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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노믹스와 한미 FTA

‘21세기형 진보’의 등장 한·미 부조화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라

오바마노믹스와 한미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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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화는 예정돼있다. 문제는 ‘어떤 변화인가’이다. 최악의 경제위기와 넘치는 신자유주의 반성론(論) 속에서 오바마노믹스의 방향타는 자본에 대한 규제 강화와 복지정책의 확대를 향할 것이다. 그러나 극단적인 보호주의와 과거 회귀가 과연 그 결론일까. 고전적 의미의 진보를 넘어서 오바마 리더십이 그려나갈 경제·무역정책의 밑그림을 가늠했다.
미국 최초의 비주류 대통령에게 거는 미국 국민의 기대는 기존 질서의 변화일 것이다. 남북전쟁 이후 150여 년 동안 공화·민주 양당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온 까닭에 정권교체로 미국 사회의 방향 자체가 광범위하게 변화하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에는 다소 예외적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도 그러한 기대를 반영한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결정적인 변수는 최근의 미국발(發) 금융위기였고, 그에 따른 ‘부시 피로감(Bush Fatigue)’이었다. 결국 오바마 리더십의 등장은 미국이 추구해온 경제적 가치들을 얼마나 변화시킬 것인지, 또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과는 얼마나 차별화될 것인지 관심을 모으지 않을 수 없다.

전통적으로 미국 선거에서는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흔히 유권자의 판단기준은 현 정부의 업적을 평가하는 ‘회고적(retrospective) 요인’과 새롭게 들어설 정부에 대한 기대를 의미하는 ‘전망적(prospective)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지난 8년에 대한 유권자의 회고적 요인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를 ‘부시 3기 행정부’로 규정한 오바마 측의 선거전략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9월 이후 금융위기가 본격화하지 않았다면 그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선거전문가들의 사후 분석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새로운 집권세력은 통상 유권자들이 자기에게 표를 준 이유와 맞아떨어지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그러자면 집권 후 오바마 행정부의 성패는 금융위기 해결을 포함해 시대정신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경제적 가치들을 구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것이다.

이번 선거는 1960년 존 F 케네디 당선 이후 최초로 남부나 서부 출신이 아닌 대통령이 나왔다는 의미를 갖는다. 투표에 참여하는 인구 구성이 변화했다는 이야기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이번 대선에서는 흑인계와 히스패닉계 등 소수민족과 젊은 유권자가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이들 지지세력은 통상 견고하지 않고 실업이나 보험처럼 비이념적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바마 당선자로서는 앞으로 이들 지지세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끌고 가느냐가 당면과제다. 한마디로 ‘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여기서 살펴봐야 할 것이‘오바마 호(號)’에 승선할 경제정책의 요체다. 첫째로 현재의 금융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의 문제가 있다. 뉴욕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 주택보유자의 문제 혹은 미국 내 저소득가계 안정의 문제를 넘어선 지 오래다. 미국 패권적 능력의 핵심 축으로 알려진 국제금융시스템의 구조적인 변화라는 의미를 갖는다. 일부 전망가들이 이번 사태를 1970년대 초 브레튼우즈 시스템의 붕괴에 비유하며 미국 헤게모니의 몰락으로 이해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90년대 이룩한 활황을 배경으로 부시 행정부가 과도한 일방주의적 힘의 투사를 시도한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이외의 대항 헤게모니 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혹은 지금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경우 이익보다는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주요국 간의 이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패권의 붕괴라는 해석은 정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에 규제와 감독 기능이 미비할뿐더러 통화정책 혹은 금융정책을 시장 자율성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반성이 오히려 적절한 수준일 것이다. 이는 오바마 당선자가 선거기간 밝혀온 견해와도 맥을 같이한다.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는 단기적으로는 부시 행정부가 내놓은 긴급금융구제법안 중심의 처방을 받아들이되, 이와 병행해 두 가지 조치를 취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내적으로는 금융감독기관을 통합하고 유동성 관리기준을 강화하는 조치가 추진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 보완 등을 통해 미국 중심의 ‘신 국제금융질서 모색’을 시도할 것이다.

둘째로 살펴볼 질문은 ‘오바마 행정부는 결과적으로 부시 행정부가 신뢰했던 신자유주의적 시장원리 기조를 철회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러한 전망은 민주당 백악관과 민주당 의회의 결합으로 인해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은 자동차 노조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산업자본주의적 특성을 갖고 있고, 따라서 최저임금 보장 및 국내실업의 악화에 대해 개입주의 정책을 전개할 것이라는 설명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국경이 사라진 세계화 시대에 미국 경제는 더 이상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를 중심으로 한 임금보장과 실업정책, 민주당 진영의 상대적인 개입주의 정책이 ‘보호주의 정책’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자를 중시하는 태도로 중소기업을 보호하고자 애쓰는 경제적 가치 실현은 추진되겠지만, 그러한 정책의 기반은 세계 경제의 꾸준한 성장이나 다양한 국가들과의 무역을 통한 이익창출을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오바마의 미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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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ihpark@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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