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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남북정상회담서 핵 폐기·군축·평화협정 기대하는 건 난센스”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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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1차 정상회담이 남북관계의 판을 새로 짜는 효과가 있었다면 이번 회담은 새 판을 공고히 하는 것입니다. 1차와 같은 무게를 기대할 수는 없죠. 정례화라는 말을 하는 것도 정상회담을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자는 뜻입니다. 지금의 여론은 마치 정상회담을 한 번만 하고 말 것 같은 분위기인데, 이건 문제가 있습니다. 그간 정상회담이 계속 지연되면서 신비화된 측면, 환상이 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정상회담은 시기나 국면에 상관없이 어느 때나 필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 그러나 정상회담에 대해 기대가 지나치게 커진 것에는 이러한 분위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흐름 탓도 있는 것 아닙니까. 특히 최근 1년 동안 정치권에서 그러한 뉘앙스의 발언이 적지 않게 나왔고요.

“제가 정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적절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2·13합의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논의가 갑자기 쏟아질 때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질 것처럼 환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한 일이 있습니다. 정상회담은 정파(政派)를 초월해 모두의 성과가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러자면 국내 정치적 맥락에서 정상회담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나 반대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은 모두 경계할 필요가 있는 거죠.”

“4자 정상회담, 가능성 있다”

▼ 예정된 북핵 문제 관련 일정에 정상회담이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보십니까. 9월 초순 예정돼 있는 6자회담 본회의, 이후 6자 외무장관회담은 물론 4자 정상회담 개최방안을 거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정일 위원장의 캐릭터로 볼 때 (핵 문제에 관해) 국민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오갈 겁니다. 정상회담이 필요한 이유가 그런 허심탄회함에 있는 것이니까요. 그 논의 결과가 6자회담 협의에 탄력을 주고 이를 통해 북핵 불능화 스케줄이 합의되면 한반도 평화체제 포럼이 본격적으로 거론될 수 있겠죠. 그 틀 안에서 6자 외무장관 회담 같은 일들이 이어질 겁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소한 불능화 합의에 대해 북한이 의지를 갖고 있다는 확신 혹은 전망을 갖게 되면 미국도 4자 정상회담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는 4자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남북정상회담이 필연적으로 4자 정상회담으로 연결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4자가 만나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를 논의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까요.”

“연내 북핵 불능화는 무리한 목표”

▼ 눈여겨볼 것은, 이 부분에서 서울과 워싱턴 사이에 온도 차이가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대사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을 보면 미국측은 평화체제 논의에 대해 ‘연내’ 정도로 시한을 설정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상대적으로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버시바우 대사는 7월11일 “미국은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의 과정을 올해 안에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13프로세스의 2단계 조치인 북핵 불능화가 연내에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혀온 힐 차관보 역시 7월16일 “우리는 평화체제 논의를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에 맞춰 진행하길 원한다”면서 “비핵화 이슈를 해결하기 전에 평화체제를 달성할 수 없다”고 말해 속도조절론에 무게를 실었다).

“사견임을 전제하고 말씀드리면, 2단계 불능화 이행계획 합의에 적잖은 시간이 걸릴 테지만 그 합의만 나온다면 이 때부터는 한반도평화체제 포럼을 출범시키는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북핵 문제보다 평화체제 논의가 먼저 갈 수는 없겠지만, 불능화가 끝날 때까지 평화체제 논의를 미룰 필요도 없다는 것이지요.”

▼ 미국이 시간표를 상대적으로 길게, 특히 ‘연말’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을 내비치는 데에는 이 문제가 한국 대선에 이용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2·13프로세스나 평화체제 논의의 급속한 진행이 한국에서 이슈가 되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을 염려한다는 것이지요.

“글쎄요. 저는 6자회담 프로세스는 한국의 정세와는 관계없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점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에 대해 국민 다수가 지지하는 것만 봐도 관계가 깊다고 보기 어렵고요. 또 과연 한국의 대선이 미국에 그렇게 큰 이슈일까요?(웃음) 미국이 고려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적 스케줄이 있다면 내년의 미국 대선 정도겠죠.

북핵 불능화나 폐기 같은 기술적인 사안을 합의하고 이행하는 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겁니다. 9월 6자회담에서 논의될 불능화 절차도 한 번 논의로는 해결되지 않을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불능화의 시한이 언제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다만 유일 초강대국이자 당사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니까 조기에 해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정도이지, 실제로 그렇게 된다면 매우 예외적인 겁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잡아도 불능화가 연말까지 이뤄진다고 보는 것은 지나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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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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