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지세, 60대 이상에서 20∼30대로 확장
보수층 강력한 집권 의지가 만들어낸 이준석 당대표
윤석열·이준석 컬래버에 이재명 경쟁력 약점 노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6월 14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월 9일 첫 공개 행보로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왼쪽). 이재명 경기지사. [뉴시스, 동아DB]
그러나 지난 4·7 재·보궐선거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지금까지 20∼30대는 20∼50대로 묶여 범(汎)진보 진영, 주로 민주당을 지지해 왔다. 민주당이 2016년 총선 이후 2020년 총선까지 거푸 네 번이나 크게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전 대표의 20년 집권론이 힘을 받을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20∼30대는 올해 4·7 재·보선 출구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후보는 40∼50대에서만 선전했을 뿐 60대 이상에서도 크게 밀렸다. 국민의힘 지지기반은 60대 이상에서 20∼30대로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에 비해 민주당 지지기반은 40∼50대로 한정될 위기에 처했다.
대한민국 선거에서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지역과 세대다. 2000년 이전엔 지역 역할이 컸다.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은 호남+충청이란 지역연합에서 비롯된 탓이 크다. 2000년 이후엔 세대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고 있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은 20∼30대가 크게 기여했다. 20∼30대가 주축이 돼 노란 손수건, 희망돼지 저금통 등으로 경선·본선 드라마를 연출했다. 2016년 총선에선 50대가 처음으로 범진보 진영(민주당+국민의당) 우위 현상을 나타내기도 했다.
국민의힘, 20대와 남자 얻고 민주당과 선두 다툼
최근 1년간 20대 정당 지지 변화는 매우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 6월 2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20대 국민의힘 지지율은 39.0%에 달했다. 1년 전인 2020년 6월 2주 여론조사에서 20대 국민의힘 지지율은 24.8%로 민주당(38.2%)에 미치지 못했다. 20대 국민의힘 지지율은 조금씩 상승하다 지난 4월을 기점으로 폭발했다. 그리고 20대 국민의힘 지지율은 4·7 재·보선 출구조사에서도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YTN 의뢰, 2021년 6월 7~11일, 251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20대 지지율과 남성 지지율 상승은 이준석 당대표 출범과 관계가 있다. 이 대표는 반(反) 또는 비(非)젠더·페미니즘을 대표한다. 이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출마 선언에서도 여성할당제를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 젠더·페미니즘은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반(反) 또는 비(非)젠더·페미니즘을 쉽게 얘기할 수 없는 여건에서 이 대표는 새로운 영역을 선점한 셈이다. 게다가 20∼30대에서 반(反) 또는 비(非)젠더·페미니즘 분위기도 확산했다. 그리고 이는 국민의힘 20대와 남성 지지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 당선 배경엔 보수층의 강력한 집권 의지가 자리 잡고 있다. 보수층은 2016년 이래 네 번의 선거 패배와 4·7 재·보선 승리 경험에서 탈(脫)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20∼30대 확장, 새로운 이슈 선점 필요성을 학습한 것이다. 이 대표는 예상과 달리 국민의힘 지지층과 대구·경북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책임당원 중심인 당원투표에서도 1위 나경원 후보에 근접했다.
윤석열·이준석 컬래버에 노출된 이재명 약점
이 지사는 20대와 여성 지지율에서 약점을 노출하고 있다. 지난 6월 1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 전체 지지율은 24%였지만 여성은 20%에 머물렀고, 20대는 9%에 그쳤다. 지난 3월부터 5개월간 이 지사 전체 지지율은 23∼25% 사이를 오갔다. 여성 지지율은 전체보다 상당히 낮은 17%∼20%에서 움직였다. 20대는 최고 18%에 불과했다(한국갤럽 자체, 6월 1~3일 100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이 지사의 낮은 여성 지지율은 본선 경쟁력을 심각하게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지사는 높은 남성 지지율로 여성 지지율이 떨어지는 약점을 보완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출범과 함께 남성 지지율을 흡수하고 있다. 남성에서 강점이 있는 이 지사에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지사의 낮은 20대 지지율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윤석열·이준석 컬래버는 20대에서 강점이 있다. 과거 보수정당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양상이다. 이 지사가 캐스팅보트를 쥔 20대에서 윤 전 총장에게 밀린다면 승리를 장담하게 될 수 없다.
윤석열·이준석 컬래버는 상대적 강점이 있는 이 지사의 공정·정의 선점효과를 반감할 수 있다. 이 지사는 ‘불공정에 대한 분노’가 자신의 정치 동력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 지사의 공정·정의 해석은 ‘옛날 해석’에 가깝다. 연령별로는 40∼50대 맞춤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지사는 40∼50대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이 대표도 새로운 공정·정의를 내세우며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 그동안 586그룹을 중심으로 여권이 독점하고 있던 공정·정의 해석에 반기를 들었다.
대표적 사례가 ‘조국 사태’ 해석이다. 586그룹은 공정·정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하려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20∼30대에선 그게 공정·정의가 아니라며 반발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이준석 컬래버의 공정·정의가 20∼30대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윤석열·이준석 컬래버의 등장과 함께 이 지사의 공정·정의 선점효과는 반감됐다. 이 지사가 공정·정의 해석을 20∼30대로 확장하지 못한다면 경선을 1위로 통과한다고 해도 반쪽 승리에 그칠 공산이 있다.
이준석 나비효과, 이재명 정체-윤석열 상승
이 지사는 6개월 이상 여야 대상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5% 내외 안정적인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아직은 불안한 대세론이 공존하고 있다. 6월 중순 발표된 대선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대략적인 특징은 윤석열 상승세, 이재명 정체로 요약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6월9일 첫 공개 행보로 우당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했다. 대변인 등 일부 참모진 구성도 화제가 됐다. 이준석 대표 당선 후 입당 시기로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에 비해 이 지사 지지율은 정체를 보이고 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 지지율은 조사 방식에 따라 큰 편차를 보인다. 6월 13일 발표된 PNR리서치 양자 대결에선 윤 전 총장 지지율은 53.8%로 이 지사(39.2%)를 큰 격차로 앞섰다(머니투데이 의뢰, 6월 12일 1009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6월 7일 발표된 리얼미터 양자 대결에서도 윤 전 총장 51.2%로 이 지사(33.7%)를 따돌렸다(오마이뉴스 의뢰, 6월 7∼8일 2013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2%포인트).
다자 대결 ARS 방식에선 격차가 컸지만 전화면접 방식에선 동률을 기록했다. 6월 14일 KSOI 여론조사에선 윤 전 총장 지지율이 35.5%로 이 지사(27.7%)를 추월했다. KSOI는 양자대결을 실시하지 않았다(TBS 의뢰, 6월 11∼12일 100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6월 10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선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24%로 똑같았다. 전국지표조사도 양자 대결은 실시하지 않았다.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통신3사 제공 가상번호를 활용했다(NBS 의뢰, 6월 7∼9일 1007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윤 전 총장 지지율은 ARS(PNR리서치, 리얼미터, KSOI), 낮은 응답률(PNR리서치, 리얼미터)에서 높게 나온다. 이 지사 지지율은 무선전화면접·높은 응답률(전국지표조사)에서 유리하다.
학계에선 일반적으로 여론조사 응답률이 높을수록 정확도 역시 개선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발표된 양자 대결은 주로 ARS 방식을 활용했다. 응답률이 높은 무선전화면접 방식의 양자 대결 표본수가 좀 더 많아질 때 이 지사, 윤 전 총장 지지율을 제대로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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