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1대 총선 석권
6·1지방선거부터 분위기 바뀌어
갑, 개혁신당 조응천 출마로 3파전
을, 민주당 현역 공천 경쟁
병, 국민의힘으로 간 조광한 권토중래
“민주당이 지금 쩌∼억 하니 갈라지고 있죠”
경기 남양주시 곳곳에 여야 총선 예비후보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호영 기자]
표심 변화는 6·1지방선거 때부터 감지됐다. 3·9대통령선거까지만 해도 남양주시 표심은 이재명 52.32%, 윤석열 44.42%로 민주당 강세가 유지되는 듯했다. 대선 두 달여 뒤 치러진 6·1지방선거 때 국민의힘 주광덕 남양주시장 후보가 53.44%를 득표하며 46.55%에 그친 최민희 민주당 후보를 큰 표 차로 누르고 당선했다. 도의원 선거에서도 갑과 병 지역에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가 각 1명씩 당선했고, 을 지역에서만 민주당 후보가 모두 당선했다. 남양주시의회도 국민의힘 11석, 민주당 10석으로 국민의힘 우세로 바뀌었다.
6·1지방선거 때 드러난 표심을 토대로 22대 총선을 전망한다면 남양주갑과 병은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 박빙 승부가 예상되고, 남양주을은 민주당 우세를 예상해볼 수 있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 하나가 등장했다. 남양주갑에서 20대, 21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성공한 조응천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개혁신당에 합류한 것.
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3파전으로 선거 구도가 바뀐 상황에서 남양주갑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4월 10일 투표권을 행사할 남양주 시민들은 어떤 판단을 하고 있을까.
21대 총선 갑·을·병 민주당 석권
“민주당이 지금 쩌∼억 하니 갈라지고 있지요.”평내호평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총선 민심이 어떠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민주당 후보로 20대, 21대 총선에 연거푸 당선한 조응천 의원이 민주당 탈당 후 개혁신당에 합류한 것을 두고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호평에서 평내로 향하는 삼거리 도로 왼편에는 민주당 최민희·임윤태 예비후보와 개혁신당 조응천, 국민의힘 안형준 예비후보 선거 현수막이 경쟁하듯 걸려 있다. 길 건너에는 국민의힘 심장수, 유낙준 예비후보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도로변 건물 외벽에 붙은 플래카드만으로도 이 지역이 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후보 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격전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기자가 남양주시를 찾은 2월 16일 현재까지 조응천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개혁신당에 합류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시민이 적지 않았다. 심지어 조 의원 선거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승강기에서 만난 어르신조차 “조 의원이 언제 민주당을 탈당했느냐”고 반문했다.
호평 평내, 화도읍과 수동면 일대를 돌며 만난 남양주 시민에게서 총선 열기를 느낄 수 없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지 않아 그럴 수도 있겠지만, ‘선거’와 ‘정치’ 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특히 조 의원에 대한 높은 인지도가 개혁신당 지지로 이어지지 못한 모습이었다. 평내호평역 인근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조응천 그 사람 참 똑소리 나지요”라면서도 “잠자코 있었으면 한 번 더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 화도읍 네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도 “그 사람 이번에는 어려울 거요”라며 “사람 보고 찍어줬나, 당 보고 찍어줬지”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남양주시에서 조 의원이 총선 투표일까지 얼마나 효과적으로 유권자를 설득해 내느냐에 그의 정치적 미래가 달려 있는 셈이다.
민주당에서는 최민희, 임윤태 두 예비후보가 남양주갑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 후보는 20대 총선에는 남양주병에서 출마했다 낙선했고, 2022년 6·1지방선거에는 남양주시장에 도전했다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최 후보 외에 민주당에서는 3·9대선 때 이재명 캠프에서 법률특보를 지낸 임윤태 변호사가 민주당 공천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마석역 인근 빌라에 살면서 매일같이 화도근린공원으로 산책을 나온다는 올해 82세의 곽 모 할머니는 “운동 삼아 여기를 매일 한 바퀴 도는데, 이 사람 명함을 벌써 두 번이나 받았다”며 “참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조응천 의원 탈당 후 민주당은 남양주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지정했다가 최민희-임윤태 두 예비후보가 공천 경쟁을 벌이면서 일반 경선 지역으로 바뀌었다. 최민희-임윤태 두 후보 간 경선 결과에 따라 본선 진출자를 가릴 예정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심장수, 유낙준, 안형준, 이인희 등 4명이 남양주갑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치열한 예선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2월 15일 남양주을에는 곽관용 당협위원장, 남양주병에는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을 단수 공천했지만, 남양주갑에 대해서는 경선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았다. 예비후보 중 본선 경쟁력이 높은 후보를 추려 경선을 실시하는 방안과 함께, 제3의 유력 인사가 전략공천을 받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과거 선거에서 우리 당 후보가 승리하지 못한 열세 지역의 경우 무엇보다 본선 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도 맘에 안 든다”
남양주갑이 조응천 의원의 개혁신당 출마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개혁신당 간 3파전이 예고돼 있다면 남양주을에서는 민주당 현역의원 2명 등 4명의 예비후보가 치열한 공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남양주을에서 재선한 김한정 의원에 맞서 21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김병주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이인화 이재명 대선후보 선대위 총괄특보단 특보가 민주당 공천을 향해 뛰고 있다.당초 민주당은 김한정 의원과 김병주 의원 2인 경선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인화 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실 행정관이 신청한 재심 요구를 인용해 김한정-김병주-이인화 3인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3인 경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결선 투표가 진행된다. 김한정 의원의 경우 ‘현역 하위 10%’로 지정돼 경선에서 자신이 득표한 30%를 감산하는 ‘현역 패널티’를 적용받는다.
