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호

김용기의 살맛나는 경제 | 최저임금 인상 영향 논란

소득 감소 진짜 이유?

노인가구 증가, 계절성 요인!

  • |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ykimatajou@gmail.com

    입력2018-06-27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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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1/4분기, 저소득층 소득 감소 및 분배 악화 ‘심각’

    • 최저임금이 만병통치약? 사회안전망 확대 병행해야

    • 노인 세대 내 소득양극화 완화할 필요

    [뉴시스]

    [뉴시스]

    통계청의 2018년 1/4분기(1~3월) 가계동향조사 결과가 공개된 이래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 중 1분위 가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5월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등록된 바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8% 하락했다. 또한 대표적인 분배지표 중 하나인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상위 20%÷하위 20%)은 통계 작성 사상 최고치인 5.95배로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5월 출범한 직후인 2017년 4/4분기(10~12월) 가계동향조사 결과, 전년 동기 대비 가계소득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5분위 배율 또한 8분기(2년) 만에 개선(전년 동기 4.63에서 4.61로 하락)됐다고 좋아한 것이 바로 3개월 전 일이라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5월 29일 청와대에서 가계소득동향 점검회의를 열고 “소득분배 악화는 우리에게 매우 아픈 지점”이라고 토로했다. 

    저소득층의 소득 개선에 대한 문 정부의 관심에도 불구하고, 1분위 가구 소득이 하락하고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악화된 이유는 무엇인가?

    곤경에 처한 ‘근로자외’ 가구

    첫째, 1분위 가구의 경제활동에 따른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자체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분위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11.2만 원이 감소해 128.7만 원이다. 그런데 항목별 소득을 살펴보면 이전소득(10.6만 원)이 증가한 반면 근로소득(-7.3만 원)과 사업소득(-6.6만 원)은 줄었다(표 참조). 이에 따라 경상소득(-2.6만 원)이 줄고, 비경상소득(-8.6만 원)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가구주의 성격에 따라 근로자 가구와 근로자외 가구(가구주가 무직 혹은 자영업자)로 구분해보면, 1분위에 속한 근로자 가구는 근로소득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항목에서 소득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어려움은 근로자외 가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사업소득이 감소하면서 1분위 전체 경상소득이 적자가 된 것이다. 



    비경상소득은 근로자 가구(-6.4만 원)와 근로자외 가구(-10.1만 원) 양쪽 모두 전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조 소득이 포함된 비경상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9.2%가 감소했는데, 이는 김영란법이 본격 시행된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과거에도 1분위 가구의 비경상소득은 뚜렷한 방향성 없이 3만~10만 원 선을 오갔기 때문이다. 근로·사업소득 중심의 경상소득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통계청은 비경상소득의 변동이 커 통계 이용 시 유의할 것을 당부한다. 외국에서는 가계소득을 조사할 때 비경상소득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이번 1분위 가구 소득의 감소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은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 감소다. 근로자외 가구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결국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 줄고, 일부 일용직 및 임시직 근로자의 소득이 감소한 탓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둘째, 가구원 수의 변화가 가구 소득에 미친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가구원수가 적으면 가구원 중 취업자 수도 줄어든다. 그 때문에 취업자 수가 적은 노인 2인 가구가 소득 1분위에 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모든 가구원이 전년 동기와 동일한 소득을 확보한다 하더라도, 4인 가구가 2인 가구로 쪼개지면, 새로운 2인 가구는 소득 분위 하위 가구를 형성하게 되고, 결국 1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과 5분위 소득분배비율은 악화된다. 

    통계청의 2015~2045년 장래가구추계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한국의 가구 수는 2017년 대비 22.8만 가구가 늘어난 1975.2만 호다. 가계동향조사 중 가구 소득에 대한 분석은 2인 가구 이상만 대상으로 하는데, 2인 이상 가구만 보더라도 2,3인 가구는 늘어나고 4인 이상 가구는 줄고 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해체되는 것만으로도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악화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현재 2인 가구는 전년 대비 15만 호가 증가한 반면 4인 이상 가구는 13.9만 호가 감소했다. 

    공개되지 않은 가계동향조사 원자료를 확인해보니 1분위 가구원 수는 평균 2.44명에서 2.38명으로 2.2% 감소했다. 특히 1분위 가구의 취업가구원 수는 가구당 0.73명에서 0.67명으로 무려 10%나 감소했다. 작년과 올해 취업가구원 1인 소득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1분위 가구 소득 악화의 이유는 대부분 취업가구원 수의 감소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가구원 수 감소 폭을 훨씬 뛰어넘는 취업가구원 수 감소는 올해 1분위 가구의 취업가능역량이 지난해 1분위 가구의 그것에 비해 훨씬 취약해졌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고령화의 결과일 수도 있고, 노동시장의 상황이 저소득층에게 특별히 불리하게 작용한 결과일 수도 있다. 

    고령화가 진행되면 이전에 경제활동인구였던 가구원이 비경제활동인구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또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과 같은 노동시장의 변화는 특히 저소득층의 취업 가능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저소득층으로 구성된 임시·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일자리 기회나 피고용 시간이 줄어들었을 수 있다.

