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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에게 ‘전생’을 묻다

“한 걸음 뒤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그네의 삶…그게 카르마와 이별하는 길”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하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종교학자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에게 ‘전생’을 묻다

  • ● ‘업보’ 카르마(Karma)와 인간의 욕망
    ● 자기의 카르마를 아는 것이 지혜의 출발
    ● 현생에 주어진 카르마를 해결하지 않으면…
    ● 카르마 법칙은 징벌이 아니다
    ● 3주 만에 죽은 아들 전생 체험한 와이스 박사
    ● 미국 주류 정신의학계가 인정하는 최면 치료
    ● 생에서 주어진 카르마를 해결하는 게 과제
    ● 미워하고 욕하는 건 카르마를 만드는 일
    ●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관조적 삶
신동아는 인문학재단 플라톤아카데미와 함께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 시리즈를 진행한다. 플라톤아카데미는 2010년 11월 설립된 국내 최초 인문학 지원 재단으로 인류의 오랜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삶의 근원적 물음을 새롭게 전한다는 취지로 연구 지원, 대중 강연, 온라인 포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 선보이는 ‘삶이 묻는 것들에 답하다’는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바뀌고 있는 세상에서 삶의 나침반을 잃어버린 듯 공허감을 겪는 우리에게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모색하는 사람들의 인터뷰로 진행한다. <편집자 주>

한국죽음학회를 만들고, 평소 임종과 ‘웰다잉’에 대해 연구한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허문명 기자]

한국죽음학회를 만들고, 평소 임종과 ‘웰다잉’에 대해 연구한 최준식 이화여대 명예교수. [허문명 기자]

오래전 이혼하고 혼자 딸을 키우며 살아온 60대 지인이 있다. 그녀에게는 늘 가슴속 돌덩이처럼 무거운 ‘인간관계 숙제’가 하나 있었는데, 딸이 자기보다 전남편과 더 친하다는 거였다. 자신에게 경제적으로는 물론 정서적으로 전혀 도움을 주지 않던 전남편에 대한 미움이 많은 그녀는 자기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딸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다툼도 잦아졌다. 급기야 직장인인 딸은 독립을 선언하며 집을 나가버렸다.

심적 고통이 심했던 그녀는 명상 수행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어느 날 집중 수련을 통해 딸에 대한 미움을 걷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말이다.

“그동안에도 마음의 어려움이 닥칠 때면 명상을 하곤 했지만 한 달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딸에 대한 감정을 파고들어 가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딸과의 인연이 단지 현생에서의 인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생을 통한 인연법의 결과라는 깨달음이 왔다. 어쩌면 전생에 내가 딸에게 큰 신세를 지었고 현생에서 그것을 딸에게 갚아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기자는 그가 경험한 마음의 상태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서두에 길게 그의 사연을 소개하는 것은 누구나 다 있을 법한 인간관계의 어려운 문제들을 ‘전생’이라는, 비록 검증되지 않은 내러티브이긴 하나 그것을 통해 정신적 만족과 행복을 얻었다는 점이다.



최준식 교수는 신간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할 카르마 강의’를 통해 영혼의 윤회와 현생이 주는 삶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카르마에 대한 지혜를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최준식 교수는 신간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할 카르마 강의’를 통해 영혼의 윤회와 현생이 주는 삶의 고통을 줄이는 방법으로 ‘카르마에 대한 지혜를 가질 것’을 강조하고 있다.

자기의 카르마를 아는 것이 지혜의 출발

그런 사연에 접했을 즈음, 종교학자인 최준식(66) 이화여대 명예교수의 신작 ‘너무 늦기 전에 들어야 할 카르마 강의’라는 책을 접했다. 카르마란 무엇인가, 과연 전생이란 있는 것인가, 현생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쉽고도 깊이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최 교수는 미국 템플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고 이화여대 한국학과에서 교편을 잡은 뒤 한국인과 한국인의 정신문화 연구에 매진해 왔다. 죽음이나 임종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 2005년에는 국내 처음 한국죽음학회를 발족시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복궁이 바라보이는 서울 삼청동 초입의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우선 카르마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영어 철자로는 ‘Karma’라고 쓰는데 산스크리트어다. 한국 사람들도 일상에서 많이 쓰는 ‘업(業)’이라는 개념이다. 업이나 카르마는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뜻한다. 내가 하는 모든 일, 그것이 원인이 돼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개념인데, 우리가 많이 쓰는 ‘업보(業報)’라는 말이 그런 의미를 담은 단어다. 전통 불교에서는 인과응보(因果應報) 법칙이라고 한다.”

