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수현(30·본명 김수현)의 말이다. 남자 배우부터 작가, 아이돌 가수까지 수현이 많다. 2005년 한중슈퍼모델선발대회 1위를 차지하며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흔한 이름 때문에 한때 예명(유리엘)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인터넷 뉴스 검색을 하면 많은 동명이인 중 그의 이름이 맨 먼저 뜬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 출연해 ‘떴기’ 때문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새로운 히어로 ‘비전’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계 천재 유전공학자 닥터 조(헬렌 조)로 등장한다.
다섯 살 때부터 6년간 미국에서 살았고 이화여대 국제학부를 졸업한 그는 영화에서 영어를 능숙하게 구사한다. 그는 “헬렌은 천재 과학자 토니 스타크 앞에서 ‘내 기술이 바로 과학의 미래’라고 말할 만큼 당당한 인물이라 다른 배우에게 밀리지 않도록 대사에 힘을 싣는 데 신경 썼다”고 했다. 강적 울트론 앞에서 평범한 인간이면서도 기죽지 않고 ‘내가 (당신을) 두려워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하는 닥터 조의 강인함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닥터 조 역을 제안받은 것은 2013년 11월 초. 영화 제목도, 배역 이름도 없는 한 쪽짜리 대본이 소속사로 왔다. 비디오 오디션을 거쳐 조스 웨던 감독을 직접 만났을 때 ‘조지 클루니’로 적혀 있던 대사 속 이름을 ‘토르’로 바꿔 연기해보라는 주문을 받고서야 ‘어벤져스’ 속편 오디션이라는 걸 알았다.
“깜짝 놀라서 몇 번이나 ‘토르가 맞느냐’고 반문했어요. 오디션을 보고 나왔을 때 이상하게 ‘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는 2010년 KBS 드라마 ‘도망자 플랜비’에서 영어 대사를 한 것이 제작진의 눈에 띈 것 같다고 했다. 촬영 전에는 잘할 수 있을지 긴장됐지만 곧 적응할 수 있었다고. 특히 마크 러팔로와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자주 어울렸다. 수현은 “마크는 김치를 어떻게 담그는지 알 정도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들 모두 할리우드 스타로 믿기지 않을 만큼 인간적이고 털털해요. 독립영화부터 연극, 블록버스터까지 다양한 작품을 하는 그들을 보며 배우로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수현은 넷플릭스가 제작한 드라마 ‘마르코 폴로’ 시즌1(2014)에도 몽골 제국의 공주 쿠툴룬으로 나왔다. 남자들과 벌이는 씨름에서 모두 이기는 여장부 역할로 시즌2 촬영에도 곧 합류한다. 올해 개봉 예정인 크리스틴 스튜어트, 니컬러스 홀트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이퀄스’에도 조연으로 나왔다.
“10년 뒤에는 외국에서 계속 활발하게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로 맡는, 무술이나 액션 연기를 잘하는 역할뿐 아니라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