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호

中도 북·러 방치, 韓 한국전쟁 이후 최대 안보위협

북‧러 동맹, 미일 협력… ‘에치슨 라인’의 부활

  • 김기호 강서대 교수·前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remnanthero@gmail.com

    입력2024-07-2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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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北에 ICBM 배치 가능성 언급

    • 중국은 몰라도 시진핑은 북·러 밀월 반긴다

    • 주일미군 힘 실어주고, 주한미군은 철수 카드 만지작

    • 中·러시아 눈치 보고 日 경계해선 안 돼

    • 韓, 대북·대중 견제 첨단 전략기지 역할 고수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노동신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 20일 “김정은 동지께서 6월 19일 러시아연방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동지와 회담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양국은 회담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했다. [노동신문]

    신냉전의 바람은 한반도에 먼저 불기 시작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손을 잡았다. 6월 19일 양국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합의하고 전문을 공개했다. 조약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무력 침략을 받을 경우 지체 없는 상호 군사원조를 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북한이든 러시아든 전쟁이 벌어지면 자동 개입이 가능해졌다. 이 조약을 두고 냉전이 끝나며 폐기됐던 북·러 군사동맹의 부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미국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는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냉전 시대 수준으로 관계를 회복한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미국은 한반도 긴장에서 한발 물러서려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일본과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4월 10일 미일 정상이 주일미군사령부 격상 추진에 합의했다. 해외 주둔 미군으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주일미군의 지휘 통제 기능을 강화해 유사시 일본자위대와 합동작전에 나설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게 주요 개편 방향이다.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군사 견제를 하기 위한 야전사령부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두고 ‘에치슨 라인’의 부활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에치슨 라인은 1950년 1월 12일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딘 에치슨이 선언한 미국의 극동 방위선이다. 미국 알래스카 최남단인 알류샨 열도와 일본, 필리핀을 연결해 이 지점을 자유민주주의의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한반도는 이 방위선에서 빠져 있었다. 에치슨 라인이 발표된 지 6개월도 지나지 않아 6·25전쟁이 시작됐다. 한국만 쏙 빠진 상태에서 주변국들의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지금 한국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일까.

    러시아, 北과 군사기술 협력 가능성 시사

    일단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 상태부터 자세히 살펴보자. 양국의 군사협력은 본격적이다. 조약 전문 공개 현장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군사기술 협력 심화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원자력잠수함(SSBN), 정찰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을 그대로 북한에 전수한다면 군사력 향상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러시아의 초정밀 광학유도 기술은 북한의 미사일 정확도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단거리 전술핵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북한판 에이태킴스(KN-24), 600㎜ 초대형방사포(KN-25)의 타격 오차 범위를 30~50m에서 10m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러시아의 4.5세대 전투기 수호이-35(Su-35). [노동신문]

    러시아의 4.5세대 전투기 수호이-35(Su-35). [노동신문]

    ‌러시아가 북한에 최신예 전투기 수호이-35와 스텔스기 방공 체계인 S-400 미사일포대를 공급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북한은 노후화된 miG-29 전투기를 중심으로 공군을 운용하고 있다. 러시아의 무기를 공급받게 되면 한국의 제공권을 위협할 수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 ICBM도 배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세르게이 랴르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6월 27일 러시아 국영방송 ‘로시야1’ 인터뷰에서 “(ICBM 등 장거리 미사일을 동맹국에 배치하는 방안과 관련해) 동맹 및 전략적 파트너들과의 군사 및 군사기술 협력 문제가 상당히 확대됐고, 논의하고 있는 지역도 넓어졌다”고 밝혔다.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맺었지만 국제사회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핵심 우방국인 중국이 침묵하고 있어서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관계를 중국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월 19일 BBC 중국 특파원 로라 비커는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을 위해 탄약이 필요한 러시아와 돈이 필요한 북한이 일시적으로 손을 잡았으나, 중국은 이들의 밀착을 경계하고 있다”며 “시진핑 중국 주석이 두 동맹국인 북한과 러시아가 관계를 급속하게 강화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징후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언급한 징후는 소문이다. 5월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 중국 측이 푸틴 대통령에게 “방북 일정을 늦춰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그만큼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도 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안드레이 란코프 NK뉴스 국장도 “러시아가 북한에 대규모 군사기술을 제공하진 않을 것 같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기술 제휴로 얻을 것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가까워지는 북·러, 시진핑에겐 호재

    필자의 견해는 다르다. 중국은 몰라도 시진핑 주석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동맹 복원에 쾌재를 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시진핑 주석의 목표가 장기 집권이라면 특히 그렇다. 시진핑 주석은 2019년 헌법을 수정하며 ‘시황제’에 올랐다. 최장 10년이던 주석의 임기를 삭제했다. 당선만 된다면 종신 집권도 가능한 상태다. 문제는 당선이다. 세 번째 연임을 한 주석은 역사상 전무하다. 새 역사를 쓰려면 확실한 실적이 필요하다.