-요즘 세상은 인과응보가 통하지 않는 것 같다(웃음).

”겉으로는 그렇게 보여도 카르마 법칙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오차 없이 작동한다. 특히 삶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사람이라면 우선적으로 습득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알다시피 돈이나 명예, 지위, 물욕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 않은가. 죽을 때까지 절대 채워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주는 행복은 잠시뿐이다. 더 궁극의 문제를 안고 해결하면 비로소 꽉 찬 진정한 행복감을 맛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카르마를 아는 게 중요하다.”

그는 이 대목에서 속세의 삶을 ‘놀이동산’에 비유했다.

“영혼에도 어린 영혼, 성숙한 영혼이 있다. 영혼이 얼마나 순수하고 맑은지를 말하는 것이지 육체적 나이와는 상관없다. 어린 영혼들은 이 놀이동산 같은 속세에서 우선 놀기 바쁘다. 가고 싶은 곳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먹고 싶은 것도 많다.

이런 걸 (전생에서) 다 겪은 성숙한 영혼들은 그런 것들이 별거 아니게 느껴진다. 그들에게는 이 ‘지구 학교’를 빨리 졸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수행이다. 자기 자신과 깊이 대화하면서 깨달은 카르마의 법칙을 잘 알고, 이생에 해결해야 할 과제가 뭔지 깨달아 이를 잘 수행하면 영혼이 성숙되어 윤회의 사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게 카르마 법칙이 주는 메시지다.”

-요즘 ‘화천대유’ 사건과 관련한 뉴스를 보면 단위가 수천억대다. 인간의 욕망 중에 돈을 향한 에너지가 가장 큰 것 같은데.

“맞다. 삶은 거의 돈이라고 할 정도로 돈이 갖는 에너지가 크다. 그러나 인간의 돈에 대한 추구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똑같았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개체로 존재하는 한 이기적 존재다. 생각하는 순간부터 이기심이 생긴다. 이걸 ‘에고(ego)’라고 할 때 이 의식의 가장 큰 표현이 돈이다. 돈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의 쾌락은 엄청나다. 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목마른 사람이 소금물을 먹은 것처럼, 끝이 없다는 게 문제다.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카르마 법칙은 징벌이 아니다

-흔히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라는 표현처럼 ‘업보’라는 말은 벌을 주는 법칙처럼 다가오는데.

“카르마 법칙은 벌을 주는 법칙이 아니다. 내가 이생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를 알아가기 위한 정보다. 현재 처한 상황이 아무리 힘들고 좋지 않다고 해도 거기에는 카르마가 작동하는 메시지가 있다. 예를 들어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거나, 사업에서 망했다거나,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냈거나,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는 등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남을 원망하거나 탓할 일이 아니라 내 사정이 그렇게 된 이유와 원인을 알면 영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다. 카르마 법칙은 바로 이런 생각을 하도록 인도해 준다.”

-어떻게 카르마 법칙에 관심이 생겼나.

“그 역시 카르마에 따른 것이다(웃음). 사실 왜 사는지, 나는 왜 여기에 이렇게 있는지 의문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그런 질문들이 마음속에서 올라올 때 사람들은 우선 신(神)을 찾는다. 하지만 이 세상의 불평등과 악을 보면 과연 신의 뜻은 무엇인가, 설명이 안 되는 것이 너무 많다. 카르마 이론은 삶의 고통과 힘듦은 내가 이미 선택하고 전생부터 이어지는 업에 의한 작용이라는 거다. 그것의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인과관계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최준식 교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최준식 교수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양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왜 우리는 영혼의 성숙을 향해 가야 하나. 어떤 사람들은 그런 고민 없이 행복하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마치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다. 철모를 때는 남을 괴롭히고 미워하고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정신적 수준이 올라가면 모든 생명은 다 연결돼 있다거나, 남을 괴롭히면 안 된다거나 하는 것을 자각하게 되지 않는가. 겉이 아닌 내적인 질서, 지혜를 깨달아야 본인과 다른 사람이 편안해질 수 있다. 물론 그런 삶이 싫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말이다. 아직 때가 안 된 거다.”

-나의 카르마를 어떻게 알 수 있나.

