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호

분노한 20대, 문재인·이재명에 레드카드 꺼내다[창간 90주년 대선 여론조사⑦]

文 국정운영 ‘잘못’ 58.0%, ‘화천대유 李 책임’ 63.3%

  •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1-10-20 1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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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천대유 野 책임’은 17.6%에 불과

    • ‘정권 재창출’ 27.6% vs ‘정권교체’ 56.4%

    • 대선후보 적합도는 洪이 30.6%로 1위

    • ‘이대남’ 공략 劉, 8.2%로 선전

    • 20·30 및 60대 이상 vs 40·50세대

    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30대 당대표를 배출한 6·10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가장 주목받은 세대는 20대다.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에서도 20대의 야성(野性)이 도드라질 전망이다. 여러 지표를 종합하면 20대의 반여(反與)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30대와 비교해서도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더 또렷해 보인다.

    민주당 정권 재창출에 공감하는 비율도 전 연령대에서 20대가 가장 낮았다. 공정 이슈를 선점한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20대 사이에서 선전하는 양상도 감지된다. 반면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지사는 20대와 30대에서 모두 고전했다. 또 대부분의 현안에서 20대와 30대 여론은 60대 이상의 여론과 보조를 맞췄다. 반면 40대와 50대의 여론이 서로 호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20대 사이에서 뚜렷한 反文 정서

    ‘신동아가’ 창간 9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 ㈜폴리컴에 의뢰해 10월 13~15일 전국 성인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18·19세, 20대(이하 20대) 응답자의 58.0%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30대는 55.6%, 40대는 47.1%, 50대는 52.8%, 60대 이상은 64.5%가 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고 봤다.

    속 내용을 뜯어보면 20대 사이에서 뚜렷한 반문(反文) 정서가 확인된다. 이번 조사에서 국정 운영 평가에 대한 답은 ‘매우 잘함’ ‘어느 정도 잘함’ ‘어느 정도 잘못함’ ‘매우 잘못함’ 4개로 구성됐다. ‘잘함’ ‘잘못함’ ‘잘 모름’ 등 3가지로 구성하는 3점 척도 조사와 달리 지지 혹은 반대의 강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20대 응답자 중 ‘매우 잘못함’을 고른 비율은 48.2%였다. 이는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60대 이상(45.9%)보다도 높은 수치다.

    정부·여당에 대한 20대의 분노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또 있다. “‘화천대유 게이트’는 누구의 책임이 더 크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0대 응답자의 63.3%는 “이재명 경기지사 등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 역시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60대 이상의 응답률(62.6%)을 웃도는 결과다. 30대에서도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56.8%로 집계돼 민주당 책임론에 더 무게를 실은 모습이다.



    20대와 부모 세대인 50대 사이의 간극도 눈에 띈다. 같은 질문에서 50대의 39.4%는 “곽상도 무소속 의원 등 국민의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 50대는 전 세대를 통틀어 국민의힘 책임론에 대한 공감도가 가장 높았다. 반면 20대 중 같은 응답을 한 비율은 17.6%에 불과했다. 민주당에서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로부터 약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점을 부각하면서 20대의 공정 감수성을 자극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민주당이 더 문제라고 답한 셈이다.

    홍준표의 비상, 유승민의 반등

    문 대통령의 후임자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보는 비율도 20대에서 가장 낮았다. “내년에 치러질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다음 중 어느 의견에 더 동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20대 응답자의 56.4%는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답한 비율은 27.6%에 불과했다.

    민주당 정권의 재창출에 동의하는 비율은 40대(47.0%), 50대(40.4%), 30대(35.2%), 60대 이상(31.6%) 그리고 20대 순이었다. 즉 60대 이상보다 20대에서 이른바 ‘민주당만 빼고’라는 정서가 더 컸다는 의미다. 20대 중 16.0%는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 어느 곳에도 응답하지 않고 “잘 모름”이라 답했다. 이는 조사 대상 연령층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민주당은 싫지만 국민의힘 등 야권도 미덥지 않다는 20대 부동층이 적잖게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차기 대선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20대의 30.6%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을, 23.6%가 이재명 경기지사를, 14.1%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택했다. 20대에만 한정지어서 해석하자면 홍 의원과 이 지사가 2강, 윤 전 총장이 1중인 셈이다.

    이는 전 연령대를 종합한 지지율 추이와 사뭇 다르다. 홍 의원은 전체 지지율이 17.6%로 이 지사(31.0%)와 윤 전 총장(29.8%)에 이어 3위였는데, 유일하게 20대에서만 1위를 차지했다. 홍 의원은 30대에서도 25.2%로 이 지사(29.6%)에 이어 2위를 꿰차는 등 청년 지지세가 높았다. 대입 수시 폐지와 사법고시 부활 등 공정 관련 이슈를 선점한 결과로 풀이된다. 20·30대가 많이 사용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는 ‘무야홍’(무조건 야권 후보는 홍준표)이라는 단어가 회자된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전체 지지율에서 3.5%를 얻는 데 그쳤지만 20대에서는 8.2%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이는 유 전 의원이 이번 대선에서 부쩍 ‘20대 남성(이대남)’을 겨냥한 공약을 쏟아내는 점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유 전 의원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더불어 5·7·8·9급 공무원 채용시험의 양성평등채용목표제 폐지 등을 공약했다. 양성평등채용목표제는 한 성별이 전체 합격자의 70%를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20대가 야성을 보이면서 그간 한국정치에서 생경했던 풍경도 나타났다. 2017년 제19대 대선의 경우, 지상파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20대에서 47.6%, 30대에서 56.9%, 40대에서 52.4%, 50대에서 36.9%를 기록해 모두 수위였다. 반면 60대와 70대 이상에서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각각 45.8%와 50.9%로 선두였다. 2012년 제18대 대선에서도 역시 지상파방송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20대와 30대, 40대에서 이겼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0대와 60대 이상에서 압승했다. ‘젊을수록 진보’는 한국 대선의 오랜 공식이었다.

    완전히 다른 애국보수와 젊은 보수

    그러나 이번 신동아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와 60대 이상이 한편, 40·50 세대가 한편인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즉 MZ세대와 산업화 세대가 보폭을 맞추고, 민주화 세대와 X세대가 손을 맞잡은 모양새다.

    MZ세대와 산업화 세대의 정치관이 같다고 보긴 어렵다. 반문이라는 깃발을 기치로 일시적 연합전선을 펴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60대 이상은 애국보수에 가깝고, 20·30 젊은 보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포기할 수 없는 세대”라면서 “애국보수와 젊은 보수는 완전히 다른 생각을 하고 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관련기사 ‘신동아’ 7월호 [이준석 대해부] “겸손하고 착한 척이 정무 감각은 아냐…경쟁 잣대 세워야”)

    한편 이번 조사는 무선(90%), 유선(10%)을 병행한 ARS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3.0%다. 표본 추출방법으로는 성·연령·지역별 기준 할당 추출법에 의한 유무선RDD 방식을 썼다. 이하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대 #반문정서 #홍준표 #이대남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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