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지자체 합동평가’ 전국 1위
17개 광역단체 중 재정자립도 17위
적극행정 상징 ‘1기업-1공무원’ 담당제
253명 사무관, 253개 벤치마킹 사례 발표
협치 위해 여당 출신 3급 정책협력관 채용
김관영 전북도지사. [전북도청]
이번 합동평가에서 전라북도는 82개 정량 평가 중 80개 지표를 달성, 목표 달성률 97.6%를 기록하며 전국 1위에 올랐다. 전국 평균 90.9%보다 6.7%포인트 앞선 성적이다.
전북 도정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당선한 김관영 도지사가 이끌고 있다. 사법시험과 행정고시, 공인회계사 시험까지 패스한 ‘고시 3관왕’ 출신이다. 김앤장 변호사를 거쳐 19,20대 의원을 지냈다. 국회의원 시절에는 수석대변인, 대표비서실장, 수석사무부총장, 수석원내부대표, 원내대표, 최고위원 등 당 핵심 요직을 두루 경험했다. 그는 입법·사법·행정 등 대한민국 국정 운영 시스템 전반을 두루 경험한 보기 드문 커리어를 갖고 있다.
국토 면적 8%, 인구 3.4%, GRDP 2.7%
6월 14일 김관영 전북지사가 제1회 ‘전북CEO 지식향연’에서 강연하고 있다. [전북도청]
전라북도가 당면한 과제는 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일자리 핵심은 기존 기업이 잘돼 일자리를 더 늘리도록 하고,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새로운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김 지사는 ‘기업하기 좋은 전북’을 만들기 위해 취임 후 몇 가지 상징적 조치를 취했다고 소개했다.
“도 공무원 500명과 전북에서 활동하는 500개 기업을 일대일로 매칭해 ‘1기업-1공무원 담당제’를 도입했다. 일주일에 한 번 담당 공무원이 해당 기업에 전화해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한 달에 한 번은 기업을 방문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펴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다. 기업 활동을 창의적으로 돕기 위해 적극 행정을 펴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환경 단속 사전 예고제’다. 불시에 단속해서 기업을 어렵게 하는 게 아니라 ‘언제 단속할 테니 미리 개선하라’고 일정을 알려준다. 이 제도가 기업들에 좋은 시그널을 줘 반응이 굉장히 좋다.”
기업 투자 유치로 일자리를 늘리려는 그의 간절한 염원은 “전북에 와서 / 성공한 / 기업들을 위하여”라는 뜻의 건배사 ‘전·성·기’에도 잘 드러나 있다.
김 지사는 “기존 기업이 잘되도록 돕고, 새 기업을 유치하고, 창업을 활성화하는 세 방향에서 전북 경제 도약을 꾀하려 한다”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법인세를 내는 기업인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와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애국자 기업인들이 창의력을 발휘하는 데 장애가 되는 요인을 제거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관영 지사(앞줄 중앙)가 ‘전북CEO 지식향연’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전북도청]
김 지사는 전북 경제 도약을 위해 농생명바이오 식품산업과 문화관광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김 지사는 새만금에 전북의 신성장산업으로 2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2차전지 특화단지 경쟁에 뛰어든 이유가 뭔가.
“최근 새만금 100만 평(약 330만m2) 부지에 2차전지 회사들이 입주하기로 했다. 특히 2차전지 소재 분야 선도 기업들이 새만금을 생산기지로 점찍고 본격 투자를 시작했다. 앞으로 새만금이 2차전지 소재별 밸류체인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새만금 산단에는 주로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들의 투자가 주를 이뤘다.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2차전지 소재 분야 선도 기업들이 새만금을 생산기지로 선택하면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전라북도는 2차전지 관련 기업 23곳과 7조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었는데 이 가운데 6조 원 넘는 투자가 새만금에 집중돼 있다.
