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6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병수 김포시장이 서울시청에서 김포시의 서울 편입을 논의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이창근 국민의힘 하남시 당협위원장은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실시한 1차 설문조사 마감 결과 응답자 중 94.6%가 찬성했다”며 정반대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메가시티 서울’ 편입을 둘러싼 조사 결과가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리는 이유는 뭘까.
두 조사는 우선 조사대상이 다르다. 리얼미터 조사는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다. 그에 비해 이창근 당협위원장이 발표한 설문조사는 하남시민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대상, 표본추출 방식이 다르기에 그 결과 역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 조사는 ‘메가시티 서울’에 대한 ‘대한민국 전체 국민 여론’을 살펴보기 위한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5155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전체 인구 가운데 10만 명 당 1명꼴로 전국에서 표본을 추출해 조사했다. 9월말 기준 하남시 인구는 32만9612명으로 대한민국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6%다. 리얼미터 조사가 전국 인구를 골고루 표본으로 추출했다는 전제 하에 이번 리얼미터 조사에 하남시민이 응답자로 참여할 수 있는 숫자는 3명 안팎이다. 하남시 인구가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1000명이라고 했을 때 6명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얼미터가 전국에서 503명을 표본으로 추출했기에 그 절반인 3명 정도가 표본에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리얼미터 조사 때 표본으로 참여한 하남시민 모두가 ‘찬성’ 응답을 하더라도 충청과 호남, 영남, 강원, 제주 등 타 지역 응답자들의 다수 ‘반대’ 목소리에 묻힐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22대 수도권 총선 휩쓸 메가톤급 이슈
그에 비해 국민의힘 하남시 당협이 실시한 설문조사의 경우 임의로 선정한 하남시민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보편적 조사’라기보다 ‘특수한 조사’라 할 수 있다. 특정 대상을 상대로 특별한 이슈에 대해 물었기에 여론조사로서 보편성을 띄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여론조사로서 공신력을 갖추려면 전체 하남시민 32만 명의 연령별, 성별, 거주지별 인구분포에 맞게 표본을 추출해 조사를 실시해야 여론조사로서 인정받는다. 그러나 이번 하남시 국민의힘 당협 조사는 하남시민 25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것이기에 보편적 하남시민 여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정책과 사회적 이슈에 시민 여론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설익은 이슈에 대한 섣부른 조사 결과가 곧 여론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이슈일수록 충분한 숙의와 토론이 필요하다”며 “전화면접, 좌담회, 원탁토론 등 다양한 방식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사회적 이슈에 대한 시민, 국민 여론이 어떠한 지 객관적이고 과학적 여론조사 기법을 활용해 조사하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메가시티 서울 이슈의 경우 이슈를 제기한 쪽이나, 그 이슈를 접한 시민 모두 아직 해당 이슈에 대해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갖지 못한 것 같다”며 “단편적 이슈 제기에 그치지 않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실시하는 여론조사가 실제 민심에 부합한 것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가시티 서울 편입의 경우 앞으로 해당 자치단체 주민 여론을 반영해 입법 과정을 거쳐 현실화된다. 때문에 해당 주민 여론은 ‘메가시티 서울’ 성공 여부에 결정적 변수가 될 공산이 크다.
만약 국민의힘 하남시 당협이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가 실제 하남시민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면 ‘메가시티 서울’ 편입 추진 때 탄력이 붙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수 시민이 찬성하는 이슈에 반대할 간 큰 정치인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메가시티 서울’ 이슈를 먼저 제기한 국민의힘 측에서 주도적으로 이슈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비해, 더불어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이유가 그 때문으로 보인다.
22대 총선을 5개월여 앞두고 제기된 ‘메가시티 서울’ 이슈는 김포시와 하남시는 물론 광명시와 구리시, 고양시, 남양주시 등 서울과 인접한 다른 경기도 중소도시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가시티 서울’이 5개월 뒤 치러질 22대 총선 민심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주목되는 이유다.
만약 리얼미터 전국 조사처럼 경기도 중소도시 역시 서울 편입 ‘반대’(58.6%) 여론이 더 많다면 내년 총선에 민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하남시민 대상 설문조사처럼 ‘찬성’(94.6%) 응답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을 경우 2020년 총선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총선에는 김포와 하남, 광명과 구리, 고양시, 남양주시 13곳 선거구 가운데 민주당이 12곳, 정의당이 1곳에서 당선자를 냈고,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은 단 한 곳에서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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