“내게 가장 중요한 인연은 누구인지, 진짜 좋아하고 싫어하는 일은 뭔지, 지금까지 내게 일어난 사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뭐였는지, 이런 질문에 진지하게 묻고 답하면서 그 하나하나에 카르마 법칙을 적용해 보는 거다. 그러면 나를 둘러싼 여러 사안과 사건에 도도하게 흐르는 카르마 법칙을 어느 정도 읽어낼 수 있다. 내가 지금 왜 이런 환경에 처해 있는지는 물론 이번 생에 가장 중요한 과제가 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과제란 게 뭔가

“다른 사람들과 얽혀 있는 인간관계 문제가 제일 많은 거 같다. 부모 자식, 형제 간, 부부 간의 갈등 같은 거 말이다. 카르마를 깊이 알게 되면 모두 이 전 생의 수많은 생에서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걸 알고 현재의 갈등을 지혜롭게 푸는 일이 카르마를 소멸시키는 것이고, 영적으로 성숙해 가는 것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 소멸’이 이것이다. 또 중요한 것이 자신의 카르마에 따라 인생의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천직을 찾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명(命)을 거부하고 다른 방향으로 엇나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본인이 가장 큰 손해를 본다. 카르마라는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헛힘 쓰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인연법을 알고 따라 직업도 선택하는 게 비용을 절약하는 것이다.”

-과연 전생이란 게 있나.

“카르마 법칙은 원래 인도 종교에서만 논의됐을 뿐 여타 지역이나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에서는 논의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 20세기에 아주 뜻밖의 지역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졌는데,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미국 주류 정신의학계에서 최면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내담자를 영혼의 세계나 전생으로 보내는 실험 사례가 많이 생겼는데, 놀랍게도 힌두교나 불교에서 이야기됐던 인간의 전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한 거다. 단순히 전생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여러 생을 관통하는 법칙이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됐다. 참고로 최면은 미국 의료계로부터 정통 의료법으로 정식 인정을 받았다.”

미국 주류 정신의학계가 인정하는 최면 치료

미국의 저명한 예언가 에드거 케이시.

미국의 저명한 예언가 에드거 케이시.

-구체적인 사례를 든다면.

“가장 먼저 중요하게 거론돼야 할 사람이 미국의 저명한 예언가이던 에드거 케이시(1877~1945)다. 그는 2000여 건에 달하는 엄청난 최면 치료 임상 사례를 남겼는데 매우 구체적이다. 원래 독실한 개신교인이었지만 최면 연구를 하면서 환생론이나 카르마 법칙을 받아들였다. 전생 체험이란 것이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진실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없지만, 케이시는 어떻든 최면 치료와 전생 치료를 통해 환자들을 치유했다. 우리는 아직도 이런 연구가 도입되고 있지 않은데, 미국에는 엘리트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환생이나 카르마 법칙에 눈을 떠 인생의 향방을 바꾼 사람이 꽤 있다. 브라이언 와이스(1944~)가 대표적이다. 컬럼비아대와 예일대에서 정신과를 전공하고 현재 마이애미대 병원 정신과 전문의를 하고 있는 최고 엘리트다. 그는 최면 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을 괴롭히는 심리적 고통이 단지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전생에서 경험한 사건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아냈다. 이를 책(‘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으로 펴내기도 했는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카르마에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은 불행해지나.

“전생을 모르더라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은 불교·기독교 경전에 다 나와 있다. 다만 설명을 안 해주니까 따라가기가 힘든 거다. 원수를 무조건 용서하라고 하는데 이유를 알아야 용서할 것 아닌가. 이럴 경우 카르마 법칙을 안다면 뭔가 마음을 더 내려놓을 수 있지 않을까. 부정적 카르마가 더는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예를 들어 중국 무협소설에도 나오지만 아버지 죽인 원수를 20년이나 찾아 헤매다가 결국 복수하는 아들이 그것으로 만족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나. 카르마가 해소가 안 된 것이다. 카르마를 안다면 좀 더 성숙하고 높은 차원의 해소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에 주어진 카르마를 해결하는 게 과제

[동아DB]

[동아DB]

그는 “그런 점에서 자살은 정말 안 된다”고도 했다.

