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 부르는 가족 모임, 이해하고 지나갈 일
내로남불, 자화자찬, 거짓말…文 국정 운영 50점
내게 ‘친일 프레임’ 씌우다니…참 나쁜 버릇
탈원전 정책, 뭘 하는지 모르고 自害하는 꼴
보수가 신뢰 잃은 건 탄핵 아닌 시대 뒤처졌기 때문
청년 관점에서 미래 만들어가는 안정적 후보
언론중재법, 文 정부 독재로 가는 길
안철수와의 연대, 주저할 이유 없다
尹보다 장점? “국론분열 사건 자유로운 통합 적임자”
여당 주자들? 다들 文 정부 후계자들 아닌가
[조영철 기자]
국회에서 여당 의원들의 거친 공격에도 꼿꼿이 맞서는 소신 행보는 그를 일약 야권 대선후보 자리로 올려놓았다. 야권의 강력한 차기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달리 전직 대통령 탄핵과 구속 문제에서 자유롭고, ‘미담제조기’라고 불릴 만큼 배려와 헌신을 했던 그의 인성, 그리고 6·25전쟁 영웅(고 손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의 아들이란 집안 배경이 맞물리면서 그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욱 커졌다.
결국 그는 감사원장직을 사임한 후 37일 만인 8월 4일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40년 공직 생활을 마감하고 공직 최고의 자리로 향하는 그와 8월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에서 마주 앉았다. 캠프 관계자는 “인쇄매체와의 인터뷰는 ‘신동아’가 처음”이라고 했다. 그날 오전 최 전 원장이 방문한 서울 서대문형무소 얘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애국가 부르는 가족 모임, 이해하고 지나가면 될 일”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월 15일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해 유관순 열사가 수감됐던 여옥사 8호실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광복절을 맞아 선열들의 넋을 기리고 추모하면서 한편으론 한일관계도 생각했다. 일본의 진지한 반성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한일관계가 아직도 과거에 발목 잡혀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 일본은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살아가야 할 이웃이고, 그런 점에서 일본과의 외교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 어떻게 풀어야 할까.
“현재 한일관계가 악화된 건 양국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외교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외교는 외교로 풀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는 판결이 확정된 만큼 그 판결을 존중하고, 과거사와 외교 문제는 분리해서 풀어야 한다.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좋은 한일관계 모델이 1998년 김대중(DJ) 대통령과 일본 오부치 게이조 총리의 공동선언(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라고 본다. 이 선언의 정신으로 돌아갈 때 진정한 극일(克日)의 길도 열린다. 실사구시의 정신으로 노력해야 한다.”
- 얼마 전 최 전 원장 가족 모임을 할 때 애국가 4절을 제창한다고 알려지면서 ‘국가주의’ ‘전체주의’라는 목소리도 나왔는데.
“2018년인가 19년인가 어느 날, 아버지께서 ‘나라가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할 일이냐’면서 설날 가족 모임을 할 때 애국가를 4절까지 부르자는 제안을 하셨다. 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자는 의도였다. 가족끼리 애국가를 부르는 걸 전체주의라고 하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생소하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는 건 이해하지만, 서로 이해하면서 지나가면 되는 거 아닌가.”
- 한 언론은 일제강점기에 최 전 원장 증조부가 면장을 하면서 ‘국세조사기념장’을 수상했고, 조부가 국방헌금을 낸 걸 두고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
“그 문제는 정리할 것도 없다. 증조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면장하면서 일 잘했다고 준 상은 모든 면장한테 다 준 거다. 그런 걸 떠나서 나에게 ‘친일 프레임’을 씌운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증조부까지만 (친일 프레임 씌우지) 말고, 고조부, 그 위 할아버지들이 무슨 일했는지 다 얘기해 보라. 이건 한국 정치의 참 나쁜 버릇이다. 이제는 국민들이 호응도 안 할 텐데. 다 떠나서 조상의 행적 때문에 저 사람은 공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 한일관계뿐 아니라 남북관계도 풀어야 한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다시 ‘엄포’를 놓고 있고, 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쳤는데.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정상이 만난다는 얘기도 나오는 것 같다. 남북 정상회담 자체는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건 북한 핵 폐기인 만큼 이와 관련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낼 수 있어야 한다. 정상회담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는 ‘쇼’로 끝나선 안 된다. 쇼가 계속된다면 진정성을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 양치기 소년 같은 일이 생길 수 있다.”
