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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죽고 살 확률 반반 다들 사명감으로 사투”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퇴치 인술(仁術)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 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죽고 살 확률 반반 다들 사명감으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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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책임감, 사명감에 파견 공고 前 자원 결심
  • ● 에볼라 퇴치 나선 각국 의료진 열정에 ‘뭉클’
  • ● 치료 경험 쌓고 국제사회 노력 동참 큰 보람
  • ● 전염병 실시간 이동…‘고도격리시설’ 갖춰야
“죽고 살 확률 반반 다들 사명감으로 사투”
1987년 미국 작가 로빈 쿡이 에볼라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소설 ‘아웃브레이크(Outbreak)’를 발표했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1995년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치사율 100%의 치명적 바이러스를 가진 아프리카 원숭이가 미국으로 건너가 새로운 감염을 일으킨다는 내용. 영화는 국내에서도 개봉돼 큰 화제를 모았다.

그로부터 꼭 20년 뒤, 영화 속 허구는 현실이 됐다. 지난해 3월 서아프리카를 시작으로 발병한 에볼라병(Ebola Virus Disease, 이하 에볼라)이 아프리카 지역을 벗어나 미국, 스페인 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4월 13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총 2만5626명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1만0619명이다. 대부분의 감염·사망자는 서아프리카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 집중 발생했다. 시에라리온에서만 1만2188명이 감염돼 3854명이 숨졌다.

지난해 9월 유엔은 ‘에볼라 특별고위급 회의’를 열고 세계 각국에 의료진 파견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에 걸쳐 민간과 군 의료진 24명을 순차적으로 시에라리온에 파견했다. 한국 구호대를 이끈 인물은 신형식(51)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의학박사). 신 센터장은 의료팀장을 맡아 구호대를 이끌고 불안과 두려움에 떠는 시에라리온 사람들의 두 손을 꼭 잡아줬다. 5월 4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신 센터장을 만났다.

에볼라 환자 첫 대면 순간



▼ 치명적 질병이 창궐하는 지역에 가겠다고 자원한 이유는.

“정부 차원의 일인 데다 우리 병원(국립중앙의료원)이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이에요. 제가 이곳 감염병센터장을 맡고 있어 일종의 책임감이 작용한 것 같아요. 의사로서 갖는 사명감이죠.”

▼ 주변의 반대로 지원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에볼라 공포가 확산되던 때라, 그런 병을 진료하러 간다는데 걱정하는 건 당연하죠. 그런데 제가 우리나라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진료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아내도 이해해줬어요. 파견 의료진 모집 공고가 나기 전에 자원하기로 결심했습니다.”

▼ 에볼라가 의사라고 피해가진 않을 텐데….

“지난해 10월 말 의료진 선발 공고가 날 때, 이미 많은 해외 의료진이 현지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벌이다 감염돼 사망한 상황이어서 심적 부담이 컸던 건 사실입니다. 더욱이 저는 1진 팀장으로 파견될 상황이어서 팀원 안전에 더 큰 부담감을 느꼈어요.”

그가 팀원들의 안전 귀국 못지않게 두려움을 느낀 순간이 있었다고 한다. 시에라리온의 에볼라 치료센터(이탈리아 비정부기구가 운영하는 ‘가더리치 에볼라치료센터’)에 도착 후 처음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보호복과 보호장구를 갖추고 통제구역인 2층 병상으로 들어가기 위해 첫발을 내디딘 때다.

“2층에 올라가면 환자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막 뛰었어요. 그런데 막상 환자를 보니 지금까지 숱하게 봐온 여느 환자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 에볼라 환자를 직접 본 건 처음이었나요.

“그전에 우리 병원에 감염 의심 환자가 내원했어요. 시에라리온에서 입국한 두 살 남자아이와 기니에서 귀국한 한국인 한 명이 진료를 받았죠. 기니에서 온 사람은 병원에 왔을 때 열이 있었는데, 두 사람 다 ‘음성’ 확진을 받았어요.”

▼ 임상치료 경험 없이 진료에 나선 거네요.

“평소 병원에서 보호복 탈착용 연습 등 준비는 많이 했어요. 언제라도 감염 환자가 오면 진료해야 하니까요. 시에라리온 출국 전에는 국군간호사관학교에서 사흘 동안 교육을 받았어요. 미국의 에볼라 파견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을 참고한 거죠. 지난해 12월 13일 출국해 영국에서도 일주일 교육을 받았고, 현지 치료센터에서도 나흘간 적응 훈련을 받았습니다.”

▼ 의사가 주사 놓는 법과 채혈하는 법까지….

“환자를 보려면 보호복과 보호장구를 완벽하게 갖추고, 장갑도 두 장씩 껴야 하니까 평소 진료와는 다르죠. 처음 경험하는 진료 상황에서 모든 의료행위에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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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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