    노인 가구 VS 맞벌이 근로자 가구

    셋째, 이번 가계동향조사는 가구 소득의 계절성과 변동성이 심하게 나타난 결과일 수 있다. 2018년 1/4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인 5.95배였다. 전년 동기의 5.35배보다 11% 악화됐고, 전 분기(4.61)와 비교하면 무려 29%가 악화됐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분기별 소득분배지표 자체를 집계하지 않는다. 계절적 변동성 때문에 전년 대비 연간 소득총액이 동일하더라도, 전년 같은 분기 대비 소득의 증감에 따라 분배지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분기별 소득의 분산(평균으로부터 떨어진 정도)은 연간 소득의 분산보다 크다. 특정 분기의 분배지표는 연간 분배지표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임금 상승률 통계에 따르면 2018년 1~2월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특별급여가 증가함에 따라 전년 동기 대비 18.7%의 임금인상이 실현됐다. 최저임금(시급액 기준) 상승률 16.4%를 웃도는 큰 폭의 인상이었다. 300인 미만 사업체의 동 기간 중 임금 인상 폭은 5.5%에 머물렀다. 올 1~2월 자동차 관련 산업의 임금협상타결금과 반도체, 석유, 화학, 금융, 보험 등에서 경영성과급 등 특별급여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근로소득의 비중이 낮은 1분위와 맞벌이 근로소득 부부 등 근로소득자가 많은 5분위 간 소득분배비율의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판단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1분위 가구의 소득을 악화시켰을 것”이라는 의심은 합리적이지만, 그 근거를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이 설명한 자료에도 언급되지만, 가계동향조사는 가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의 영향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가구원 중 근로소득자만 추출해 살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 그렇게 해봤더니 근로소득자를 100분위로 나눌 경우 모든 분위에서 소득이 증가했고, 특히 하위소득자의 소득 증가율이 상위소득자 소득 증가율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앞서 추정한 것처럼 최저임금 상승이 일용직이나 임시직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했거나, 그들의 노동시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았을까 추정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증거를 찾기는 어렵다. 최근 고용동향을 보면 전반적으로 임시직이 준 것 사실이지만 상용직이 늘었고, 임시직 중에 3개월 미만 임시직 취업자가 대폭 증가했다는 점에서 임시직 상황은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상승에 따라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위축됐을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증가하는 반면 고용원이 없는 1인 자영업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이 1~4인 고용 중심의 소규모 자영업에 미친 부정적 고용효과를 현재로선 찾아보기 어렵다.

    노인 세대 내 양극화 ‘심각’

    본래 최저임금의 영향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최저임금의 적정한 인상은 고용감소의 부작용을 낳기보다는 노동자 이직률 하락, 생산성 증가, 고소득 노동자의 임금 축소 등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긍정적으로 흡수된다고 분석된다. 한국에서의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급격한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5년간 평균 임금 인상 비율을 웃도는 부분을 일자리안정자금으로 메워준 만큼, 고용감소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에 대한 대응은 결국 노동시장 중심적 접근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소득의 형평성은 개선됐지만, 근로소득 취업자 수가 적은 가구의 경우 그 혜택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최저임금의 인상, 대·중소기업 임금격차 완화, 하청 및 가맹점 사업의 공정성 확보 등 노동시장에서 소득격차 완화 노력이 진행되는 것과 병행해, 보편적 소득보장체계, 다시 말해 사회안전망이 확대돼야 할 것이다. 특히 노후소득보장체계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돼야 한다. 하위 70% 노인의 경우 올 9월부터 5만 원이 인상된 25만 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2021년부터는 30만 원으로 상향될 예정이다. 

    노후소득보장체계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것은 한국에서 노인 빈곤 문제를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세대 간 불평등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를 가난한 노인 세대와 잘사는 생산가능인구 세대 간 문제로 볼 경우, 해결책은 세대 간 재분배로 귀결되고, 결국 보편적 노인기초연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노인 빈곤은 세대 내 문제이기도 하다. 노인 세대 내 양극화지수와 노인 세대 내 지니계수 등을 한국 인구 전체의 양극화나 지니계수와 비교해보면, 한국 노인 세대 내 불평등 정도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노인 세대 내 소득양극화 정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보다 한국 노인 중 일부만이 매우 관대한 공적연금(공무원·군인·사학연금)의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일부는 서울 강남 등 지역에 부동산을 가지고 이에 따른 엄청난 재산소득 증가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보편적인 소득보장체제는 바람직하지만, 노후소득보장체계에 관한 한 다소 광범위하더라도 선별적 복지가 오히려 한국의 노인 빈곤 해소에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특히 하위 35%에게는 기초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적은 재정 부담으로도 노인 세대 내 소득양극화를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해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취약계층의 고용 및 소득 감소로 나타났다는 증거를 현재로선 찾기가 어렵다. 하위 1분위 가구의 소득 감소와 소득분배비율 악화는 고령화와 가구 구성의 변화 등 추세적이고 사회적인 요인, 그리고 일부 통계적 착시 현상에 의한 결과로 보인다. 보편적 소득보장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사회경제 정책을 재설계하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용기
    ● 1960년 강원 거진 출생
    ● 영국 런던정경대(LSE) 석사(경제학), 동 대학원 박사(국제정치경제학·금융)
    ●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 現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 저서 : ‘한국경제가 사라진다’ ‘한국경제 20년의 재조명’ 

              ‘금융위기 이후를 논하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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