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호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의심환자 AI 단백질(H5) 검출… WHO 확진기준, 정부 “WHO 기준은 보고용, 국내 기준 따로 있다”

  • 최영철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8-06-11 16: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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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 확진환자 기준 ‘PCR 검사상 AI H5 양성’
    • 의심환자 발생 이틀 만에 H5 검출…WHO 보고 안 해
    • 정부 억지 주장…‘AI 단백질 맞는데 A형 바이러스 아니다’?
    • 전문가, 자문위원 “M=음성, H5=양성 검사 결과 있을 수 없다”
    • 항체검사도 잘못…증상발현 3주 후 해야 하는데 2주 만에 끝
    • 정부 “모든 검사 다 했지만 음성판정 나왔다”
    • 질병본부, 의협에 “WHO 기준=AI 국내 진단 기준” 문건 돌려
    • ‘세균성 폐렴’ 확정 발표…원인 세균은 발견 못해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오리 살처분에 나선 공무원들. 고글과 캡을 벗는 등 살처분 규정을 어기고 있다.

    온나라가 미국 쇠고기 수입 논쟁을 벌이는 사이 AI(조류인플루엔자)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4월2일 전북 김제에서 처음 발생 후 5월15일 현재 AI 양성 확진은 43건에 이르고 지역별 발생건수로는 33건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이자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심에서까지 AI가 처음 발생함으로써 이제 AI가 ‘토착형 사계절 전염병’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03년 12월 충북 음성의 닭 농장에서 처음 시작된 AI(인플루엔자 A형, H5N1)는 지난 3월까지 모두 26건. 지난 4월 이후 한 달 보름간의 발생건수가 지난 4년 발생건수를 훌쩍 넘어섰고, 겨울에 발생해 3월 이전에 진정되던 예전 사례와 달리 올해는 초여름 더위가 시작된 4월에 시작해 5월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엔 ‘국내 발생 AI가 저병원성 북방형(중국 칭하이형)에서 고병원성에다 사망률도 높은 남방형(인도네시아, 베트남형)으로 변이됐다’는 설도 나온다. AI에 유독 강한 오리가 폐사한 점을 들어 더욱 강력한 AI 변종 바이러스가 해외에서 유입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I가 도시 한복판 동물원과 재래시장에서 발생하자 정부는 그제서야 총리실 산하에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서울시는 야외 사육 가금류 1만5000여 마리를 살처분하는 한편 도심에서의 닭, 오리 사육, 그리고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반입을 금지했다. 이런 조치는 1997년 AI 인체감염이 처음 발생한 홍콩의 경우와 비슷하다. 17명의 환자가 발생해 그중 6명이 사망한 홍콩 AI의 확산 원인은 통제불능의 재래시장 닭 유통구조였다. 당시 홍콩 당국은 도심의 닭 150만수를 죄다 살처분했다. 한국은 5월14일 현재까지 오리와 닭 700만마리를 살처분했지만 AI 확산을 막지 못했다.

    인체감염 없었다? 무증상 감염자는?

    지난 2월20일 기준으로 AI(H5N1)는 14개국에서 362명의 사람을 감염시켜 그 중 228명을 사망케 했다. 사망률은 63%.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5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미래에 닥칠 광우병보다 발등에 떨어진 AI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그만큼 인체감염과 인체 간 감염(대유행, 팬데믹·pandemic)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사실 AI가 이처럼 전국적으로 창궐하는 상황에서, 또 오리를 폐사시킬 정도의 AI가 판치는 현실에서 인체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이다.



    5월7일 질병관리본부는 전북지역에서 살처분에 참가(4월18, 19일)했다가 폐렴증세를 보여 AI 의심환자로 분류된 육군 모 부대 소속 조모(22) 상병에 대해 최종적으로 AI 감염 음성 판정을 내렸다. 실험실적 검사 결과와 함께 발표된 이날 보도자료의 제목은 ‘현재까지 AI 인체감염은 없어…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당부’였으며 조 상병의 병명은 ‘세균성 폐렴’으로 확진됐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과 김성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인체감염은 아직 없으니 불안을 조장할 필요는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 듣기에 따라선 “인체감염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불안조장세력’이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인체감염은 없어’라는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비록 무증상 감염자이지만 2003년부터 2006년까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0명이나 된다. 무증상 감염자는 환자는 아니지만 감염자인 것은 맞다. AI 바이러스가 몸 안에 침투해 증식했지만 질병을 일으키진 못했거나 감염자가 이미 바이러스에 반복적으로 노출돼 몸 안에 강력한 항체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 침투한 바이러스가 힘이 약한 저병원성 바이러스였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AI 환자(확진환자)가 아닌 것은 AI 감염으로 인한 질병 증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의 보도자료 제목은 ‘감염 확진환자는 없어…’라고 했어야 옳다.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5월10일 AI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각료들.