“자살을 통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온 근사체험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순간이 그렇게 고통스럽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 이건 해서는 안 된다, 정말 나쁜 짓이구나’ 하는 처절한 자각과 함께 육체적 고통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온갖 부정적 생각과 망상 속에서 지옥을 경험한다는 거다. 어차피 주어진 삶, 주어지는 대로 편안하게 죽으면 될 텐데, 그걸 억지로 끊으려 하니 부정적 에너지가 나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것이 다음 생에 그대로 전달된다는 거다. 그럴 경우 다시 태어났을 때 다시 나쁜 에너지를 가진 인연들과 얽혀서 고생을 반복한다.”

그는 “우리가 지금 생에 주어진 카르마를 해결하지 않고 생을 마감하면 그 카르마는 그대로 남아 언제일지 모를 다음 생을 기약하게 된다”며 “카르마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전 생의 부정적 에너지는 그대로 우리 의식에 저장돼 있다가 그걸 풀 수 있는 환경이 세팅되면 현생의 과제로 주어진다. 이걸 알면 현재 내가 겪는 어려움의 원인이 사실은 내가 만든 것이라는 알게 돼 긍정적 에너지로 바뀐다. 이게 바로 카르마를 해결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브라이언 와이스 박사는 아들이 태어난 지 3주일 만에 갑자기 죽었는데, 전생 체험을 통해 아들의 과제가 사랑하는 아버지의 영적 각성을 돕는 것이었음을 깨닫게 돼 슬픔을 극복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자신의 카르마를 몰랐다면 아들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슬픔과 부자지간에 얽힌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그냥 그렇게 살다갔을 것이다.”

-책에서, 삶을 ‘죄수들의 생일파티’에 비유했다. 너무 부정적 아닌가.

“육체라는 한정된 틀에 갇혀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 생각은 계속 일어나고. 안 그런 사람은 전생에 선업(善業)을 많이 쌓은 사람이다. 불교에서 이번 생이 마지막인 사람들을 ‘아나함’이라고 하고 다음 생이 마지막인 사람을 ‘사다함’이라고 하는데, 어떤 연구를 보니까 아나함들이 뜻밖에도 굉장히 평범한 사람이었다. 주변에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존재감은 없지만 항상 남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영적으로 굉장히 성숙한 사람들이다. 돈이 많고 권력이나 명예가 높은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이런 사람들 중에서 이 생이 마지막인 사람이 많다는 거다. 지구학교 완전 졸업반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위로의 말을 해준다면.

“내 앞가림도 못 하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나.”

답을 조르자 그에게서 다음 같은 말이 나왔다.

“다 당신이 지은 것이라고 말하면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자꾸 ‘힐링’해달라고 하는데, 각자가 만든 건데 누구한테 힐링을 받나. 이집트 설화 중에 가방 이야기가 있다. 앞뒤 주머니가 달린 건데, 앞에는 자기가 잘한 일만 담아두고 뒤에는 못한 일을 담아두는 거다. 근데 뒤는 안 보인다. 삶에서 환난을 겪을 때 자꾸 뒤를 들춰보고 반성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게 지성이다.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슬슬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

-영적인 최종 목표는 윤회의 사슬을 끊는 것이라고 하던데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원하는 것보다 세상이 원하는 걸 하다가 생을 끝낸다. 깨달음이나 자아실현 같은 건 언감생심이다. 그런 비현실적 목표를 지향하기보다 실질적 목표를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할 때 카르마를 적게 만드는 일을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우리들 대부분은 노상 누군가를 미워하고 욕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하다못해 정치인에 대해서도 얼마나 많은 험담을 하며, 연예인에 대한 공연한 구설을 얼마나 많이 만들고 있나. 이 모두 카르마를 만드는 일이다. 이런 일을 하루아침에 끊을 수는 없지만 양을 대폭 줄일 수는 있다. 가능한 한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카르마는 우리가 감정에 휩쓸릴 때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 부처가 사람을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말라고 한 건 그 말이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어렵지 않다. 미워하고 욕하는 자신을 주시하면서 ‘아 내가 지금 사람을 욕하고 있구나’ 하고 되뇌면 에너지가 대폭 약해진다. ‘마음챙김’ 명상이 바로 그것이다. 되도록 삶을 나그네처럼 산다고 생각해 보자. 한 걸음 뒤에서 나를 바라보고 관조하는 삶. 좋다 싫다는 격렬한 감정이 일어나도 그걸 마음에 싣지 않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훈련하다 보면 마음이 초연해진다. 그러면 카르마와 이별할 수 있다.”

#키르나 #최준식 #플라톤아카데미 #신동아



신동아 2021년 11월호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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