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뚝한 누각 영남하늘에 높이 올려놓아서
십리의 빼어난 경치 눈앞에 다 보이네
고요한 낮 여울소리 베개 머리에 이어지고
해 비끼자 술 그림자 뜰가에 떨어진다
농부의 바쁜 봄 일 마을마다 비 내리고
객점엔 아침밥 짓느라 곳곳이 연기로다
지난날 선군께서 이곳을 지나가셨는데
부끄럽다 소자가 다시 잔치 여는 것이
박일호(53) 시장의 강력한 권유가 없었다면, 어쩌면 이 절경을 지나칠 뻔했다. 무릇 쉬어갈 줄 알아야 인생의 여백을 아는 법. 막걸리 한잔 못 걸친 것이 아쉽긴 하지만,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꿈꾸는 밀양의 운치를 느끼기엔 넘칠 만큼 족했다.
2년 전 송전탑 사건으로 몸살을 앓은 이 조용한 농촌도시는 이제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의 거점이 돼 첨단 창조도시로 거듭난다. 휴양형 복합테마관광단지를 만들고 융·복합 농업으로 농가소득 증대를 꾀한다.
힐링 관광, 농업 혁신
지난해 6월 뉴밀양 프로젝트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 시장은 지혜롭고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만나보니 과연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낮고 조곤조곤한 말투에 의욕과 열정이 넘친다.
“지방이 발전해야 나라가 잘된다는 소신을 갖고 정치에 입문했다. 대한민국의 하체 부실을 막아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대한민국 성장의 동력이 돼야 한다. 지자체는 나라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다. 어떤 마인드를 갖고 예산을 쓰느냐가 중요하다.”
경제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 밀양은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도시형 농촌이었다. 양산 인구가 3만~5만일 때 이곳은 28만이었다. 지금은 10만9000명 안팎이다. 그 이유로 박 시장은 산업단지의 부재를 꼽았다.
“핵심 이유는 국가 기반산업단지가 조성되지 못한 것이다. 빨대효과라 할까. 부산을 비롯해 대구, 울산, 창원, 김해, 양산 등 주변 도시가 발전하면서 밀양의 인재와 재원이 다 빠져나갔다. 도시가 발전할 만한 신(新)성장동력이 없었던 거다.”
▼ 뉴밀양 프로젝트의 핵심이 뭔가.
“말 그대로 올드(old) 밀양을 새로운 밀양으로 바꿔보자는 거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기업이나 산업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지난해 12월 17일 나노융합 국가산업단지 유치가 확정됐다. 2020년 완공될 예정인데, 수십 개 기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밀양엔 관광자원이 많다. 잘 알려진 대로 이곳 출신 사명대사를 기리는 표충사가 있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 김종직 선생과 일제강점기 독립투사 김원봉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전통과 문화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 밀양은 영남알프스의 중심지다. 해발 1000m 이상의 산 7개로 이뤄졌는데 그중 5개가 밀양에 있다. 넓은 평원지대로 습지가 많아 환경부가 습지보고지역으로 지정해놓았다.”
박 시장은 집무실 벽에 걸린 대형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밀양이 영남의 중심이다. 부산, 울산, 창원, 대구, 김해, 양산이 30~50분 거리다. 포항까지는 1시간이고. 영남권 1300만 시민이 힐링(healing) 관광을 하기에 딱 좋은 위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