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러시아가 北 SOC 물자 주문생산, 러 대표 참석하는 3자 정상회담 가능성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2/3
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8월5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김만복 국정원장(왼쪽에서 두번째)과 북한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가운데).

북한은 자신이 가진 핵 목록을 전부 내놓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에 미국은 아주 거북스러운 상대다. 북한은 체제 보장이 달린 핵 문제를 풀기 위한 협상은 미국을 상대로 하고자 했지만, 핵 목록을 공개하는 문제만큼은 다른 나라를 상대로 풀고 싶어한다.

남북한과 러시아가 모두 만족

핵 목록 공개와 관련해 북한이 고를 수 있는 가장 만만하면서도 확실한 상대는 한국이다. 어찌됐건 북한에 맞서는 형세의 한국이, 북한이 제시한 핵 목록을 인정하고 이를 폐기하는 데 동의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숨기고 있는 핵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끌려갈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은 남북한이 합의한 북한의 핵 폐기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은 이러한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제3자를 초청해 심판을 보게 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북한이 고려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제3자 심판은 러시아다. 러시아가 남북이 합의한 북핵 폐기를 검증해서 인정한다면 미국의 불만은 큰 울림을 갖기 어렵다.

이런 식으로 핵 문제가 타결되면 북한은 곧장 국제사회에 대규모 지원을 요구한다. 이렇게 하면 북한 경제는 좋아지고 김정일 권력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문제를 해결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잃어버린 명성을 되찾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17대 대통령선거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게 된다. 3자 모두 만족!



그러나 북한은 핵을 팔아서 일시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것에 만족할 정도로 어리석은 권력이 아니다. 김정일은 일시적인 호전이 아닌, 북한 경제를 영구 하게 부흥시킬 방안을 정상회담에서 찾으려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보다 고차원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친구’를 끌어들여 확실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성사와 관련해 정보세계에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됐다는 설이 강하게 떠돌고 있다. 러시아가 막후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 중재했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됐다는 것이다.

현재 러시아는 극동 러시아의 경제를 부흥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 지역을 발전시키려면 멀리 떨어진 모스크바 지역보다는 가까이 있는 한국이나 일본과의 관계를 두텁게 해야 한다. 그러나 두 차례나 러시아와 전쟁을 한 적이 있는 일본은 극동 러시아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그런가 하면 극동 러시아와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의 동북3성(省)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러시아로서는 한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인데, 한국의 투자를 유도하려면 한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야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이나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잘 되면 러시아는 구소련 정부가 노태우 정부가 이끌던 한국에서 빌린 차관까지 해소할 수도 있다.

한국이 제공한 차관에 대해 러시아는 현물 상환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 현물을 한국이 아닌 북한에 공급하려는 게 러시아의 속셈이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한국은 북한과의 평화체제 구축을 전제로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하겠다는 ‘베를린 선언’을 한 적이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한국은 북한의 SOC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때 필요한 물자를 러시아가 생산하고 그 비용은 한국이 제공한 차관에서 깎아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물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니라 ‘메이드 인 러시아’이니 북한도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은 이미 일부를 탕감해줄 정도로 악성 채권이 된 대(對)러 차관을 대북 투자의 형태로 돌려받는 것이니 손해 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재원 마련에 고민하지 않고 수조원대에 이르는 북한 SOC 건설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두 나라는 한국 경제와 극동 러시아 경제를 잇는 방향으로 북한 SOC를 건설한다. 사할린 유전을 필두로 시베리아 가스 등을 대규모 소비처인 한국에 공급하는 선(線)을 만드는 것이다. 이 선은 당장은 한국종단철도로, 이후로는 한국종단 송유관 건설로 해결한다.

소식통들은 경의선이 연결돼 있는 만큼 남북한과 러시아는 남북정상회담 석상에서 바로 남북 철도연결 이벤트에 합의할 것으로 전망한다. 남북을 관통하는 열차는 러시아 기관차가 담당케 함으로써 북한에 부담을 주지 않고, 한국에는 한국종단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가 연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제공한다.

북-러 공동경제특구 발표도 가능

소식통들은 2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2박3일로 길게 잡힌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에서 평양은 직항편으로 5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의제를 완전히 정하지 못했다고 하나 양 정상이 만나 논의하는 기회는 많아야 두 번일 것이니, 회담 일정은 1박2일을 넘길 까닭이 없다. 2000년의 정상회담은 최초의 회담이었으니 한국 대통령이 평양 이곳저곳을 방문할 수 있지만, 이번 회담은 두 번째이고 북핵이라는 화급한 문제가 걸려 있어 노 대통령은 여기저기 관광할 여유가 없다. 소식통들은 2차 남북정상회담 일자가 2박3일로 길게 잡힌 것은 러시아가 참여하는 3자회담을 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망한다.

남북정상회담에 푸틴 대통령이나 푸틴 대통령을 대신한 극동러시아 대통령 전권대표 등이 참여해 3자회담이 열린다면 러시아에서 가까운 나진·선봉 등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노 대통령의 방북 스케줄을 정하지 못했음에도 2박3일의 기간부터 설정했다는 것이다.

2/3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목록 닫기

남북정상회담은 ‘푸틴 연출, 노무현·김정일 주연’ ?

댓글 창 닫기

2021/08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