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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미끼’, 9월 아리랑축전 관광상품 뜬다

한 달간 6000여 명이 2박3일간 자유롭게 평양 방문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정상회담 미끼’, 9월 아리랑축전 관광상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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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주민들의 노력동원

그런 만큼 한국 관광객 주변에는 북한 안내인이 여럿 따라다니면서 북한 주민이 이들과 접촉하는 것을 차단한다. 그러나 한국 관광객은 입금하는 순서로 모객한 이들인지라 다종다양한 성격을 갖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북한 안내인을 상대로 불만을 떠뜨리는 사람도 나올 것이므로 평양은 심각한 ‘한국 쇼크’를 경험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인들은 ‘평양 쇼크’에 직면한다. 한국 관광객은 만수대에 있는 초대형 김일성 동상과 대동강변의 주체탑, 김일성 생가인 만경대를 돌아보는 ‘이념성 순례’를 해야 한다. 그로 인해 축적돼가던 ‘평양 쇼크’는 한강의 여의도처럼 대동강 복판에 있는 능라도의 ‘5월1일(노동절) 경기장’에 들어가 아리랑축전을 관람하면서 최고치에 오른다.

평양 관광은 아리랑축전 관람을 목적으로 모객한 것이라 한국 관광객들은 이 축전을 반드시 보아야 한다. 한국인 관광객은 아리랑축전 관람을 위해 1인당 150달러를 지급한 상태이므로 로열박스 다음으로 좋은 1등석에 착석한다.

공연은 땅거미가 내려앉으면서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먼저 3만명은 됨직한 고등중학생(북한은 중고등학교를 합쳐 6년제 고등중학교를 운영한다)들이 일사불란한 모습으로 매스게임석을 채우기 시작한다.



본 공연은 어둠이 완전히 내린 후 시작한다. 운동장에서는 여러 가지 춤과 노래, 태권도 시범, 그리고 인간 바벨탑 쌓기 등이 진행되고, 매스게임 석에서는 김일성-김정일 체제의 우월성을 보여주는 매스게임이 펼쳐진다. 2005년까지의 아리랑공연에는 ‘미제의 각을 뜨자’는 등의 구호가 난무했으나, 올해의 아리랑축전은 한국 관광객을 위한 것이라 과격한 내용은 삭제될 것이라고 한다.

5월1일 경기장은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다. 한국이나 중국 등에서 온 관람객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1만명을 넘기 어렵다. 이들이 앉은 1등석 건너편에 매스게임을 위해 3만여 고등중학생이 앉고 남는 좌석은 동원한 북한 주민들이 채운다. 그러나 11만석을 다 채울 수 없으니 일부는 비워놓을 수밖에 없다.

공연이 끝나면 북한 안내인들은 한국인 관광객을 북한 주민들과 분리시킨 채 재빨리 차에 태워 숙소로 데려간다. 한국 관광객들은 처음으로 평양의 밤거리를 달리게 되는 것이다. 어두운 가로등 빛 아래엔 동원된 학생과 주민들이 걸어서 분주히 집으로 돌아간다.

남북정상회담 위해 미리 던진 ‘미끼’

이들은 공부와 휴식 시간을 빼앗긴 채 한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외화벌이에 동원된 사람들이다. 이때쯤 한국 관광객들은 아리랑축전에서 나타난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내용과 동원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오버랩시키면서 ‘평양 쇼크’에 빠져든다.

아리랑축전 관람은 평양 관광사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현대아산이 주도하는 금강산 관광, 롯데관광이 이끄는 개성관광에 이어, 아리랑축전 관람을 주도한 모 여행사가 주최하는 평양관광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골라 북한을 찾게 되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달러도 못 되는 곳을 2박3일간 관광하며 200만원을 내는 것은 대단히 비싼 편이다. 평양 관광은 남북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우리 정부가 대북 지원금에 포함되지 않는 형태로 미리 북측에 던져준 미끼다. 평양 관광 사업은 지방에 있는 한 여행사가 중심이 돼 추진하고 있다.

신동아 2007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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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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