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호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장관들 격론→경질설→ 청와대, ‘후보군 검토’→ 盧, 정상회담 앞두고 정리

  • 황일도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입력2007-09-12 2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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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LL(서해북방한계선)이 또 꿈틀거린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문제를 둘러싼 통일부와 국방부의 대립이 숨가쁘다. 그 뒤에는 7월 한 달 동안 통일부와 국방부가 NLL 문제를 둘러싸고 빚어온 갈등이 숨어 있다. 장관 경질 분위기 조성과 낙마 유도, 보고 논란, 대통령 직접 면담 등 긴장 어린 국면들이 국방부와 통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을 통해 확인된다.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김장수 국방부 장관

    최근의 논란에 불을 지핀 것은 8월10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의 국회 발언.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한 이 장관은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이 “NLL (조정)에 대해 적극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질의하자 “그렇게 하겠다”며 “NLL은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므로 “군사적 긴장을 좀더 줄이고 우발적 충돌을 막는 실효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답했다.

    정상회담에서 NLL 경계 조정 문제가 거론될 수 있음을 시사한 이 발언은 곧장 논란에 휩싸였다. 언론에서는 익명의 ‘군 관계자’를 인용해 이에 대한 군의 반발 분위기를 전하는 국방부발(發) 기사가 줄을 이었다. “NLL은 지난 50여 년간 해상에서 군사적 충돌을 방지해온 실질적인 군사분계선” “국가주권의 문제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어떤 형태로든 조정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강한 언급과 강한 반발. 흡사 통일부와 국방부의 대리전을 연상케 하는 최근의 분위기는 물론 NLL 문제가 지닌 폭발성이 가장 큰 이유다. 지난 십수년간 계속돼온 관련 논란 역시 한몫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재정 장관과 김장수 국방부 장관이 7월 한 달간 이 문제를 두고 수면 아래에서 빚어온 치열한 갈등을 들여다보면 최근의 분위기에 얽혀 있는 맥락은 좀더 분명해진다.

    그동안 NLL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통일부, 국방부 사이에 만만찮은 이견과 의견대립이 있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상자기사 참조). 최근 갈등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6월29일 통일부의 간부·출입기자 워크숍에서 정부 당국자가 발언한 내용. 이 당국자는 “2000년 6·15 공동선언이 마련한 틀 내에서의 남북관계 진전은 한계상황에 이른 측면이 있으므로, 앞으로 좀더 큰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새 옷’ 으로 갈아입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북한이 제기하는 ‘근본문제’를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북한으로서도 내부적인 한계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월3일 ‘동아일보’가 문제의 발언을 보도하자, 관계부처는 발칵 뒤집혔다. 발언 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말하면 청와대 관계자인지 통일부 관계자인지 확인하기 위해 출입기자들에게 워크숍 녹취록 전문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줄을 이었다. 워크숍 발언이 ‘근본문제’라고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북한이 말하는 근본문제 가운데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이 NLL 문제임을 모르는 이는없었다. 특히 국방부는 청와대나 통일부 일각에서 ‘NLL 재설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군불 지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게 되었다. 흡사 불에 데인 듯한 소동이었다.



    7월19일 저녁 안보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안보실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 불은 결국 선을 넘는다. 문제의 발언 당사자가 통일부 고위관계자임을 확인한 김장수 장관이 “NLL은 군사회담 이슈이고 군사회담의 주무부처는 국방부인 만큼, 다른 부처는 섣불리 공개 거론하지 말라”며 강하게 ‘관할권’을 주장했다는 것. 이재정 통일부 장관도 참석한 이날 상임위원회의 분위기는 더없이 냉랭했다는 후문이다.

