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뮈어가 루스벨트 대통령(오른쪽)과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국립공원과 민주주의
공원을 위해 일하는 삼림감시인(ranger)도 청소년들이 선망하는 직업 중 하나다. 절실한 필요가 반드시 호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으나, 아무튼 공원과 그것의 효율적 관리가 미국 사회의 중요한 관심사인 것만은 분명하다.
2005년 현재 국립공원 지역은 모두 388개다. 델라웨어 주를 제외한 미국의 전 주는 물론 푸에르토리코, 미국령(領) 사모아, 괌, 버진아일랜드 등 4개 영지에도 걸쳐 있다. 좀더 세분하면 전쟁사적지 24개, 역사유적지 120개, 호수 연안 4개, 기념관 28개, 기념탑 78개, 국립공원 58개, 공원로 4개, 보존 및 보호지 20개, 레크리에이션 지역 18개, 강과 수로 지역 15개, 트레일 3개, 해안 지역 10개, 기타 지역 11개다.
이들 관리지역의 총 면적은 약 8400만 에이커에 이르는데, 이 중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58개의 국립공원으로, 전체의 62%에 해당하는 5200만에이커다. 이 방대한 지역을 관리하는 직원만 2만명이고, 이밖에 12만5000명의 자원봉사자가 이들을 돕는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국립공원 관리지역의 연간 방문자는 약 4억2300만명인데, 이 중 레크리에이션 목적의 방문자는 2억7300만명, 그밖의 다른 목적의 방문자는 1억5000만명이다. 그 가운데서도 요세미티, 옐로스톤, 그랜드캐니언을 비롯한 국립공원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지역이다. 방문 인원 수만 보더라도 국립공원을 비롯한 미국의 공공 사적지가 미국인의 일상적 삶과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오늘날 국립공원관리국은 수준 높은 서비스와 효율적인 관리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지만, 이런 관리체제를 정립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원래 국립공원 지역은 그 특성에 따라 관리 부처가 서로 달랐다. 예컨대 전쟁 사적지는 국방부, 숲과 해안 보존지역은 농무무, 공원은 내무부 관할이었다. 업무의 중첩과 비효율성은 늘 문제였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1916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 때 국립공원법이 제정됐고, 이 법에 입각해 모든 국립공원 지역을 통괄하는 국립공원관리국이 연방정부 기구로 내무부 안에 설치됐다. 국립공원관리국은 기구를 정비해 나가면서 더 많은 지역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그렇게 지정된 공원의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 과정에서 국립공원관리국은 가령 연방 삼림청(National Forest Service) 등과 같이 이해관계가 겹치는 기관과 끊임없이 충돌했고, 그때마다 이들 기관들과 업무 영역을 조정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
국립공원의 사회적 기능과 의의는 ‘공원이나 기념비 혹은 보존지역의 본래 목적, 곧 자연 경관과 그 안의 자연적 및 역사적 대상은 물론 야생동식물을 보존함으로써 사람들이 이들을 즐길 수 있도록 하되, 후세대 사람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훼손하지 않는 방식을 통해 이들의 활용을 증진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천명한 설치령에서 엿볼 수 있다.
다시 말해 미국의 국립공원은 귀족이나 왕족과 같은 소수의 특권층만이 즐길 수 있는 유럽의 왕립 공유지 개념과 달리, 현재는 물론 후세의 국민 모두가 향유할 공간이라는 민주주의 정신에 입각해 지정된 것이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인 월리스 스테그너(Wallace Stegner)는 이런 시각에서 미국의 국립공원 창설은 미국 사회가 창안해낸 최상의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립공원 관리지역에는 역사적 명소와 사적지, 각종 기념관과 기념탑, 자연보호지 등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 핵심은 물론 58개의 국립공원이다. 미국 국립공원의 역사는 공식적으로는 1872년 옐로스톤 국립공원 지정과 더불어 시작된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