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짝퉁’ 와인에 정작 와인은 조금밖에 들어 있지 않고 나머지는 대부분 물이었다. 게다가 염산을 비롯해 인체에 치명적인 화학물질까지 첨가돼 소비자를 경악시켰다. 가짜 와인을 알아낼 방법은 없을까.
실제로 런던의 저명한 와인 판매상인 ‘앤티크 와인 컴퍼니’는 프랑스 보르도 그라디냥에 있는 핵연구센터(CENBG)에 와인 감별법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가짜 와인이 2000~1만달러(약 260만~1300만원)의 고가 와인으로 둔갑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였다.
CENBG 아브 구에난 박사팀이 찾은 방법은 와인 병에 양성자 빔을 쏴 와인 병의 제조 연도와 지역을 알아내는 것으로 와인의 진위를 판별하는 기술. 주둥이에서 코르크 마개를 뽑지 않고도 ‘짝퉁’ 와인을 알아낼 수 있는 셈이다.
구에난 박사팀은 아이피라(AIFIRA)라는 입자가속기에서 3MeV(메가전자볼트)의 양성자 빔을 만든 뒤 이를 와인 병에 쐈다. 그리고 이때 와인 병을 구성하는 실리콘, 나트륨, 철, 마그네슘 등 15가지 원소가 방출하는 X선을 분석했다.
구에난 박사팀은 이 결과를 원산지가 밝혀진 와인 병 80개의 원소와 비교해 제조 연도와 지역을 추정했다. 이들 와인 병 80개는 1859년부터 현재까지 보르도 지역에 사는 개인이나 와인박물관이 소장하던 것.
연구팀은 지난 100년간 와인 병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와인 병의 화학성분이 달라졌다는 점에 착안해 이 방법을 고안했다. 즉 와인 병을 구성하는 화학성분만 알면 와인 병을 누가, 언제, 어디서 제조했는지 알아낼 수 있다. 게다가 와인 병이 제조된 시기에 수확한 포도가 상(上)품인지 하(下)품인지 알면 와인의 품질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8월에는 바르셀로나 극소전자공학연구소에서 ‘전자 혀’가 개발되기도 했다. ‘전자 혀’는 마이크로센서라 불리는 실리콘칩이 연결된 일련의 인공세포막. 따라서 ‘전자 혀’를 와인에 넣으면 그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화학성분의 종류와 양을 분석할 수 있다.
진짜 와인을 마시는 일이 이렇게나 까다로울까. 하지만 자신의 코와 혀를 믿었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안토니오 랑겔 교수와 스탠퍼드대 바바 시브 교수는 지원자 20명이 5~90달러짜리 와인 5종류를 마시는 동안 나타나는 두뇌 자기장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지원자들은 실제 맛에 상관없이 가격이 높을수록 와인 맛이 좋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