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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러시아가 北 SOC 물자 주문생산, 러 대표 참석하는 3자 정상회담 가능성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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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격 발표된 2차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소식통들은 “남북정상회담이 갑작스레 성사된 데는 러시아의 중재가 있었다. 2차 남북정상회담에는 러시아 대표도 참여, 3자회담으로 확대돼 극동 러시아와 북한-한국을 잇는 경협 플랜트가 발표될 것이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2007년 7월 과테말라의 IOC 총회장에서 만난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위) 2002년 8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아래)

왜 남북은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정상회담 발표부터 한 것일까. 다급함의 흔적은 북한보다 한국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 8월8월 우리 정부는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대통령 안보실장 등이 총출동해 남북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모든 것을 발표했다.

떠들썩한 발표에 가려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밀실 야합으로 보는 시각이 전면에 등장하지 못했다. ‘북한 퍼주기’를 초래한다는 상투적인 지적은 나왔지만 남북정상회담은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우리측의 태도는 너무 다급했다.

남북정상회담이 화급하게 발표된 연유를 알려면 이 회담을 통해 이득을 보는 나라가 어디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미국과 일본, 중국은 북핵 문제를 제외하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것이 거의 없다. 반면 한국과 북한, 러시아는 북핵 문제 해결 외에도 ‘경협(經協)+알파(α)’라는 커다란 선물을 기대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격 중단한 김정일

먼저 북한의 사정부터 알아보자. 북한 관련 정보를 추적해온 소식통들에 따르면 주요 국가 정보기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김정일의 건강 이상이라고 한다. 이들에 따르면 정보세계에서는 김정일이 오른팔을 거의 쓰지 못하는 지경이라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고 한다.



이러한 정보는 피아(彼我) 모두에게 전파된다. 같은 소문이 북한에도 유입됐다는 이야기인데, 이러한 소문이 북한 내부에 널리 퍼지면 김정일의 권력 기반은 흔들릴 수 있다. 북한 처지에서 이러한 소문은 김정일 정권을 흔들려는 고도의 마타도어로 인식되므로 적극적으로 잠재워야 한다.

대북 소식통들은 ‘노동신문’ 등이 군부대 순시를 반복하는 김정일 사진을 1면에 게재하는 것은 김정일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려는 노력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관영지’를 통한 홍보로는 소문을 잠재울 수 없다. 서방세계에서 온 누군가를 김정일이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줘야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 그 상대로는 한국 대통령이 최적이므로 김정일이 남북정상회담에 응하게 됐다는 것이다.

8월28일 김정일은 현대의학 덕분에 건강한 모습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몸은 ‘움직이는 종합병동’이라는 것이 북한 소식통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일은 그의 아버지 김일성이 걸렸던 것과 같은 피하 후두암과 당뇨, 고혈압 등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이 사격을 좋아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를 지근거리에서 모셨던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가 쓴 ‘김정일의 요리사’에 따르면 전성기의 김정일은 사냥을 자주 했다. 사격도 매주 두 차례씩 할 정도로 총을 잘 쐈으나 최근 1년간 김정일은 사냥은 물론이고 사격도 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오른손을 빨리 움직일 수 없어 사격을 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악수 정도는 할 수 있기에 약간의 치료를 받으면 노무현 대통령은 충분히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을 맞이하는 것이 ‘움직이는 종합병동’인 김정일에게는 무리일 수도 있다고 내다본다. 따라서 김정일에게 노 대통령과의 회담은 자신의 건재를 알리는 좋은 기회이자 건강에 무리수를 두는 나쁜 기회도 될 수 있다.

폐기할 핵 목록의 범위는?

두 번째로는 북한의 경제위기 돌파다. 지금 북한은 자력으로 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는 단계를 지나버렸다. 사회주의 경제권이 무너지면서 시작된 북한 경제의 고립은 예상외로 심각한 상태다. 북한의 산업시설은 거의 돌아가지 않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은 그의 권력을 지탱하는 중추이자 거대한 소비집단인 인민군과 노동당 조직을 끌고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마련해줘야 한다.

현재로선 이 양식을 마련할 방법이 ‘핵을 파는 것’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9·19 공동성명과 그 후속 조치인 2·13 합의에서 북한은 완전한 핵 폐기(CVID)에 동의하고 그에 따른 대북지원을 약속받았다. 북한은 핵만 완전히 폐기하면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완전하게 폐기할 북한 핵의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것이다.

언론에 수없이 보도된 영변의 실험용 원자로와 그 주변 시설이 폐기해야 할 대상인지, 아니면 북한이 꽁꽁 감춰놓고 있는 핵까지 모조리 폐기해야 할 대상인지가 논란거리다. 북한이 가진 핵 목록을 가장 정확히 알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다. 첨단 정보망을 갖춘 미국, 그리고 북한에 핵 기술을 제공한 러시아가 그 뒤를 이을 것이다. 한국은 미국이 어떠한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북핵에 대해 아는 정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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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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