“文 국정 운영 50점, 대통령으로는 낙제점”
- 최 전 원장이 구상하는 비핵화 해법은 뭔가.“대화와 압박을 병행해야 한다. 만약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북한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들어보고, 그것이 북한의 개혁개방과 한반도의 평화에 도움이 된다면 과감히 타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고, 미국 등 우방국들과의 협력도 중요하다. 나는 김정은 체제가 북한 동포들의 인권을 개선한다면 언제든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 한반도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이 개혁개방의 길을 열 수 있다면 어떠한 노력도 아까지 않을 생각이다.”
- 국제 정세에서 미·중 갈등은 상수가 됐다. 한국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최근 대두된 미·중 갈등은 우리나라 외교의 기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외교의 첫 번째는 원칙 있는 외교, 국익을 위한 외교, 당당한 외교라고 생각한다. 물론 중국은 우리나라 외교에서 매우 중요한 국가이지만, 중국이 무슨 말을 하면 굴종적인 태도를 보이는 현 정부의 외교는 매우 잘못됐다. 경제적인 이익도 중요하지만, 나는 당선되면 중국에 할 말을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인류 평화를 위한 국제 협력이라는 공동 가치를 기준으로 한미동맹과 중국 외교를 풀어가겠다.”
-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나.
“50점. 대통령으로서는 낙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내로남불, 자화자찬, 거짓말, 이 세 마디면 문 대통령 국정 운영을 충분히 설명한다고 본다. 나라의 근간을 무너뜨리지 않았나.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안타깝다.”
-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는…
“부동산 정책은 공급 확대, 규제 완화, 세 부담 축소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공공의 세금을 통한 규제 대신 시장이 문제 해결의 주체가 돼야 한다. 따라서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양도소득세율을 인하하고, 1주택자의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대폭 줄이고, 취득세도 내려야 한다. 집값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게 임대 시장을 안정시키는 일이다. 이른바 ‘임대차 3법’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 원리를 도외시한 정책으로 모두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장 원리에 반하는 임대차 3법도 폐지해야 한다.”
- 최근에는 여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논란이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고의·중과실에 대한 언론사의 입증책임 규정 등에 대해 언론 단체와 대한변호사협회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악법”이라며 반대한다. 최 전 원장도 개정안 반대 1인 시위를 했는데.
“문재인 정부가 독재로 가는 길이다. 권위주의 정권을 넘어서는 이런 언론탄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언론 분야를 특정해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규정한 입법 사례가 어느 나라에 있었나. 생각해 보라. 입증책임을 기자와 언론사가 진다면 보도는 위축될 수밖에 없고, 책임을 다투는 기간 동안 사실 보도는 지연된다. 언론의 자유가 제약된다면 민주주의가 부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언론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언론계와 언론 소비자들이 스스로 규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작 중요한 KBS·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지배구조 개선 아닌가.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발걸음도 떼지 못했다. MBC와 KBS는 공영방송이라고 보기 무색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정부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지 않나.”
“안철수와의 연대, 주저할 이유 없다”
[조영철 기자]
“중도는 특정한 이념이라기보다는 실사구시(實事求是)하는 자세고, 문제를 바른 방향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청년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안정적인 후보로 자리매김하겠다. 이념적 극단은 분열을 부를 뿐이고, 내가 국민 통합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추구하는 가치는 분명히 하겠지만, 정치·정책적으로는 유연성을 보여줄 생각이다. 그런 원칙 아래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보인다면 중원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청년과 일자리, 부동산, 자영업자 문제 등 국민 실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책들을 정책 프로그램으로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정권교체 이후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데 주력하겠다.”