남양주을에는 개혁신당에서도 안만규 전 국민의힘 경기도당 국토교통위원장과 김동문 전 남양주시사회복지협의회장, 진보당에서는 중앙대 총학생회장 출신 김진만 지역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30대인 곽관용 당협위원장을 일찌감치 남양주을에 단수 공천하며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하고 있다.
오남읍에 거주하는 60대 초반 장모 씨는 “도로 확충과 도시기반시설 개선 등 남양주시는 지역개발 이슈가 많은 곳”이라며 “일 잘하는 사람 뽑아주자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50대 초반 김모 씨는 “지방선거 때에도 남양주 다른 지역에 비해 이 곳(남양주을)에서만큼은 2020년 총선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졌다”며 “별내신도시와 오남 지역의 경우 민주당 후보가 누가 나서느냐에 따라 선거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대기업 퇴직 후 별내신도시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중반 조모 씨는 “아직 선거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다”며 “누가 되든 먹고사는 문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뽑아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리IC를 지나 왕숙천을 건너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이 눈에 들어온다. 반듯반듯한 새 아파트 사이에 큼지막하게 자리 잡은 아웃렛 건물은 ‘이곳이 다산신도시’라는 점을 웅변하는 듯했다. 널찍한 도로 주변에 새 아파트와 상가 건물이 띄엄띄엄 들어 선 다산신도시는 ‘완성된 도시’라기보다는 ‘건설 중인 도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왕숙천을 경계로 구리시와 면해 있는 다산신도시는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혼부부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평일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황금산공원 주변에는 산책하는 30, 40대 여성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공원 산책으로 소일하는 어르신도 적지 않았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앞 상가에서 1956년생 김모 씨를 만나 황금산공원 입구까지 함께 거닐며 대화를 나눴다. 은행원 퇴직 후 부동산중개업을 하다 현재는 상가 임대 수입으로 생활한다는 그는 “민주당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인기가 좋은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이재명이나 민주당 좋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읖서요. 뽑기는 뽑아야 할 텐데, 누굴 뽑아줘야 하나. 서울에서는 누가 더 유리하다고 봅니까.”
속내를 드러내기 꺼리는 김 씨는 대답 대신 질문을 던졌다.
“여기 사는 주민들이 더 많이 뽑아준 분이 되겠지요.”
김 씨는 상가에 큼지막하게 걸려 있는 선거 현수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요번에는 바꾸자는 사람이 더러 있어요.”
다산2동 주민센터 인근 상가에는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힌 빨간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바로 옆 상가에는 ‘국회의원 김용민’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다. 남양주병에는 박성훈 예비후보가 일찌감치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월 25일 김용민 의원을 남양주병 후보로 단수공천했다.
남양주병은 20대 총선에는 새누리당 주광덕 후보가 42.48% 득표로 당선했다. 민주당 최민희 후보가 38.42%, 국민의당 이진호 후보가 19.08% 득표했다. 21대 총선에는 민주당 김용민 후보가 50.07%로 47.08%에 그친 주광덕 미래통합당 후보를 3%포인트 가량 근소한 표차로 앞서 당선했다.
10여 년 전 와부읍 덕소리로 이사와 10년 넘게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40대 후반 직장인 이모 씨는 “예전부터 이곳에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 씨는 “한동훈이 비대위원장을 맡고 나서 그 사람 인기 덕분인지 국민의힘을 좋게 얘기하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2019년 남양주시 다산2동으로 이사 왔다는 50대 중반 여성 프리랜서 이모 씨는 “다신신도시는 아직 주민 편의시설이 많이 부족하다”며 “정당이 어딘지 보다 일 잘할 사람을 뽑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산2동 주민센터 인근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정치는 잘 모르지만 누가 국회의원이 되든 상가 공실 문제부터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높아져 10억 원 상당 1층 상가를 분양받은 사람 가운데 이자와 관리비를 감당 못 해 파출부로 일하는 사람도 있다”며 “하루빨리 이 동네 상가 공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급매와 경매 물건이 쏟아져 나와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남양주병 총선 결과, 1석 이상의 의미
국민의힘에서는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을 남양주병에 단수 공천하며 일찌감치 본선을 준비토록 했다. 여야가 1승 1패를 주고받은 남양주병의 22대 총선 결과는 단순히 국회의원 1석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남양주 전체 판세는 물론 경기도와 수도권 판세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이 같은 정치적 비중을 아는지 모르는지 황금산공원 주변에서 만난 남양주 시민들은 “총선 민심을 들으러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 치며 응답을 거부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정치적 속내를 밝히고 싶지 않다는 거부의 뜻을 유독 거칠게 드러냈다.
선거는 정치를 외면하는 침묵하는 다수가 아니라 투표장에 나가 유권자로서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이들의 유효표의 많고 적음에 따라 승패가 달라진다.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승리를 안겼던 남양주시는 22대 총선에 과연 어느 정당,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선택의 순간이 멀지 않았다. 그 선택의 결과는 대한민국 미래 4년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다.
신동아 3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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