠. ‘아니오’라고 할 방법은 사직서밖에 없었어요.”

법원칙과 절차

일각에선 정 검사가 부산지검 발령을 ‘좌천’으로 받아들이고 사직서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부산은 제가 굉장히 근무해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제 개인적인 추억도 있고, 아이들이 바다를 좋아하고 어리고, 어머니도 공기 맑은 곳에 계시면 좋을 것 같고. 그리고 검사들은 늘 임지를 바꾸기 때문에 지역은 전혀 문제되지 않아요. 부산은 평소에 근무해보고 싶었던 곳인데 일이 이렇게 돼서 가슴 아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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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화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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