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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살 확률 반반 다들 사명감으로 사투”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퇴치 인술(仁術)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병센터장

“죽고 살 확률 반반 다들 사명감으로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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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장구 때문에 무력감

▼ 실제 진료 때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보호장구 때문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어 환자 한 명이 사망했어요. 입원 하루 만에 상태가 호전되는가 싶어 한숨 돌렸는데, 이튿날부터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결국 사망했어요.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아요. 보호복에다 안면보호구, 마스크(때로는 전동식 호흡장치)까지 낀 상태라 청진기를 사용할 수 없고, 두 겹의 장갑을 끼고 있으니 제대로 촉진(觸診) 하기도 어려워요. 그러다보니 ‘이 증상은 아마 이런 요인 때문일 거다’는 식으로 판단하고 처치한 거죠. 치료에 앞서 환자에 대한 정확한 신체검사 등 여러 임상 정보를 통해 진단을 내려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았던 겁니다.”

▼ 환자 상태는 어땠습니까.

“한 달여 진료하면서 우리 의료진이 본 환자가 57명인데, 그중 신규 환자가 43명이었습니다. 상태가 비교적 좋은 환자는 열만 나고 특별한 증상 없이 잘 먹고 건강한 편이었어요. 중환자는 거의 쇼크 상태가 돼 2~3일 뒤 사망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57명 중 22명이 사망했어요.”



▼ 불안감이 컸을 것 같습니다.

“의사도 사람인데 당연하죠. 감염되면 죽고 사는 확률이 반반씩이니 불안할 수밖에요. 그래도 현지에서 의료진이 감염되면 미국이나 유럽 국가로 후송해 치료한다는 정부 지침이 마련돼 있어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어요.”

▼ 짧은 기간에 20명이 넘는 사망자를 봤으니 충격적이었겠네요.

“에볼라 치사율이 워낙 높다는 걸 아니까 생각보다 충격은 덜했어요. 대신 ‘의사도 못 고치는 병이 있다’는 걸 또 한 번 절감했죠. 치사율이 높은 질병임에도 보호복과 보호장구 때문에 환자들에게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무력감이 컸습니다.”

한순간 벌어진 ‘사고’

의료진의 감염 방지를 위한 장비는 여러모로 불편함과 어려움을 안겼다. 신 센터장 일행이 현지에 머물 때 시에라리온은 건기(乾期)여서 낮에는 기온이 31~32℃까지 치솟고, 밤에도 25℃를 웃돌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의 한여름을 방불케 했다.

그는 “보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진료를 하다보면 마스크 때문에 숨 쉬기도 힘들고, 옷은 공기가 통하지 않아 10분만 지나도 땀이 줄줄 흘렀다. 보호복을 벗으려면 진료 구역을 벗어나야 해서 여간 불편하지 않았다”고 했다. 진료 환경은 열악했지만 현지 의료진이 부족하다보니 그의 팀은 한 달 넘는 의료지원활동 내내 쉬는 날 없이 12시간 교대근무를 해야 했다.

‘언제든 우리도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이 됐다. 1진 의료진 중 한 명이 진료 중 돌발상황으로 감염 의심 환자가 돼 독일로 긴급 후송된 것이다.

“심신을 안정시키기 위해 환자에게 안정제를 투여하거든요. 우리 의료진이 안정제 주사를 놓으려는 순간 환자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주삿바늘이 의사의 장갑을 뚫고 들어간 거죠. 잠들어 있던 환자가 주삿바늘 때문에 깨어난 거 같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죠.”

▼ 잠복기(21일)가 끝날 때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겠군요.

“걱정 많이 했죠. 우리 팀원이 계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을 취하면서 상태를 체크했습니다. 검사 결과(음성)는 독일 현지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는데, 그제야 안도했죠.”

“죽고 살 확률 반반 다들 사명감으로 사투”

병실에서 환자보호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진료하면서 환자와 얘기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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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 객원기자 | sire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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