    7월19일 안보정책조정회의

    7월 하순으로 예정된 남북장성급회담 준비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안보정책회의는 결국 ‘이번 장성급회담에서도 현재까지의 입장을 유지한다’는 공식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비공식 논의’를 전제로 ‘북측과 NLL 문제를 협의할 수 있는 범위’를 논의했다는 전언이 있다. 이재정 장관뿐 아니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까지 동참한 이러한 분위기에 김 장관이 더욱 ‘격노’했다는 것.

    사태가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 것은 7월26일 장성급회담이 서해상 충돌방지 방안을 두고 큰 이견차만 보이며 끝난 직후였다. 국방부 주변에서 ‘장관 경질설’이 은밀하게 돌기 시작한 것. 청와대 일각에서 “장성급회담 논의내용에 대한 국방부의 보고가 미흡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것도 이때부터였다. ‘경질설’의 뇌관이 수일 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이고, 특히 NLL 문제라는 국방부측 관계자들의 불만이 물밑에서 부글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느냐”는 격한 말도 나왔다.

    국방장관 경질 분위기가 단순한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움직임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 무렵 인사수석실 관계자들은 비공식 요청을 전제로 군사 문제에 정통한 주변 인물들에게 ‘국방장관 후임 인선 검토안’을 주문했다. 몇몇 예비역 장성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흔적도 확인된다. 이를 감지한 국방부가 경질을 기정사실로 인식한 것은 당연한 일. 7월 말 들어 국방부 장관실 주변에서는 ‘짐을 싸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역력해졌다.

    전현직 당국자들은 “통일부 장관실과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김장수 장관을 남북관계 진전의 ‘걸림돌’로 보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한다. 북미관계 진전에 비해 반걸음 뒤처진 남북관계를 북핵 해결의 견인차로 만들자면 어떻게든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김장수 장관이 군의 생각만 대변하며 NLL 문제에서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는다는 시각이라는 것.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의 NLL 논란

    ‘논의 가능 vs 불가’에서 ‘공동어로구역 등면적 공방’으로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NLL 문제는 그 뿌리가 매우 깊다. 주지하다시피 지상의 군사분계선과 달리 NLL은 정전협정의 합의사항이 아니라 유엔군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 이 때문에 북한은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진전이 불가능하다며 이른바 ‘근본문제’로 지목해왔다. 북한은 1982년의 유엔해양법협약에서 명시된 ‘등거리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경기도와 황해도의 경계선을 해상으로 연장한 새로운 경계선을 주장하고 있다(그림 참조).

    법 이론으로 따지면 NLL의 정당성에 일정부분 한계가 있다는 점은 군 주변에서도 인정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종전 이후 이 수역을 우리측이 실질적으로 관할해왔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계선으로 봐야 한다는 것. 영토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효적 지배’라는 논리다. 특히 두 차례의 교전을 통해 장병의 목숨을 잃은 해군의 태도는 매우 강경하다. ‘피로써 지킨 선’이라는 정서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NLL 사수’라는 원칙은 변한 적이 없지만, 실질적으로는 충돌방지를 위한 다양한 ‘해결방안’을 고민해왔다. 2005년 10월 노 대통령은 이종석 당시 NSC 사무차장에게 “예단 없이 가능한 모든 검토를 해보라”고 지시한다. 금기 없이 모든 주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하라는 내용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국방부를 중심으로 진행된 관련검토는 이전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았고, 이 때문에 NSC와 국방부 사이에는 알력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견의 핵심은 ‘북한과 NLL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 청와대는 ‘경계 문제를 논의하되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는 현재의 선을 준수한다’는 남북기본합의서 원칙에 따라 군사회담에서 이를 다룰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군에서는 북한이 이미 서해교전 등을 통해 NLL을 도발한 만큼 협상 자체가 불가하다는 의견이 강했다. 이 문제를 두고 일부 군 관계자는 노 대통령을 직접 면담해 강력하게 의견을 개진한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당시 NSC의 ‘조율’에 대한 국방부와 군의 불만도 한몫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2006년 들어서는 군이 한발 물러서는 형국이었다. 그해 5월 장성급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NLL을 준수하고 다른 사항과 함께라면 NLL도 논의할 수 있다”는 동의가 이뤄진 것. NLL 문제를 국방장관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결론에 윤광웅 당시 국방장관이 동의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해상충돌 방지’를 위한 아이디어로 거론되던 남북공동어로구역 설정이 통일부를 중심으로 유력한 ‘타협안’으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이견은 있었다. 국방부는 공동어로구역이 NLL을 기준으로 남북이 같은 면적을 차지하도록 설정돼야 한다는 ‘등면적 원칙’을 내세운 반면, 통일부는 어획량이 중요하지 면적은 의미가 없다는 논리였다.

