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영어 표현을 암기하고 외국인 회화수업 영어공부 모임 등을 통해 늘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WSI의 수업광경.
영영사전의 예문을 본다는 건 자신이 알고 싶은 단어의 예문만 본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문장도 내가 필요한 것만 찾아 외우면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내가 외우려 했던 문장들을 적은 노트를 보니 실제로 잘 사용하지 않는 예문들, 외워도 곧 잊어버리는 어려운 문장들까지 닥치는 대로 외우고 있었다. 노트에 적힌 약 500개의 예문 중 진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은 200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갖고 있던 회화책에도 불필요한 예문이 너무 많았다.
호주에서 한 달 정도 생활해보니 자주 쓰는 문장과 쓰지 않는 문장에 대한 감이 잡히는 듯했다. 그래서 그날부터 당장 진짜 실생활에서 쓰이거나 관심 있는 분야를 표현한 문장들을 노트에 정리하며 나만을 위한 영어회화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난 뒤 하루 5시간의 학습시간을 정해놓고, 4시간은 예문 정리 및 말하기에 필요한 문법 정리, 영작, 그리고 나머지 1시간은 이를 암기하기 위해 우리말을 듣고 영어로 말하는 방식으로 매일 큰 소리로 외치며 연습을 했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술집에서 우연히 일본인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알 정도로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아 내게 질문 공세를 퍼부어댔다. 나는 나름대로 답변을 해줬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내가 그 친구의 질문에 막힘 없이, 그것도 영어로 굉장히 빨리 답변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날은 그저 취기 때문에 영어가 잘되는 걸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다음날 ‘어제처럼만 영어가 잘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시내에서 볼일을 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런데 잘 가던 버스가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황급히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버스를 기다리던 어느 아줌마에게 물어보았다.
Namho : I took the wrong bus. Which bus goes to the St. Leonards station?
(버스를 잘못 탔는데, St. Leonards 역에 가려면 몇 번을 타야 되죠?)
Ms Brown: You must take bus number 380.
(380번 버스를 타야 돼요.)
그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별 답답함 없이 아주 빠르고 자연스럽게 영어가 나왔다.
Ms Brown: You speak English very well. How long have you been in Australia?
(영어 참 잘하시네요. 호주에 온 지 얼마나 됐어요?)
Namho : About 3 months.
(3개월쯤 됐는데요.)
Ms Brown: Really, How come you speak such good English after only 3 months? One of my Korean friends has been in Australia for more than 10 years, but she still can´t speak English.
(정말? 3개월 만에 어떻게 그렇게 영어를 잘해요? 제 한국 친구 하나는 호주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아직도 영어를 잘 못해요.)
Namho : I always speak loudly and memorize sentences when I practice English, so my English has improved quickly.
(저는 영어를 연습할 때 늘 크게 소리치면서 문장을 암기했어요. 그래서 영어실력이 빨리 늘었어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확실히 말문이 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집에 와서 그간 노트 정리하면서 외운 문장을 세어보니 1200개 정도였다. 내가 정말 필요한 문장만 외우면 시간도 절약되고 써먹기도 좋다는 걸 다시 느꼈다. 그때부터는 누구를 만나더라도 두려움 없이 내 의사표현을 정확히 할 수 있었다. 답답함과 불안감에서 벗어나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마치 내 앞을 가로막고 있던 뿌연 안개가 한순간에 걷히는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