2차전지는 전북의 신성장산업
2차전지 특화단지로 새만금이 갖고 있는 강점은.“대한민국에서 새만금만큼 대규모 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은 없다. 새만금은 단일 기업에 10만 평(약 33만m2) , 그 이상도 제공할 수 있다. 장기임대용지의 경우 가격까지 저렴하다. 평당 5000원 미만으로 최장 100년간 임차할 수 있다. 특히 생산공장에 필요한 전력, 용수, 폐수처리 등 기반시설도 충분하다. 여기에 새만금 산단이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되면서 새만금 투자자나 기업은 법인세와 소득세를 처음 3년 동안에는 100%, 이후 2년은 50% 최장 5년간 감면받을 수 있다. 또한 요즘 기업들의 지상과제인 탄소중립 문제도 새만금에서는 해결할 수 있다. 현재 새만금에 7GW 규모의 재생에너지 클러스터와 스마트 그린산단을 조성하고 있다.”
2차단지 특화단지 지정을 위한 평가 때 김 지사는 직접 프레젠테이터로 나섰다.
“우리 전북이 간절하다. 1%의 가능성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뭐든 하려고 한다. PT를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했다. 주말을 반납하고 2차전지 산업에 대해 공부했고, 공개 PT를 앞두고 직원들 앞에서 20번 넘게 리허설했다.”
김 지사는 “‘거제’ 하면 ‘조선’, ‘광양’ 하면 ‘제철’이 떠오르듯 10년 안에 ‘새만금’ 하면 ‘2차전지’가 연상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새만금을 ‘2차전지 핵심소재 공급기지’로 육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만금에 2차전지 특화단지를 유치하는 것 못잖게 김 지사가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가 농생명바이오식품산업이다. 그는 “전북은 농생명바이오식품산업 분야에서 특히 경쟁력이 있다”며 “R&D 에서부터 생산,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가장 젊은 편에 속하는 김관영 지사는 전북 발전에 대한 의욕으로 충만해 보였다. 혼자서는 빨리 갈 수 있지만, 먼 길을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법. 행정도 마찬가지다. 도지사가 나 홀로 너무 앞장 서 나가면 공직사회와 괴리가 생겨 ‘지체 현상’이 빚어지기 십상이다. 김 지사의 경우는 어떨까. ‘함께 혁신’해서 ‘함께 성장’하고, 그 결과 ‘새로운 전북’을 만들겠다는 그의 목표를 전북도 공무원들은 얼마나 공유하고 있을까. 김 지사는 자신의 비전과 공무원들의 사명감을 일체화하기 위해 도지사 취임 직후 ‘업무보고’ 대신 ‘벤치마킹 사례발표’라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고 한다.
사무관급 팀장에게 업무보고를 받았는데….
“팀장급 사무관은 도정 허리 구실을 하는 존재다. 가장 역동적으로 일하고, 창의적으로 행정을 이끄는 핵심 인력이다. 무엇보다 팀장급 사무관이 해당 업무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일반적인 업무보고 대신 앞으로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우수 사례를 찾아 발표하자고 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53명 사무관이 발표한 내용 중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253개 벤치마킹 사례 모두를 채택했다.”
벤치마킹 사례발표가 큰 화제를 불러 모으자 다른 공무원들도 “우리도 도지사에게 사례 발표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해왔다. 김 지사는 ‘내가 도지사라면’이라는 주제로 아이디어 공모를 실시했다. 이번에도 300건 넘는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그중 80건을 채택, 현재 시행하고 있다.
김 지사는 서울을 오가는 KTX 안에서 가방 속에 든 253개 벤치마킹 사례를 수시로 꺼내 살펴본다고 한다.