    근래 들어 북한은 공동어로구역을 현재의 NLL 이남에만 한정해 설정하자는 주장을 폈고, 이와 함께 해주항을 드나드는 선박이 NLL 이남을 통과할 수 있게 하자는 이른바 ‘해주 직항’ 방안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도 국방부와 해군은 NLL의 경계선 의미를 없애 무력화할 수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다.

    2006년 말 김장수 장관이 임명되면서 NLL 문제에 대한 군의 시각은 더욱 강경해졌다는 평가다. 북한 핵실험 이후 한동안 NLL에 대한 정부 내부의 논의가 사그러들었고, 남북간 협상 역시 NLL이 사실상 군사회담 결렬의 ‘구실’로 불릴 정도로 공전했다.

    그러나 2·13합의와 BDA(방코델타아시아) 문제 해결 이후 분위기가 급변하자 다급해진 통일부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징후가 강하다. 실제로 최근 들어 통일부 내부에서는 공동어로구역을 대부분 NLL 이남에 설치하자는 북측 제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반면 정상회담 발표 후 국방부의 처지는 곤혹스러워졌다.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가 전격 합의될 가능성은 희박해도, 평화체제 논의 등 NLL 문제를 ‘규정’하는 합의가 나올 경우 피해갈 방법이 없기 때문. 때문에 국방부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경질설이나 인사수석실의 움직임에는 이러한 배경이 깔려 있다고 전한 한 인사는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이 노무현 대통령 본인의 최종 재가를 받은 것이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했다. 최근까지 김장수 장관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이 꽤 두터웠다는 것. 김 장관은 육군참모총장 신분이던 지난해 가을 군 고위 관계자들이 청와대와 논쟁을 벌이는 자리에서 대통령의 의견을 지지해 대통령의 주목을 받았다는 관측이 있었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미 2006년 초부터 NLL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국방부와 해군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만만치 않은 이슈이긴 하지만,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는 서해상의 평화관리나 군사적 긴장완화를 논의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들어 NLL 문제 논의에 부정적인 일부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청와대 일각에서 마지막 ‘과제’로 NLL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NLL 문제가 가진 폭발력이나 반발을 돌파하려면 임기 말 정부가 ‘결심’할 수밖에 없다고 믿는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든 매듭지음으로써 남북관계의 뇌관 하나를 제거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였다.

    반전 또 반전

    ‘NLL 갈등’으로 김장수 국방장관 낙마유도 의혹

    지난 5월 열린 제5차 남북장성급회담.

    상황이 정점을 향해 치닫던 무렵, 의외의 반전이 벌어졌다. 경질설 분위기를 감지한 김장수 장관이 수일 후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 면담했다는 것. “NLL 문제에 섣불리 접근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논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대통령 면담 이후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경질 이야기는 순식간에 사라졌고 인사수석실의 관련 움직임 역시 모두 중단됐다. 국방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는 이제 설득이 됐다”며 “남은 것은 통일부뿐”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다만 노 대통령이 국방장관 경질 검토를 지시했다가 이를 철회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모르고 있던 정부 일각의 ‘경질 분위기 유포’를 김 장관을 통해 처음 접하고 단속을 지시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렇듯 “이제 NLL 관련 논란은 정리됐다”던 7월 하순의 국방부 분위기는 8월8일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되면서 다시 급반전됐다. 대통령의 ‘상황 정리’가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었을지 모른다는 관측이 가능하기 때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상황이 정리된 것으로 보이던 7월 하순 노 대통령은 조만간 정상회담 추진상황에 진전이 있다는 국정원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상황 정리 역시 어차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을 염두에 둔 미봉일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까닭이다.

