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 전까지는 이명박 대통령과 따로 만난 일도 없었다고 한다. 대선 때에도 한나라당 경제살리기특별위원회 위원을 맡았으나 캠프 핵심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여기에 관직 경험도 없고 농업계 원로도 아니기에 처음 장관 하마평에 그가 오르내릴 때만 해도 농림부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 장관 본인은 자신이 발탁된 배경에 대해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11월 농업 분야 관련 선거대책을 논의할 때 내 주장이 이 대통령 생각에 딱 와 닿았던 것 같다”며 “남자끼리 ‘필’이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농업을 단순히 생산 산업으로 한정할 게 아니라 식품·환경·관광·바이오까지 아우르는 이른바 ‘거북선 농업’으로 확장할 것을 주장했다. 농업경영인의 모범 사례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리기까지 한 사람이 할 만한 생각이다.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도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점이다.
정 장관은 1981년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1984년 키위(양다래) 농사를 시작했다. 1991년 농민들이 출자한 돈으로 ‘한국참다래유통사업단’을 설립하고 적극적인 마케팅과 유통기법 도입으로 사업을 성공시켰다. 한국에서 키위가 나지 않는 기간에는 뉴질랜드산을 수입해 물류 시설이 놀지 않게 한 전략이 주효했다.
키위 다음에는 특수 세척법과 저장법을 적용해 판매한 고구마로 큰 히트를 쳤다. 이전까지 고구마는 물로 씻으면 금방 썩기 때문에 흙이 묻은 상태에서 팔렸지만 참다래유통사업단의 ‘바이오세척 고구마’는 깨끗한 포장과 표준화로 인기를 끌 수 있었다.
정치와 행정 경험이 없는 것 외에도 수산 업무나 벼농사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이 농수산식품부 장관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정 장관은 “벼농사는 농업인들이 너무 잘하고 있다. 그걸 잘 팔아주는 게 유통이고 내가 유통 전문가이니 다른 사람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산업 업무에 대해서도 “꼭 알아야 잘하는 게 아니다. 몰라도 잘 아는 사람을 데려다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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