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제3제국의 중심에서 알베르토 슈페어 지음, 김기영 옮김
제2차 세계대전을 다룬 두 권의 책이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소개됐다. 영국 출신의 전쟁사학자 존 키건이 쓴 ‘2차세계대전사’가 제2차 세계대전의 숲과 나무를 모두 그려냈다면 알베르토 슈페어의 ‘기억’은 나치 독일에 대한 ‘내부자 고발’이다.
존 키건은 전대미문의 대규모 전쟁을 유럽 서부전선, 동부전선, 태평양전쟁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시기별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효과적인 서술을 꾀했다. 또한 크레타 공중전, 미드웨이 해전, 팔레즈 전차전, 베를린 시가전, 오키나와 상륙전 등 5개 주요 전투에 초점을 맞춰 현대전의 독특한 방식과 동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히틀러, 도조, 처칠, 스탈린, 루스벨트 등 각국의 지도자들이 당면했던 전략적 딜레마와 그들이 내린 결정이 개별 군인에게 미친 영향을 분석한 대목도 인상적이다.
‘기억’은 37세에 군수물자를 책임지는 군수장관 자리에 올랐으며 제3제국 각료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은 알베르토 슈페어의 자서전이다. 군수장관으로서 작성한 업무일지, 편지, 전보 등을 바탕으로 히틀러와 나치제국의 속살을 낱낱이 보여준다. 슈페어의 기록은, 자기변호에 불과하다는 비난이 따르지만 지식인이 비판적으로 사유할 책무를 잊었을 때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일깨워주기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청어람미디어/912쪽/4만원, 마티/960쪽/3만7000원
▼ 행복공장 레이 도드 지음, 강주헌 옮김
원할 때마다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행복공장’이 바로 우리 안에 있다고 강조하는 자기계발서. 기적에 가까운 기록을 남긴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 그의 전성기를 가져온 에너지는 분노였다. 어릴 적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이 그를 철인으로 만들었다. 포기하는 법이 없었지만 늘 불만의 응어리로 가득 찬 시한폭탄이었던 그는 결국 암에 걸리고 만다. 저자는 분노가 의욕을 유발하는 자극제로 매우 효과적이지만 만족을 느끼지 못하게 방해하고 결국 지치게 만든다고 말한다. 랜스는 암을 극복해 더 유명해졌다. 분노와 두려움을 자기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바꿨기에 가능했다. 이 책은 삶의 엔진에 사랑-옳다는 느낌-이라는 연료를 주입하면 내가 변하고, 꿈이 변하고, 세상도 바뀐다고 강조한다. 동아일보사/256쪽/1만1000원
▼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 이미도 지음, 헌즈 그림
외화번역가 이미도씨가 대표이자 사원인 1인 출판사 물고기도서관이 처음으로 펴낸 책. 오랫동안 외화를 번역한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를 펴내 베스트셀러 작가 대열에 합류한 이미도씨는 할리우드 영화를 활용해 영어를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노하우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픈 생각에 ‘영어상영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1인 창업을 했다고 한다. 창업기념으로 펴낸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은 100개의 영어 키워드와 그걸 대표하는 할리우드 영화 100편을 묶어 장르별로 정리한 책. 영화를 대표하는 키워드와 그 키워드가 들어간 표현 중 활용빈도가 높은 것, 그리고 명문장과 명대사들을 영화 이야기와 곁들여놓아 은연중에 습득하게끔 구성했다. 물고기도서관/476쪽/1만5000원
▼ 이채원의 가치투자: 가슴 뛰는 기업을 찾아서 이채원·이상건 지음
“나는 겁이 많고 소심하다. 투자를 할 때도 버는 것보다는 잃지 않으려 애쓴다. 돈을 잃는 게 무섭기 때문이다. 가치투자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솔직히 이것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다. 그래서 가치투자를 시작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자로 손꼽히는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전무가 자신의 투자 철학을 풀어놓았다. 증권사에 입문해 가치투자에 눈떠가는 과정, 가치투자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은 성공적인 가치투자를 위한 마음가짐, 가치투자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했다. 저자가 어떤 생각과 어떤 방법으로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목에 독자의 관심이 집중될 듯하다. 이콘출판/288쪽/1만2800원
▼ 호모 엑세쿠탄스(전 3권) 이문열 지음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해 출간 전부터 논란을 빚은 이문열씨의 신작. 연인이자 운동권 후배인 ‘안정화’와 헤어진 ‘85학번’ 주인공 ‘신성민’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2003년 어느 날,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마리’와 하룻밤을 보낸 뒤 기이한 일들을 경험한다. 그러다 친여(親與) 시민단체 ‘새여모’의 간부가 되어 돌아온 ‘안정화’와 다시 동거하고, 재개발지역에 나타난 마리는 ‘새여모’와 대립, 서로에게 처형을 단행한다. ‘새여모’와 마리 일행이 사라진 뒤 신성민은 본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했지만 신을 처형하는 인간, 호모 엑세쿠탄스를 찾아 이라크와 르완다 등을 헤맨다. 민음사/각 290쪽 내외/각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