    2006년 이후 NLL 문제에 대한 정부의 공식 태도는 ‘남북국방장관회담의 의제로 올린다’는 것이었고,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정상회담이 끝나면 그 후속조치로 그동안 열리지 않던 2차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1차 정상회담에서 다뤄지지 않은 군사 문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에 대한 원칙적 논의가 이뤄지고 그 후속협상을 국방장관회담이 맡게 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에 가깝다.

    이렇게 되면 그간 NLL 문제에 있어 브레이크를 거는 역할을 해온 국방부가 사실상 관련 논의를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다. NLL 문제를 두고 남북이 논의하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여기던 처지에선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2006년 윤광웅 전 장관이 NLL 문제의 국방장관회담 논의방안에 동의한 게 사실이지만, 김장수 장관은 그와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군 출신이어서 해군의 불만을 무마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웠던 윤 장관에 비해 육군 출신인 김 장관의 처지는 사뭇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측면도 있다.

    반대로 통일부 관계자들을 포함해 NLL 문제 논의에 적극적인 인사들은 이 문제를 별도의 주제로 논의하는 대신 새로운 비무장지대 관리방안이나 장사정포, 한강 하구 개발 등 다른 군사관련 이슈들과 연결하는 ‘포괄적인 틀’에서 논의하면 해법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최근 가시화하고 있는 평화체제 논의의 연장선에서 NLL 문제를 남북이 함께 논의한다면 국민이나 군의 여론에 크게 반하지 않는 해결방안이 가능하다는 것. 그간 진행된 NLL 관련검토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NLL 이남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치하자는 북한측 주장을 수용하는 대신 개성 인근 장사정포의 실질적인 철수를 받아낸다면 여론이 부정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7월 하순까지만 해도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NLL 문제가 정상회담 합의를 계기로 갑작스레 부상하면서 국방부 관계자들의 촉각은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다. 8월10일 이재정 장관의 발언에 반발하는 군 관계자들의 시각을 담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이재정 장관의 한계

    8월12일 열린 청와대 관계장관 회의, 이후 가동되고 있는 정상회담 준비작업을 통해 NLL 문제에 대한 논의가 계속 진행 중이라 현재로서는 NLL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뻗어 나갈지 관측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이재정 장관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서는 “신중함이 부족한 태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감한 이슈를 보다 기술적으로 거론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도 굳이 논란을 자처했다는 것. 특히 NLL 문제는 통일부 간부들이나 노무현 정부의 ‘창업공신’에 해당하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조심스러운 평가가 있는 만큼, 이에 접근하는 이 장관의 최근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2·13합의 이후에도 남북관계 진전이 더디자 통일부 주변에서 이재정 장관의 상황장악 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지난해 12월 취임 초부터 송민순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에게 ‘밀리던’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논지였다. 6월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의 방북 소식을 당일에야 알았다는 해프닝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그간 통일부 장관이 맡아온 NSC 상임위원장을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이 맡게 된 일련의 과정, 2005년 이후 정상회담 추진과정을 통일부 장관이 관장해온 것과는 달리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청와대 보고를 담당하게 된 것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 해석이 있다. 임명 초기부터 적절하지 못한 타이밍에 정상회담 필요성을 공개 언급하는 등의 행동으로 청와대의 신임을 잃은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 일부 인사들조차 이재정 장관의 돌출행보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관계자들의 전언은 이를 방증한다. 정상회담 준비기획단장을 맡아 관련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 장관의 움직임이 두고두고 뒷말을 낳을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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