“이 좋은 벤치마킹 정책들이 시행되면 우리 도민들이 참 좋아하겠구나하는 생각에 너무 뿌듯하다. 그래서 9월에 다시 한번 팀장 발표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해 발표한 벤치마킹 사례가 올해 어떻게 시행됐는지 점검하는 차원이다. 올해도 가장 잘한 팀장에게 승진 인센티브를 줄 예정이다. 함께 혁신하고, 함께 성장해서 새로운 전북을 만들겠다는 다짐과 약속이 공직사회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음을 느낀다. 무엇보다 ‘할 수 있다’ ‘한번 해보자’는 자신감을 회복한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
김 지사가 ‘함께 혁신’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처한 정치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전북도의회 상황만 놓고 보면 그는 걱정할 게 없어 보인다. 40명 도의원 중 37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그러나 전북 도정을 꾸려가는 데 중앙정부, 특히 여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김 지사는 도지사에 당선되자마자 도지사가 임명할 수 있는 3급 ‘정책협력관’을 여당 몫으로 배정했다. 실제 국민의힘 전북도당에서 추천한 인사를 임명했다. 형식은 물론 내용적으로도 ‘협치’를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정책협력관은 여당과 소통을 전담한다. 일도 많이 하고 성과도 많이 내고 있다. 17개 시·도 중 전라북도가 유일하게 ‘협치’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여야 협치뿐 아니라 김 지사는 ‘교육 협치’를 위해 도지사 집무실 바로 앞에 ‘교육혁신추진단’도 꾸렸다. 도청과 교육청, 대학에서 파견 나온 교육 담당자들이 함께 모여 수시로 협의하며 소통하며 전북 교육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김 지사는 자신이 도정에 임하는 자세를 ‘도전경성’이란 네 글자로 압축해 설명했다.
“유지경성(有志竟成)이란 말을 참 좋아한다.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성공한다는 말이다. ‘유지경성’에서 ‘뜻이 있다’는 ‘유지’ 대신 ‘도전’을 붙여 ‘도전경성’을 공직자의 자세로 삼고 있다. 단 1%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하자는 것이다. 성공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배우는 과정이다. 또 최선을 다해 준비하다 보면 설사 되지 않더라도 뭐가 부족해 안 됐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 점을 보완하면 다음에는 성공할 수 있다. 지금은 1% 가능성을 보고 도전하지만 다음 번 도전 때는 10%로, 계속 도전하면 30%, 50%까지 높아져 결국 해낼 수 있게 된다. 여건과 환경을 탓하기 전에 먼저 가능성을 찾고 적극 도전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김 지사는 새만금 2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와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유치’ 등 전북의 미래가 걸린 주요 공모사업에 직접 프레젠테이터로 나서는 등 ‘도전경성’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지방 소멸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북은 어떤가.
“수도권과 지방 생활을 두루 경험해 봤다. 지방이라고 문화나 복지 등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은 오해고 편견이다. 오히려 집값이나 물가가 낮고, 교통 체증이 없는 등 지방이 강점을 지닌 부분도 많다. 그런데도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난다. 이유는 분명하다. 일자리와 교육 때문이다. 결국 기업과 대학이 와야 소멸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기업과 대학을 지방으로 보내면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위기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김 지사는 “기업과 대학이 자발적으로 지방에 올 수 있는 전폭적 지원이 있으면 가능하다”며 “국회에서 최근 ‘분산에너지법’이 통과돼 지역별 전기요금제 도입을 모색할 수 있게 됐는데, 전력 소비량이 많은 기업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민주주의에 헌신했던 전북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신화를 창출하는 것이 도정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전북에는 성공 경험이 부족했다. 수도권과 영남, 그리고 호남 안에서의 격차로 인한 열패감과 좌절감이 도민을 아프게 했다. 전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일의 크고 작음을 떠나 성공의 경험을 도민이 자주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1등 하는 일이 잦아지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신이 나는 게 인지상정이다. 전북이 1등 할 수 있는 분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도전하고 성취해 내겠다. 전북이 가는 길이 대한민국이 가는 길이 되도록 더 열심히 뛰겠다.”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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