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대한민국號 70돌 | 김호기 교수가 만난 우리 시대 지식인

“도전정신 잃은 3세 시대 한국재벌 최대위기 온다”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 교수

  •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도전정신 잃은 3세 시대 한국재벌 최대위기 온다”

2/4
“도전정신 잃은 3세 시대 한국재벌 최대위기 온다”

김상조 교수는 “재벌개혁은 경제민주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호기 소액주주운동을 자평한다면.

김상조 개인적으로 한국 시민운동에서 최고의 방법론적 혁신을 이뤘다고 생각해요. 그전까지 시민사회단체 활동은 두 가지 유형이었어요. 하나는 지식인들의 외침이었고, 다른 하나는 노조 같은 다수 대중의 외침이었어요. 이와 달리 소액주주운동은 교수,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상법이라는 법적인 권리를 행사하는 운동이었지요. 그렇기 때문에 보수적인 법관들조차 마냥 무시할 수는 없었어요. 더군다나 그 성과를 다수 소액주주의 참여를 통해 이끌어냈다는 데 주목해야 해요. 참여에 의해 성과를 만들어내고 그 성과를 축적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한국 시민운동의 중요한 혁신이었다고 감히 자평하고 싶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소액주주운동을 방법이 아니라 목적으로 이해한 사람이 적지 않다는 점이에요.

김호기 자본주의를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와 독일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눠볼 때, 진보적 성향의 지식인은 주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지지해왔습니다. 소액주주운동이 주주 자본주의를 공고화한 것 아니냐 하는 비판도 있었어요.

김상조 주주를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진보진영 내에서 제기됐지요. 그런 비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않았지만, 이 운동에 참여한 그 누구도 한국 사회를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처럼 만들려는 의도가 없었음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소액주주운동은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 식으로 말하면 ‘일반민주주의’를 추구한 개혁운동으로 볼 수 있어요. 그것이 추구한 것은 ‘정상화된 사회’였어요. 소액주주운동이 얼마만큼 진보적이냐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어요. 우리 사회에서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이 어느 부분까지 같이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담겼습니다.

김호기 현재 한국 경제의 최대 문제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새로운 산업도, 새로운 시장도 없는 일종의 이중고에 직면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뉴 노멀 시대, 낡은 전략

김상조 한국 경제의 문제는 두 가지라고 봐요. 하나가 ‘환경’이라면 다른 하나는 ‘주체’예요. ‘새로운 산업도, 새로운 시장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환경을 두고 하는 말이에요. 한국 경제는 10년마다 한 번씩 위기에 처했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성장산업과 새로운 해외시장 발견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씩 점프해왔어요. 2008년 이후의 위기는 한국만의 위기도 아니고 아시아의 지역적 위기만도 아닌 글로벌 위기예요. 저성장의 불확실성 시대, 다시 말해 ‘뉴 노멀’ 시대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한국 경제 미래의 먹을거리 산업은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어요. 물론 ICT(정보통신기술)나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츠 산업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것들이 과거와 같은 성장의 엔진 구실을 할지 상당한 의구심을 갖게 돼요. 새로운 성장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정직한 자화상이지요. 과거의 미국 시장, 중국 시장처럼 우리 제품을 받아줄 거대한 시장도 새로 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요. 불확실성이 자욱한 시대를 사는 셈이지요. 세계는 최근 G2의 시대로 넘어가요.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 문제처럼 새로운 G2 시대에 우리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도 가중된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김호기 주체의 측면에서는 어떻게 볼 수 있나요.

김상조 주체의 측면에서는 변화하지 않는 전략을 지적할 수 있어요. 최근 ‘87년의 질곡’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보수든 진보든 각 진영이 구사하는 전략을 보면, 4반세기 전인 1980년대 후반 한국 경제가 가장 큰 성공을 거둔,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이라 불린 ‘87년 전략’을 지금도 그대로 구사해요. 보수는 재벌기업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진보는 국가를 통해 경제 권력을 직접적으로 통제하려는 방식을 고수해요. 보수와 진보의 기본적인 전략이 고착화한 상태로 4반세기를 살아왔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가 불행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선택을 벗어나지 못하는 일종의 교착 상태이지요.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죄수의 딜레마’라고 하는데, 둘 다 자백하는 게 가장 나쁜 시나리오라는 것을 알고 있어서 그것을 벗어날 수 없는 셈이지요. 나만 변화하고 상대방이 변화하지 않으면 결국 나만 뒤집어쓰는 경험이 그동안 너무 많았기에,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과거의 낡은 전략을 계속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요.

다시 말하면, 환경은 새로운 산업도, 새로운 시장도 보이지 않는 뉴 노멀의 시대예요. 그런데 주체의 관점에서 보면 과거의 낡은 전략을 계속 고수하는 상황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을 더욱 강화한다고 봅니다.

일탈하는 사람 벌 줘야

김호기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 담론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부상했고, 이와 관련된 재벌개혁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어요. 하지만 최근 그 관심이 다소 시들해진 것처럼 보여요. 우리에게 경제민주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김상조 경제민주화 열풍이 2012년 한국 사회 전체를 뜨겁게 달군 것은 분명해요.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박근혜 대통령한테 속았다고, 특히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는데, 저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고 보고 싶어요. 새로운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엄정하게 집행한다는 차원에서 보면 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성과를 거의 내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라고 볼 수 있어요.

2/4
김호기 |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목록 닫기

“도전정신 잃은 3세 시대 한국재벌 최대위기 온다”

댓글 창 닫기

2020/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