- 판사도 엘리트층이고, 법원이 기득권을 옹호하는 경향을 띤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 전 원장이 이런 한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오히려 판사 경험이 균형감각이나 정의 실현이라는 각도에서 장점이 크다고 본다. 법원은 정의 수호의 최후 보루다. 나는 판결문을 쓸 때마다 항상 내가 정의를 수호하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법치 구현을 생각했다. 판사로서의 경험으로 국정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대하고, 국민 통합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 무기로 쓸 생각이다. 판사로서의 경험이 한계가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에너지가 될 수 있을 거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과의 연대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서로 뜻이 맞고 타이밍이 맞아야겠지만, 언제든지 힘을 모아 같이 하는 데 주저할 이유는 없다.”
- 보수정치는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이익에 충실한 게 아니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에 투철한 정치로 변모해야 한다고 본다. 이익집단이 아니라 가치집단, 미래 비전으로 뭉치는 세력이 돼야 한다. 동시에 나이만이 아니라, 생각이 젊어져야 하고, 시대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지난 시절 보수가 국민적 신뢰를 잃었던 것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고, 선거에 졌기 때문이 아니라 시대에 뒤처졌기 때문이다. 시대 변화에 맞게 혁신에 앞장서는 ‘신보수’가 돼야 한다. 끝으로 사회적 약자와 함께하는 모습도 필요하다. 본래 보수는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공동체 구성원 중 어려운 이들과 함께 잘 사는 문제를 늘 고민해 왔던 세력이다. 빈곤 퇴치,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삶의 조건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보수는 ‘성장 만능주의’로 비칠 만큼 성장이라는 말만 하는 세력이 돼버렸다. 대통령이 된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라는 말을 듣도록 노력하겠다.”
-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 양상이 지속되는 거 같다.
“두 분 다 생각들이 있겠지만, 자꾸 저러면 당에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한강에서 싸워야 할 국민의힘이 낙동강에서 싸워서야 되겠는가.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을 실망시켜선 안 된다. 토론회든 비전 발표회든 필요하다면 후보 등록 시기를 앞당겨 모든 후보가 등록한 뒤 같은 자격으로 함께 참여하면 되는 거 아닌가. 결국은 소통이 부족해서 벌어진 일이고, 당 지도부는 각 후보 캠프와 보다 원활한 소통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최 전 원장 이름이 국민에게 각인된 것은 ‘탈원전 감사’였고, 출마 선언에서도 탈원전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구상은 뭔가.
“탈원전 정책은 문재인 정부의 운동권식 국정 운영의 표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탈원전 정책은 지난 40여 년 동안 우리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피와 땀, 눈물로 이룩한 대한민국의 국가 인프라를 무너뜨리고 있다. 자신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자해(自害)를 하고 있는 거다. 선진국들은 중소형 원자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소형 원자로는 수명을 다하고 있는 화력발전소를 대체하고 있다. 품격 있는 원자력 일자리도 제공한다. 나는 우주개발 등 미래를 바라보는 국가 주요 기술로서 원자력을 발전시켜 나가겠다.”
尹 비해 장점? “국론분열 사건에 자유로운 통합 적임자”
-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감사원장을 중간에 그만두고 나올 만큼 (문재인 정부에서) 박해를 받았는가. 사실 (최 전 감사원장은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약하다”고 했다. 출마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박해를 많이 받았느냐, 적게 받았느냐가 대선 출마의 명분을 따지는 척도일 수는 없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 그 이상 명분이 있을까. 나라가 이대로 무너지는 것을 그저 앉아서 지켜볼 수 없었다. 임기에 연연해 그저 평판 좋았던 공직자로 남아 무난한 인생을 사느냐, 아니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을 막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나설 것인지를 고심했다. 그리고 결단했다.”
- 당내 최대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비해 자신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윤 전 총장과 비교해 무슨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국론분열을 가져온 과거의 사건들로부터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자면 국민 통합이 절실한 과제다. 나는 분열이 아닌 국민 통합의 적임자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하겠다.”
- 여당 주자 중 가장 껄끄러운 상대는 누구인가.
“여당 후보들은 굳이 구별할 필요를 못 느낀다. 다들 문재인 정부의 후계자들 아닌가.”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국민 여러분께서 가지고 계신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보수 야당의 안정적인 후보 최재형의 모습을 기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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