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떤 이유에서 상호금융에 경쟁력 우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까.
“은행에서 대출 받으려면 내 소득이 얼마고 어떤 재산을 가졌는지 각종 서류를 챙겨가야 합니다. 하지만 농협 상호금융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40년 넘게 지역밀착형 금융사업을 해왔어요. 따라서 조합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죠. 우리끼리 ‘조합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알고 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웃음). 따라서 정태적으로 서비스하는 시중은행보다 정성적으로 관계형 금융업을 해온 우리가 훨씬 더 좋은 스마트폰 기반의 금융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는 “관계형 금융상품의 한 예가 최근 많은 인기를 누리는 ‘농업인 행복대출’”이라며 “그와 같이 각종 서류를 구비할 필요가 없는 상품을 스마트폰 기반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빅데이터 활용한 ‘스마트 금융’
농업인 행복대출이란 조합원의 조합 경제사업 이용실적(농산물 출하, 농자재 구입, 하나로마트 이용 등)이나 출자금 규모 등을 반영해 신용대출 한도를 최고 50%까지 높여주는 상품이다. 이 상품은 1월 출시돼 3개월 만에 판매 1조 원을 돌파했다.
한 예로 비닐하우스 설치 자금이 필요한 농업인이 신용대출 한도가 부족하다면 은행에 주택 등 추가 담보를 제공하고 돈을 빌려야 한다. 그러나 농협은 이 농업인의 출자금 및 직불금 수령액 등을 반영해 최대 50%까지 신용대출 한도를 높여준다. 추가 담보를 제공할 필요도, 담보 관련 서류를 마련할 필요도 없이 쉽게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것. 허 대표는 “그동안 오랜 거래관계에서 축적된 정보를 반영해 농업인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은 농협 상호금융만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농협 상호금융은 오는 10월까지 인터넷, 전화, 스마트폰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유입되는 고객 정보를 실시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스마트금융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고객의 빅데이터를 활용하겠다는 것인데, 그 구체적인 마케팅 아이디어는 뭘까. 허 대표는 “NH농협은행과 함께 하는 사업인데, 기업 정보라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며 “앞으로 어떻게 활동하는지 지켜봐달라”고 했다.
▼ 시중은행들은 스마트금융으로의 전환, 경영효율화 등을 이유로 지점을 축소하고 있습니다. 지점 운용과 관련해서는 어떤 입장이신가요.
“농협 상호금융과 시중은행 사이에는 관점의 차이가 존재합니다. 은행은 수익을 내는 수단으로서 지점을 운영하지만, 우리에게 지점은 일종의 ‘금융 인프라’입니다. 울릉도에 농협마저 없다면 그곳 분들은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어요. 또 농협 지점은 금융 업무만 하는 게 아니고 비료와 농약도 팔고 생활물자도 판매하고 있고요.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국가 금융 인프라 측면에서 운영돼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사실 지점은 농협중앙회가 아니라 각 지역 농 · 축협 소관이에요. 최근에는 효율적, 전략적으로 지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압니다.”
“비과세 혜택 연장해야”
저성장, 그리고 저금리는 모든 금융회사가 풀어야 할 난제다.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져 더 이상 이자수익에만 기댈 수 없는 금융환경이 됐다. 그러나 농협 상호금융의 이자수익은 전체 수익의 87%를 차지한다. 비이자수익 비중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즉, 새로운 수익원을 적극 개발해야 하는 것이다. 허 대표는 “여러 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며 “우선 보험과 카드 이익을 늘려야 하고, 스마트뱅킹 e수수료를 증대해야 한다”고 했다.

‘학구파’로 손꼽히는 허식 농협중앙회 상호금융 대표는 “배움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한 삶의 태도”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