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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장관들 격론→경질설→ 청와대, ‘후보군 검토’→ 盧, 정상회담 앞두고 정리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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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LL(서해북방한계선)이 또 꿈틀거린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를 둘러싼 통일부와 국방부의 대립이 숨가쁘다. 그 뒤에는 7월 한 달 동안 통일부와 국방부가 NLL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온 갈등이 숨어 있다. 장관 경질 분위기 조성과 낙마 유도, 보고 논란, 대통령 직접 면담 등 긴장 어린 국면들이 국방부와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된다.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김장수 국방부 장관

최근의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8월1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한 이 장관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NLL (조정)에 대해 적극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질의하자 “그렇게 하겠다”며 “NLL은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므로 “군사적 긴장을 좀더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막는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상회담에서 NLL 경계 조정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음을 시사한 이 발언은 곧장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에서는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에 대한 군의 반발 분위기를 전하는 국방부발(發) 기사가 줄을 이었다. “NLL은 지난 50여 년간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해온 실질적인 군사분계선” “국가주권의 문제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조정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강한 언급과 강한 반발. 흡사 통일부와 국방부의 대리전을 연상케 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물론 NLL 문제가 지닌 폭발성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십수년간 계속돼온 관련 논란 역시 한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재정 장관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7월 한 달간 이 문제를 두고 수면 아래에서 빚어온 치열한 갈등을 들여다보면 최근의 분위기에 얽혀 있는 맥락은 좀더 분명해진다.

그동안 NLL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통일부, 국방부 사이에 만만찮은 이견과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상자기사 참조). 최근 갈등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6월29일 통일부의 간부·출입기자 워크숍에서 정부 당국자가 발언한 내용. 이 당국자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마련한 틀 내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은 한계상황에 이른 측면이 있으므로, 앞으로 좀더 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새 옷’ 으로 갈아입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제기하는 ‘근본문제’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북한으로서도 내부적인 한계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월3일 ‘동아일보’가 문제의 발언을 보도하자, 관계부처는 발칵 뒤집혔다. 발언 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 관계자인지 통일부 관계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출입기자들에게 워크숍 녹취록 전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워크숍 발언이 ‘근본문제’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말하는 근본문제 가운데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NLL 문제임을 모르는 이는없었다. 특히 국방부는 청와대나 통일부 일각에서 ‘NLL 재설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군불 지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게 되었다. 흡사 불에 데인 듯한 소동이었다.



7월19일 저녁 안보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불은 결국 선을 넘는다. 문제의 발언 당사자가 통일부 고위관계자임을 확인한 김장수 장관이 “NLL은 군사회담 이슈이고 군사회담의 주무부처는 국방부인 만큼, 다른 부처는 섣불리 공개 거론하지 말라”며 강하게 ‘관할권’을 주장했다는 것.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참석한 이날 상임위원회의 분위기는 더없이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7월19일 안보정책조정회의

7월 하순으로 예정된 남북장성급회담 준비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안보정책회의는 결국 ‘이번 장성급회담에서도 현재까지의 입장을 유지한다’는 공식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비공식 논의’를 전제로 ‘북측과 NLL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범위’를 논의했다는 전언이 있다. 이재정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까지 동참한 이러한 분위기에 김 장관이 더욱 ‘격노’했다는 것.

사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 것은 7월26일 장성급회담이 서해상 충돌방지 방안을 두고 큰 이견차만 보이며 끝난 직후였다. 국방부 주변에서 ‘장관 경질설’이 은밀하게 돌기 시작한 것. 청와대 일각에서 “장성급회담 논의내용에 대한 국방부의 보고가 미흡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때부터였다. ‘경질설’의 뇌관이 수일 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이고, 특히 NLL 문제라는 국방부측 관계자들의 불만이 물밑에서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느냐”는 격한 말도 나왔다.

국방장관 경질 분위기가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무렵 인사수석실 관계자들은 비공식 요청을 전제로 군사 문제에 정통한 주변 인물들에게 ‘국방장관 후임 인선 검토안’을 주문했다. 몇몇 예비역 장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흔적도 확인된다. 이를 감지한 국방부가 경질을 기정사실로 인식한 것은 당연한 일. 7월 말 들어 국방부 장관실 주변에서는 ‘짐을 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전현직 당국자들은 “통일부 장관실과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장수 장관을 남북관계 진전의 ‘걸림돌’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한다. 북미관계 진전에 비해 반걸음 뒤처진 남북관계를 북핵 해결의 견인차로 만들자면 어떻게든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김장수 장관이 군의 생각만 대변하며 NLL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는 시각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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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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