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감한 투자에 힘입은 뛰어난 시설, 풍부한 교수진, 독특한 커리큘럼이 성장동력이 됐다. 거기에 더해 한국 경제계를 이끌어가는 고려대 경영대 출신 CEO들의 명성, 그리고 모교에 대한 이들의 아낌없는 지원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고려대는 ‘막걸리대학’이라 불릴 만큼 서민적인 학풍을 지녔다. 그런데 의외로 재벌가 2세 경영인들 중에 고려대, 그중에서도 경영대 출신이 적지 않다. 최근 5년 사이에 최고경영자에 오른 2세 경영인들을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재벌 2세 요람’ ‘재벌 2세 사관학교’라 부를 만하다.
기업을 창업해서 성장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대를 이어 기업을 이끌어가는 것은 더 어렵다고들 한다. 무수히 많은 기업이 생겨났다가 2대를 못 넘기고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당연히 창업자들은 2세 경영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지,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보낼 것인지를 깊이 고민한다. 그 가운데 많은 오너가 고려대 경영대를 선택했다.
주요 2세 경영인 35명 졸업
고려대 경영대 출신 2세 경영인 중 맏형을 꼽으라면 1997년부터 (주)삼양인터내셔날을 이끌고 있는 허광수 회장(65학번)을 들 수 있다. 허 회장은 고(故)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3남이다. 허 명예회장은 LG그룹 공동창업주인 고 허준구 명예회장의 큰형으로, 삼성그룹의 창업에도 깊이 관여했다.
허광수 회장 이후 다수의 LG가(家)와 GS가 2, 3세가 고려대 경영대에 진학했다. 특히 허준구 명예회장은 장남 허창수 GS홀딩스 회장(67학번), 차남 허정수 GS네오텍 사장(69학번), 3남 허진수 GS칼텍스 사장(72학번)을 잇달아 입학시켰다. 허창수 회장은 2005년 허씨 일가를 이끌고 LG그룹에서 독립해 GS그룹을 창업했다. 그를 가르친 고려대 경영대 신수식 교수는 “허창수 회장은 사교성이 좋다. 학교 다닐 때부터 선후배들을 잘 챙겨 2세 경영인들의 중심이 됐다”고 기억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막내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 역시 장남 구자열 LS전선 부회장(72학번)과 차남 구자용 E1 사장(73학번)을 이곳에서 공부시켰다. 이 외에도 1967년엔 구인회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철회 회장의 장남 구자훈 LIG손해보험 회장이, 1970년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이 입학했다.
80학번인 이선용 (주)아시안스타 대표이사 역시 어머니가 구인회 창업주의 차녀로 범(汎)구씨가라 할 수 있다. ‘외식업계의 귀재’ ‘패밀리 레스토랑 1세대’로 불리는 그는 1991년 TGI프라이데이스(TGIF)를 국내에 도입, 2002년 롯데에 매각하기까지 10년 이상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 시장을 평정했다.
현대그룹가에도 고려대 경영대 출신이 많다. 우선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국 엠티인더스트리 회장(72학번)과 차남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74학번)이 있다. 1979년과 1980년엔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장남 정몽진 KCC 회장과 차남 정몽익 KCC 사장이 연이어 입학했다. ‘포니 정’으로 불리던 정세영 회장의 외아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도 80학번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89학번이고,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3남으로 아나운서 노현정씨와 결혼해 화제를 모은 정대선씨도 고려대 경영대를 다니다 지금은 미국 유학 중이다. 정대선씨의 형 정일선 BNG스틸 사장(산업공학과 89학번)은 정의선 사장과 함께 고려대를 다녔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69학번)과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71학번),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71학번)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기업의 규모와 실적이 탄탄해 후배 2세 경영인들이 잘 따르는 선배들이다.
1972년엔 2세 경영인들이 대거 입학해 눈길을 끈다. 구자열 부회장, 정몽국 회장, 허진수 사장과 함께 김상홍 삼양사 명예회장의 장남 김윤 삼양사 회장, 고 신덕균 신동방그룹 명예회장의 차남 신성수 고려산업 회장이 입학해 고려대 경영대 전성기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