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식물성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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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의 사랑
그 아픈 나무에게 마음을 빼앗긴 지

겨우 일 년.

퇴근할 때 두고 간다고 생각한 것도

이제 겨우 며칠.

목련꽃이 공중부양하듯 떠 있던 밤



까칠한 나뭇가지만 보여주는 산딸나무에게

못내 서운했다.

봄이 왔잖니, 꽃도 피어나고 있잖니.

어두운 표정의 산딸나무에게 마음 쓰인 건

봄밤과 어울리지 않아서일까.

어느 출근길 녹색의 낯빛을 보여주는 산딸나무에게

달려갔었다.

나를 불러들인 산딸나무.

어떤 꽃송이도 없이

어떤 향기도 없이

밤의 침묵을 잘 견뎌낸 산딸나무가

나를 품에 안았다.

고요한 자리의 산딸나무.

고요한 마음에 사랑의 자취.

식물성의 사랑
정은숙

1962년 전북 전주 출생

이화여대 정외과 졸업

‘작가세계’ 시 부문 등단, 세계사 편집장, 열림원 주간

現 도서출판 마음산책 대표, 시인

저서 :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 ‘나만의 것’, 산문집 ‘편집자 분투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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