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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

“지루하면 5분도 못 참는 관객… 이제 진지함의 시대는 갔다”

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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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국민배우’ 안성기

지난해 스크린쿼터 수호를 위한 1인시위에 나선 안성기씨.

▼ ‘황호택이 만난 사람’이 이번에 68번째입니다. 그런데 안성기씨처럼 너무 많이 알려진 사람을 인터뷰하자면 난감해요. 대중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인물에게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죠. 뻔히 아는 사실을 물어보자면 맥이 빠지고….

“그럴 거예요. 다른 기자들도 그렇게 말해요. 어디를 어떻게 건드려야 새롭고 좋은 얘기가 나올까 하고 고민한대요. 저도 인터뷰를 워낙 많이 해 늘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저 자신도 인터뷰를 하면 신이 나고 흥분돼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서….”

▼ 강수진 기자와 지난해 9월 동아일보 ‘초대석’ 인터뷰를 했더군요.

“했죠, 했습니다.”

▼ 강수진 기자도 바로 그런 고민을 했는가봐요. 술을 마시면 좀 색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술집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술을 마시니 오히려 더 ‘범생이’가 되더라더군요.



“맞아요. 이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인터뷰를 했는데….”

강 기자는 후에 이렇게 말했다.

“모범답안만 말하니까 재미가 없었죠. 술을 마시며 이리저리 찔러도 꿈쩍도 안 해요. 반듯하고 흐트러지지 않았어요. 두 시간 반이나 인터뷰를 했는데 이야깃거리를 못 건져 머리를 쥐어뜯으며 기사를 썼죠.”

인터뷰에 앞서 사전 공부 삼아 안씨의 긴 인터뷰를 여러 개 읽어봤는데 한 가지 특징이 발견됐다. 영화에 관해서 물으면 답변이 다소 길고, 사생활이나 영화인들에 관해 물으면 답변이 극도로 짧다는 것. 특히 쿡쿡 찌르는 질문에는 더 반응이 없었다.

“저희 가족 이야기가 나올 때는 특히 조심하죠. 가족사진이 나오는 것도 피하지요. 왜냐하면 저 때문에 가족이 피해를 볼 수 있잖아요. 괜히 알려지면 남을 의식하게 되거나, 자기 삶을 사는 데 좀 지장을 줄 것 같아서…. 그리고 사는 게 뭐 대충 비슷하지 않습니까. 어느 정도 이렇게 가려져 있어야 모양이 괜찮은 것 같아요.”

필자가 처음에 집 구경을 하며 인터뷰를 하자고 제의했는데 “집은 좀 그래요”라며 고사한 이유를 알 만하다.

골프는 인생보다 어렵다

▼ 강수진 기자는 안성기씨의 트레이드마크인 성실과 겸손에 대해 ‘생존을 위한 처세술’이라고 이해하더군요. 성실하면 오래간다, 혹은 겸손해야 살아남는다, 말하자면 겸손과 성실은 처세술로 선택한 결과물이라는 거지요. 이런 행동주의 심리학적 분석에 동의합니까.

“살아남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따라 하지는 않았고요. 살다보니까 그런 것이 굉장히 중요하구나 느낀 것이죠. 오히려 생각보다는 행동이 먼저였던 것 같고요.”

▼ 특별한 계기나 누구의 가르침이 있었나요.

“부모님의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는 회사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오셨죠. 늘 가정을 중심으로 살았고 술을 못 하세요. 어머니는 무척 사려 깊은 분입니다. 항상 자신보다 남 생각을 먼저 하시죠. 심성은 어머니 쪽을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저는 사춘기를 겪으면서 조용하고 내성적인 스타일로 인간형이 바뀌었습니다. 차분해진 거죠. 하여튼 옛날 어린 시절에 하던 것들을 다 잊고, 어릴 때의 말이라든가 행동은 다 없어졌어요.”

필자도 “사람은 여러 번 바뀐다”고 맞장구를 쳤다. 실제로 신체나 지능지수는 타고나는 부분이 많지만 성격은 후천적 요소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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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호택 동아일보 수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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