    주석을 선출하는 전국인민대표회의는 2027년에 열린다. 이 시점을 생각해 보면 가장 확실한 실적은 양안 통일(중국의 통일), 즉 대만 합병이다. 2027년 8월 1일은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의 날이다. 중국군의 이름은 아직 인민해방군이다. 1950년대 한때 ‘국방군’으로 개칭을 추진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 대만의 인민을 해방하지 못했으니 ‘해방군’의 역사적 사명이 남았기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이 아직 대만 합병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북한과 러시아의 협력은 호재일 공산이 크다.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하는 미국이 한반도와 일본에 신경을 쓰는 동안, 중국은 대만에 집중할 수 있다.

    북·러의 밀월관계를 중국이 방치하는 형국이지만, 미국은 한반도보다는 일본열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 태평양함대에 합동TF를 만들어 대일본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일본에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하며, 주일미군 역량을 키운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와이에 있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와 자위대 간 유사시 신속 대응 지휘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로써 일본은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넘어 중국에 군사 견제를 하기 위한 야전사령부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커졌다. 전 미국 국방차관을 지낸 도브 작하임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일미군사령부 사령관을 현행 4성 장군(대장)으로 격상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4성 장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 특수전사령관 등과 같은 통합작전사령관으로 군 내 최고 계급이다. 도브 수석고문은 “일본도 내년까지 일본의 모든 군사작전을 총괄하는 자위대 본부를 신설하고 미군 대장이 이를 지휘하게 될 것”이라며 “한국의 한미연합사령부처럼 미일이 일본군(자위대)과 주일미군을 통합하는 ‘미일연합사령부’를 창설하려 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주일미군과 일본자위대 간 통합사령부 추진은 주한·주일미군을 통합, ‘상호 보완’해 운영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육군 병력 위주로 구성된 주한미군(2만8500명)과 해·공군·해병대 위주의 주일미군(5만5600명)을 결합하면 완전한 통합군으로 기능할 수 있다. 전시 효율성을 생각해도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은 통합 운용될 가능성이 높다.

    유사시 주일미군 따라야 하는 주한미군

    한미일 3국 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중 미군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갑판 위에서 미 해군 전투기 F/A-18E 슈퍼호닛(왼쪽)이 이륙하고 있다. [미국 제 7함대]

    한미일 3국 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 중 미군 핵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 갑판 위에서 미 해군 전투기 F/A-18E 슈퍼호닛(왼쪽)이 이륙하고 있다. [미국 제 7함대]

    미국은 주한·주일미군의 통합 운용을 준비하기 위해 연합훈련의 강도를 높여왔다. 육해공 합동훈련부터 인도주의 지원, 재난재해 및 테러 대응, 국제평화유지 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층 더 적극적으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호주, 캐나다 심지어 영국까지 끌어들여 중국을 포위하는 다양한 연합훈련을 지속하고 있다. 심지어 북·미 핵협상 등의 이유로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된 기간에도 미국과 일본은 연합훈련을 강행했다.

    미국의 해외 미군기지 분류 기준에 따르면 주일미군의 역할 내지 전략적 위상이 주한미군보다 사실상 상위에 있다. 주일미군은 ‘1급 전력투사 중추기지(PPH·Power Projection Hub)’, 주한미군은 ‘2급 주작전기지(MOB·Main Operating Bases)’로 분류된다.

    향후 주일미군이 일본자위대와 통합작전사령부로 개편된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한다면 인도태평양사령부의 지휘 아래 미일 통합군이 우선 투입 주력부대가 될 공산이 크다. 주한미군은 증원 부대로 투입되거나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이 통합된 합동군으로 편성돼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주한미군이 빠진 한국은 안보 공백이 심화할 우려가 크다. 최악의 경우 한국군도 지원부대 위주로라도 한미연합군으로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에서는 아예 주한미군 철수 이야기까지 나온다. 앨브리지 콜비 전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5월 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의 주된 문제(중국)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는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 둬선 안 된다”며 “내게 결정권이 있다면 (주한미군을)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향후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한국은 6·25전쟁 이후 최대 안보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러시아는 북한과 손을 잡았고, 중국은 이를 방치하고 있다. 우방인 미국은 주일미군에만 관심을 보인다. 미국의 일부 정치인은 주한미군을 빼낼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미국의 믿음을 사야 한다. 더는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보고 일본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한국이 확실하게 대북·대중 견제의 첨단 전략기지 역할을 고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북한, 중국, 러시아의 위협에 한국, 미국, 일본이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주도면밀하게 미국과 일본에 설명해야 한다.



    김기호
    ● 예비역 육군 대령, 국제정치학 박사
    ●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합참 군사전략과 전략기획장교
    ●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과 교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現 강서대 교수(국제관계학)


    신동아 8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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