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사랑’ 연인과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절대로 금방 헤어지지 못한다. 정을 쌓는 데 공을 들인 만큼, 헤어지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헤어졌다 해도 다음날 미팅해서 다른 사람 사귀지는 않는다. 한동안 감정을 가라앉히는 기간을 가지면서 독립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간다. 이후에야 자신에게 맞는 또 다른 반쪽이 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야 두 번째 사랑이 시작되는 것이다.”
요약하면, 여론이 ‘청계천’에 반해 맺은 ‘첫사랑’ 이명박을 마음속에서 정리하고 어느 정도 과도기를 거쳐 ‘두 번째 사랑’ 박근혜로 넘어오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8월19일까지는 충분하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다단계’ 논리라면 기자 눈에는 시간이 빠듯해 보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질문을 던져봤다. 이 인사는 “한 가지 저희 쪽에서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만일 박근혜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여러 전직 대통령과는 달리 노 대통령은 퇴임 후에 사법적인 문제로 고충을 겪을 필요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퇴임 후 노 대통령에게 혹시 다소의 의혹이 제기되더라도 화합 차원에서 포용하고 가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실명으로 발언 내용을 기사화해도 되겠느냐”고 묻자 그는 “오프 더 레코드”라고 한 발짝 물러섰다.
“盧, 사법적 문제로 고충 안 겪게…”
그의 말이 박근혜 전 대표나 캠프의 공식 견해와 일치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더라도 캠프 내 그의 위치상 당시 그의 발언을 기사화했다면 당장 ‘박근혜-노무현 연대설’이 이슈로 떠올랐을 것이다. ‘반노(反盧) 정서’가 강한 한나라당 경선 선거인단에 좋게 보일 리 없을 터였다. 또한 각종 의혹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국정원 정보유출 문제를 터뜨려 노무현 정부와 싸우고 있던 이명박 캠프로선 박근혜 전 대표를 몰아세울 호재가 됐을 것이다.
2007년 여야 대선주자 중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 등 한국을 둘러싼 5개국의 고위 정치인을 가장 많이 만나본 사람은 박근혜 전 대표다. 특히 박 전 대표는 미국측으로부터 환대를 받아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월15일 한나라당 경선을 준비하던 중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나 북핵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6자회담에 참여하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배석했다. 힐 차관보는 2006년 11월 베이징을 방문한 박 전 대표의 숙소를 찾아가 아침식사를 하면서 6자회담 진전 상황을 설명한 바 있다.
라이스 장관 면담 직후 박 전 대표는 자신이 묵고 있던 월러드 인터콘티넨털호텔로 미국 정부와 의회의 실무책임자급 한반도 담당자 11명을 오찬에 초청했는데, 이들은 전원 참석했다. 백악관에서 데니스 와일더 동아시아 선임보좌관, 빅터 차 보좌관, 커트 통 경제보좌관, 딕 체니 부통령실에서 박 슈워츠 안보특보, 국방부에서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 마이클 피네건 한국과장, 국무부에서 성 김 한국과장, 모린 코맥 부과장, 앤드루 하이드 한국팀장, 유리 김 북한팀장, 의회에서 상원 외교위원장실 제프 바론 수석보좌관이 참석했다.
미국 정부와 의회의 실무책임자급 한반도 담당자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일은 화제가 됐다. 이날 박 전 대표와 점심을 함께 한 미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박 전 대표와의 그날 점심이 어떠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박 전 대표와 식사를 하면서 그에게 한반도 주요 이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의견을 물어봤다. 박 전 대표가 놀랍도록 정확하게 이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고 풍부한 식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또한 한미관계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박 전 대표는 한국을 잘 이끌어갈 뛰어난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지만원→김유찬→도곡동, 절묘한 수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8월3일 이명박 전 시장의 출생과 병역 의혹을 제기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로 군사평론가 지만원(65)씨를 구속수감했다. 지씨는 올해 초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전 시장의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이 전 시장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은 이복형제”라는 글을 게재하고 기자회견을 한 바 있다. 검찰은 DNA 검사를 통해 이상득-이명박 형제가 친형제임을 입증했다고 한다.
이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7일 뒤인 8월10일 이 전 시장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던 김유찬(46)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명예훼손, 무고 혐의로 구속수감했다. 김씨는 지난 2월 기자회견을 열어 “1996년 이 전 시장의 선거법 위반 재판과 관련해 위증을 해주는 대가로 1억2050만원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퍼뜨린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