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배 열두 척만 남은 수군을 넘겨받은 이순신의 심정입니다.” 1월27일 치러진 위원장선거에서 당선, 앞으로 3년 동안 민주노총을 이끌게 된 이석행(李錫行·49) 신임 위원장은 민주노총의 현주소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무너진 민주노총의 조직력을 복원하기 위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노동현장을 방문하는 ‘대장정’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 강성 대의원들의 반발로 중도사퇴한 이수호 위원장 시절 사무총장을 지낸 그는 민주노총 내에서 ‘온건파’로 불린다. 또한 중소기업 해직노동자이자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이다. 그래서 대기업 강성노조에 휘둘릴 것이란 우려가 나오지만 그는 “전임 위원장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고 자신했다.
“제가 현장을 찾으려는 이유도 소수의 큰 목소리보다는 낮지만 다수인 일반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입니다. 작은 사업장 노조, 비정규직 노조부터 찾아가 그들의 절박한 심경을 듣고 나서, 대기업 노조 조합원들과 대화해 합일점을 찾겠습니다.”
그는 또 “누구와도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생각”이라며 이수호 위원장 시절 추진하다 무산된 ‘노사정’ ‘노정’ 간의 중층적 교섭틀의 복원 구상을 밝혔다. 작은 키에 미소가 부드러운 그가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