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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은 강자의 선택 ‘安美經中’은 탁상공론

요동치는 동북아 체스판

  • 장량(張良) | 중국청년정치학원 객좌교수 · 정치학박사

동맹은 강자의 선택 ‘安美經中’은 탁상공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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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의 卒로 남을 것인가

국내외 일부 외교 전문가들이 미중 세력 전환기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주장하는 ‘균형외교’는 ①앗시리아, 신(新)바빌로니아, 이집트 사이에서 시계추 외교를 한 유다 왕국(BC 10세기~BC 6세기) ②중국 춘추전국시대 남방 강국 초(楚)와 북방 강국 진(晋) 사이에서 고통을 겪은 정(鄭) ③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 사이에 끼여 있던 폴란드 ④청(淸)과 일본(사쓰마번)에 양속(兩屬)되고 만 류큐(琉球) 등 수많은 역사적 사례가 증명하듯,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그러나 정나라와 폴란드가 인근 강대국에 지속적으로 침탈당한 끝에 결국 분할되거나 멸망하고 말았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균형외교는 근본적인 방책이라고 할 수 없다. 저명한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에 따르면 “과거 수세기 동안 한반도의 운명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 세력균형에 의해 좌우돼왔다”고 한다. 균형외교는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돼 있다. 강대국 정치의 졸(卒)로 계속 남아 있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북통일을 해야 한다. 그래야 강력한 국가를 만들 수 있다.

국가 안보 최후의 수단은 군사력이다. 군사력은 경제력과 무기의 수준 · 체계와 함께 군(軍) 지도자들의 정신 자세와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군 인사들은 미군에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해야 한다. 그리고 지도층 인사들은 북한을 통합해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는 강력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도층 인사들이 더 이상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만을 바라보지 않고 전쟁터 같은 가장 위험한 곳에 자기 자식을 먼저 보내는 등 지도자로서의 책무를 다할 때 국가안보는 반석 위에 놓일 것이다. 로마제국, 대영제국, 미국, 독일 제2제국, 일본제국 등은 흥성기에 예외 없이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희생해 국가를 지키고 발전시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중국의 정나라나 조선, 우크라이나처럼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는 제대로 된 친구도, 심지어 적(敵)조차 될 수 없다. 우리는 적군 앞에서 먼저 도망친 선조나 인조 같은 지도자가 아니라, 위험을 무릅쓰고 적진까지 들어간 을지문덕, 아들과 조카까지 종군시킨 이순신 같은 유능하고 국민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지도자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 을지문덕이나 이순신 같은 지도자가 국가사회를 통합 · 조직화할 때 통일외교는 순조롭게 추진될 것이며 5000만 인구의 한국이 통일은 물론, 13억5000만 인구의 중국, 1억2000만 인구의 일본에 맞서 국가와 민족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위대한 지도자는 국가와 민족의 운명조차 바꿀 수 있다. 12세기 칭기즈 칸은 가진 것이라고는 양과 말밖에 없던 몽골을 유라시아 대제국으로 창조해냈다. 19세기 비스마르크는 몇 백 개의 소국(小國)으로 분열돼 있던 독일을 통합해 강대국으로 재탄생시켰다.

“九鼎의 무게는 얼마인가”

동맹은 강자의 선택 ‘安美經中’은 탁상공론

이순신 같은 위대한 리더는 국가의 운명을 바꾼다.

칭기즈 칸이나 비스마르크 같은 영웅적 지도자의 출현을 기대하는 것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현실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도 영명한 인물은 얼마든지 있다. 지도자 선출 시스템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고, 유권자가 눈만 똑바로 뜬다면 그런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다.

앞서 다뤘듯 현 국제 질서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상대적 쇠퇴, 일본의 재무장 시도 등으로 인해 혼돈으로 빠져들고 있다.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와 최근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AIIB 가입은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가 끝나가고 있음을 말해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중국은 세계경제위기 이후 개발도상국에서 강대국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패권을 이양 받은 과정과 방법을 연구해왔으며, 하나하나 실행에 옮기고 있다.

춘추시대 중원 국가들에 의해 남방 오랑캐로 취급받던 초(楚)의 장왕(莊王)은 종주국 주(周)에 통치의 상징인 구정(九鼎)의 무게를 물었다. 이는 주의 종주권을 뺏어올 수도 있다는 선언으로 주의 종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시진핑의 “태평양은 미중 두 나라를 모두 수용할 만큼 넓다”는 발언 역시 중국이 앞으로 미국의 태평양 패권에 정면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세계제국 미국과 도전국인 중국 간 경쟁의 심화와 함께 일본의 재무장,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이슬람 극단세력의 대두 등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변화의 태풍 속에 동북아시아에서 가장 국력이 약하고 분단돼 있는 우리나라는 선택을 잘못하면 망국멸종(亡國滅種)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득실 애매한 외교 · 안보

이러한 절체절명 시대의 지도자는 을지문덕이나 이순신처럼 ①자신을 먼저 희생할 준비가 돼 있고 ②국민의 신뢰를 한 몸에 받으며 ③매우 유능하고 ④갈등과 분열의 치유(治癒)라는 시대정신(Zeitgeist)에 충실해야 한다. 지도자는 △투철한 역사의식 △민주주의에 대한 확고한 신념 △경제와 사회, 외교 · 안보 분야에 대한 지식과 통찰력도 갖춰야 한다. 이와 함께 판단력과 결단력도 갖춰야 한다.

지도자는 종적(縱的)으로는 역사, 횡적(橫的)으로는 지금 이 땅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 무한한 책임을 진다. 지도자는 진보와 보수, 영남과 호남, 빈부를 하나로 묶는 국민통합도 이뤄내야 한다. 또한 지금의 국민은 물론 그들의 후손이 안전하고 풍요로운 환경에서 살아갈 여건도 마련해줄 책임을 지녔다.

우리나라는 ①강대국에 둘러싸인 ②분단된 ③중견 국가로 외세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 국가다. 외교가 특히 중요한 이유다. 대통령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이 외교 · 안보정책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며, 장 · 차관의 진퇴는 대통령의 결정에 좌우된다.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장 · 차관과 그 휘하 관료들은 대통령의 말을 금과옥조(golden rule)처럼 받드는 경향이 있다. 지도자가 외교 · 안보정책의 방향을 잘못 잡으면 만회가 거의 불가능하며 심각한 후유증이 야기된다. 따라서 지도자는 외교 · 안보 분야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는 6 · 25전쟁과 1997년 경제·금융위기, 자원협력외교 등 현대사를 통해 무능하고 아집으로 가득한 지도층이 어떻게 국가적 위기나 대규모 경제적 손실을 불러왔는지 잘 안다.

지도자가 외교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조타(操舵)해나가지 못하면, 한국은 급부상하는 중국,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재무장에 나선 일본 사이에서 존망의 위기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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