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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글자로 본 중국 | 푸젠성

험한 산, 거친 바다 ‘헝그리 정신’ 활활

闽 - “사장 못 되면 남자 아니다”

  • 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험한 산, 거친 바다 ‘헝그리 정신’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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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2km 떨어진 兩岸

청나라는 반란의 고향인 푸젠이 불편했다. 대륙에서 패해 타이완으로 도망친 정성공을 고립시키기 위해 해안 50km 이내의 모든 마을을 파괴하고 주민을 강제 이주시켰다. 이 과정에서 1661~1663년간 8500명의 푸젠 어부와 농민이 죽었다. 해외무역을 금지하고 화교를 ‘외국과 밀통한 매국노’로 간주했다. 이에 많은 화교가 중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현지에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중톈은 구랑위(鼓浪嶼) 섬을 파도와 피아노 소리만이 들리는 조용한 섬이라고 묘사했다. 그러나 내가 찾은 구랑위는 관광객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당일치기 관광객이 대부분이라 저녁이 되면 비교적 한산해졌다. 평화롭고 조용한 섬의 골목을 한가롭게 거닐다가 어느 집 문 앞에 붙은 대련(對聯)을 보게 됐다.

廈門金門門對門

大小打



(샤먼과 진먼, 문과 문이 서로를 마주 보네

큰 포와 작은 포, 포와 포가 서로를 때리네)

기가 막힌 대련이다. 이 대련을 이해하려면 국공내전에 대해 알아야 한다. 무능하고 부패한 국민당 군대는 중국 전역에서 공산당 군대에 패배했고, 장제스는 타이완으로 도망쳤다. 공산당은 이제 샤먼의 코앞에 있는 진먼다오(金門島)를 점령하고 여세를 몰아 타이완까지 정복해 완벽한 통일을 이루려 했다. 이미 광활한 중국 전역을 해방시켰으니, 눈앞의 조그만 섬은 하루면 충분히 점령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군함이 없어 어선을 징발해서 1만 명의 병사, 하루치 식량, 승전 잔치에 쓸 소를 진먼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진먼에는 4만 명의 국민당군이 철벽 요새에 주둔하고 있는 데다가, 무기의 화력과 해·공군력은 공산당군을 압도했다. 공산당의 1만 병사 중 3000명은 전사, 7000명은 포로가 돼 단 한 명도 진먼을 탈출하지 못했다. 공산군은 강력한 해·공군력이 없으면 타이완 정복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포기했다. 진먼 전투는 국지전이 전체 판세에 큰 영향을 준 사례다.

중국과 타이완 정부가 각각 안정돼 갈 무렵 중동에선 혁명이 일어났다. 미국은 함대를 급파해 혁명을 억제하려 했다. 마오쩌둥은 중동의 혁명 세력을 지원하고자 타이완을 침공하는 시늉을 했다. 1958년 8월 23일, 중국은 진먼에 포격을 퍼부었다. 23일 오후 6시부터 2시간 동안 4만 발의 포탄이 떨어졌고, 40일 동안 47만 발의 포격이 가해졌다. 군인과 민간인을 포함해 600여 명이 죽고 2600여 명이 부상했다. 그 후에도 간헐적으로 포격이 계속됐고, 1979년 1월 1일 미중수교가 이루어지고 나서야 포격이 중단됐다. 구랑위의 대련이 말해주듯, 샤먼과 진먼이 맞붙어 큰 포와 작은 포를 날리던 세월이었다.

험한 산, 거친 바다 ‘헝그리 정신’ 활활

노점에서 두유를 파는 할아버지.

문 밖의 용, 문 안의 용

오늘날의 샤먼과 진먼은 나른할 정도로 평화롭지만, 불과 40여 년 전만 해도 기나긴 세월 동안 포탄이 날아다니던 전장이었다. 샤먼과 진먼의 거리는 2km밖에 안 된다. 린이푸(林毅夫) 전 세계은행 부총재는 1979년 진먼에서 육군대위로 근무할 때 농구공 하나를 끌어안고 헤엄쳐서 샤먼으로 탈영했다고 한다. 이제는 탈영 대신 양안 수영대회가 열려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면서도 샤먼에는 ‘일국양제 통일중국(一國兩制 統一中國)’, 진먼에는 ‘삼민주의 통일중국(三民主義 統一中國)’ 구호가 각각 걸려 있어 미묘한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님을 엿볼 수 있다.

활발한 무역을 펼친 푸젠은 광둥과 함께 세계 화교를 양분한다. 중국 안에 있을 때는 별 볼일 없이 살다가 해외에 나가면 펄펄 날아다니는 푸젠인을 보고 중국인들은 “문 안에 있는 벌레가 밖에 나가면 용이 된다”고 신기해한다.

오늘날 푸젠은 사상 최고로 격려받고 있다. 지난 4월 21일 푸젠은 신설 자유무역구로 선정됐다. 일대일로(一帶一路)에서 해상 실크로드의 기항지가 돼 옛 영광을 다시 찾으려 한다. 타이완의 교류·포섭에서도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험한 산, 거친 바다 ‘헝그리 정신’ 활활
김용한

1976년 서울 출생

연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Techno-MBA 전공

前 하이닉스반도체, 국방기술품질원 연구원


하지만 중국은 외국의 돈을 좋아할 뿐, 외부 생각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싫어한다. 서양 기술만 받아들이고 제도는 받아들이지 않던 중체서용(中體西用)의 21세기판이다. 폐쇄적인 중국에 개방적, 실용적인 푸젠이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푸젠인은 이제 문 안에서도 용이 될 수 있을까.

신동아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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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김용한 | 중국연구가 yonghankim78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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