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가이드에 의한 역사 왜곡은 유명 관광지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한다. 여행업계 관계자 A씨는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가이드의 설명을 거의 100% 사실로 받아들인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인 가이드들이 한국을 깎아내리는 데 앞장서는 셈”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 B씨는 “저질 중국인 가이드들이 중국 관광객 대상 가이드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다녀온 뒤 한국에 대해 왜곡된 시각을 갖는 중국인이 늘고 있다”고 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상당수 중국인 가이드는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교육을 받아 중화사상이 뿌리박혀 있다. 또한 한국의 지리, 역사, 풍속에 대체로 무지하며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다. 여기에다 상당수가 무자격자 신분이어서 직업윤리도 없고 돈벌이만 중시하는 편이라고 한다. 이러한 구조적 이유로 인해 엉터리 안내를 일삼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들 중국인 가이드에 의한 수수료 폭리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취재 결과, 일부 중국인 가이드들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특정 식당이나 상점에 데려가는 대가로 이들 식당이나 상점으로부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90%의 수수료를 챙기고 있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숙박 비용을 아껴서 수수료를 더 가져가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을 찜질방에 데려가는 가이드도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인 가이드 C씨는 “저가 한국 관광 상품의 경우 한 끼 식대로 5000~6000원이 책정된다. 평균적으로 볼 때 이 중 1000원은 가이드가, 1000원은 여행사가 수수료로 가져간다”고 말했다. 식비의 30%를 수수료로 떼는 셈이다. 따라서 중국인 관광객이 먹는 6000원짜리 음식은 시중 식당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가격의 음식보다 질이 훨씬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대학을 나온 뒤 관광업에 종사하는 김모(29) 씨는 “중국 관광객이 서울에서 4000원짜리 김치찌개 백반을 먹는다면 반찬은 단무지 하나만 나온다. 중국인은 요리 가짓수가 많아야 제대로 대접받는다고 느끼는데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드라마 ‘대장금’을 보면서 한국 음식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온 중국 관광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된다.

일부 중국인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저질 식사.
심지어 몇몇 중국인 가이드는 수수료를 더 챙기기 위해 중국인 관광객을 ‘중국산 저질 음식 재료’를 쓰는 식당에 데려간다고 한다. 중국인 가이드 D씨는 “우리는 수수료를 많이 준다는 식당을 택한다. 이 중 상당수는 중국인이 요리하고 값싼 중국산 재료만 쓴다”고 말했다. 그는 “맛도 없고 언뜻 보기에도 청결하지 않다. 공짜로 줘도 안 먹을 음식이 나온다. 그러나 가이드는 관광객이 불만을 갖든 말든 신경 안 쓴다”고 덧붙였다.
필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주로 받는 서울 홍익대 부근 한 식당을 찾았다. 5000원짜리 돌솥비빔밥에 반찬으로 건더기가 거의 없는 계란국과 단무지만 나왔다. 돌솥비빔밥의 고명도 달걀프라이, 오이채, 콩나물무침 등으로 부실해 보였다. 분식집에서 일반적으로 접할 수 있는 5000원짜리 돌솥비빔밥보다 질이 훨씬 떨어져 보였다.
실제로 많은 중국 관광객이 한국 음식에 불만을 터뜨린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음식에 대해 100점 만점에 70점을 줬다. 미주 관광객 82점, 일본인 관광객 78점보다 낮은 점수였다. 미국이나 일본에선 식비에서 수수료를 왕창 떼는 가이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식비 수수료나 저질 음식 문제는 중국인 관광객 중에서도 저가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관광객에게 집중되는 편이다. 중국 암웨이 회원들의 제주도 인센티브 관광을 유치한 화방관광 관계자는 “고가 한국 관광 상품을 이용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한국 음식에 매우 만족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한국관광공사가 중국인 여성 VIP 관광객을 겨냥해 내놓은 ‘슈푸리야 레이디스’ 관광상품의 경우 왕복 항공기 비즈니스 좌석에다 국내 교통편으로 고급 밴을 제공한다. 관광객은 점심 코스 요리가 4만 원, 저녁 코스 요리가 15만 원인 최고급 J한정식당에서 식사를 즐긴다. 또한 서울 강남의 G명품관과 C매장에서 쇼핑하고 20만~50만 원대 스파를 이용하며 특급호텔에 숙박한다. 비용은 4박5일에 420만 원이다.
반면 저가 한국 관광상품은 이 상품 가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34만 원부터 시작된다. 여행업계 관계자 A씨는 “여행사 간 관광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초저가 한국 관광 상품이 많이 나왔다. 이를 수수료 수입으로 보전하려고 하면서 중국 관광객에게 제공되는 음식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수수료 폭리는 관광이 진행되는 모든 곳에서 벌어진다. 일부 중국인 가이드들은 쇼핑과 관련해서도 최고 80%의 폭리를 취한다. 가이드와 특정 쇼핑센터가 미리 협의해 가이드는 높은 수수료를 받고 쇼핑센터는 시중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