    지금껏 발견된 무증상 감염자들은 대부분 살처분에 참가한 사람이거나 닭, 오리를 키우던 농장주들이었다.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을 추적하는 데는 짧게는 몇 달, 길게는 2년이 걸렸다. 초기에는 신용불량자와 같은 주거 불안정자가 대거 살처분에 참가했기 때문에 무증상 감염자가 얼마나 더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 주소를 허위 기재한 경우가 많아 추적 역학조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동아’ 취재 결과, 질병관리본부가 ‘세균성 폐렴 환자’라고 발표한 AI 인체감염 의심 병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인플루엔자 A(H5N1) 감염자에 대한 케이스 정의’, 즉 WHO의 AI 감염환자 진단기준에 의한 ‘확진환자(Confirmed H5N1 case)’에 해당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4월21일 AI 단백질 검출 시인

    WHO는 환자의 증상과 AI에 대한 노출 여부, 실험실적 검사 결과에 따라 환자를 의심환자(Suspected H5N1 case), 추정환자(Probable H5N1 case), 확진환자(Confirmed H5N1 case)로 나누고, 추정환자와 확진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국가 보건당국이 즉각 WHO에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각국 방역당국은 이 기준에 따라 AI 감염환자를 진단한다.

    WHO는 ‘38℃의 발열을 동반한 기침, 숨가쁨, 호흡곤란 등 급성 하부호흡기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으로서 증상발현 7일 이내에 AI 감염동물의 살처분에 참가한 사람’을 의심환자로 규정한다. 또 ‘의심환자 기준을 충족시키면서 흉부 엑스선상 급성 폐렴 소견을 보이고 호흡부전이 있는 경우 또는 인플루엔자 A 감염에 대해선 양성 판정을 받았으나 AI 바이러스 감염(H5N1형)에 대한 실험실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한 경우’를 추정환자로 규정한다.

    그리고 의심환자 또는 추정환자(둘 중 하나만 충족)의 기준에 부합하면서 WHO가 공인한 해당국 정부기관(한국의 경우엔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4가지 검사, 즉 H5N1 바이러스 배양 분리검사, 인플루엔자 A와 H5 HA(표면단백질 헤마글루티닌)를 타깃으로 한 PCR(핵산증폭검사), 혈청을 이용한 중화항체 비교 검사, 단일혈청 항체검사(다른 혈청검사 병행) 중 1가지에서 양성 판정이 나오는 경우는 확진환자로 규정한다.

    질병관리본부는 4월21일 배포한 보도해명자료와 4월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 사병이 WHO 기준 AI 인체감염 추정환자 또는 확진환자임을 이미 밝힌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만 기자들이 질병본부 관계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WHO 환자 확진기준이 무엇인지를 파악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4월21일 질병관리본부는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이 병사가 ‘WHO 기준 의심환자’이며 고열과 폐렴증상이 있었음도 인정했다.

    다음날인 4월22일, 언론매체들은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AI 바이러스 일부 항원 발견’ ‘PCR 검사 결과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중 H5형 양성’ ‘소량의 H5 바이러스 검출’이란 기사를 쏟아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되는 내용은 ‘질병관리본부가 살처분 참가 병사를 WHO 기준에 따라 의심환자로 분류했고, 병사에게서 채취한 혈청으로 PCR 테스트를 한 결과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중 H5형에 양성’이라는 것.

    4월22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이 사병은 당시에 이미 확진환자였다. WHO는 ‘의심환자 또는 추정환자로서 두 가지 서로 다른 타깃(인플루엔자 A와 H5 HA)을 이용한 PCR검사에서 H5 양성’인 경우 ‘확진환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의심환자’라는 조건은 이미 공적 문서(보도해명자료)로 밝혔고, ‘PCR 검사 H5 HA 양성’ 부분도 질병관리본부 발언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대로라면 이 병사는 흉부 X-ray 검사상 폐렴이 확인됐고, 인플루엔자 A형임이 확인됐으므로 WHO의 추정환자 기준도 충족한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WHO에 이런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질병본부는 같은 날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쏟아냈다. WHO 환자기준에 딱 맞아 떨어지는 확진환자 검사 사례를 말해놓고선 “불현성 감염(무증상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 “중화항체검사를 해야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 “세균성 폐렴의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WHO 환자기준을 알지 못했던 언론매체들은 대부분 ‘국내 의심환자 첫 발생’이라는 사실과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중 H5 양성’이라는 PCR 검사 부분을 비중 있게 다루지 않고 ‘불현성 감염’을 제목으로 뽑았다.

    증상 있는 ‘불현성 감염’?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도시 한복판 동물원과 재래시장에서 AI가 발생하자 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불현성 감염’은 질병관리본부가 이 병사를 WHO 기준의 의심환자로 분류한 사실과 배치되는 표현이다. WHO 의심환자 기준은 살처분 작업에 참가한 사람으로서 기침, 숨가쁨, 호흡곤란 등 급성 하부호흡기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질병관리본부는 4월21일 보도해명자료를 통해 ‘증상이 있음’을 이미 기정사실화했다. “중화항체검사와 배양분리 검사를 모두 해봐야 확진 여부를 알 수 있다”는 표현도 WHO 확진환자 진단을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WHO는 PCR H5 양성 검사와 중화항체검사 등 4가지 검사 중 1가지만 충족하면 확진환자로 보는데,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이 세 검사를 모두 충족해야 확진환자인 것처럼 발언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해 “AI 감염 의심 병사 호흡기 검체에서 H5 양성이 나왔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A형 바이러스 양성이라고 발표한 적은 없다.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인지를 확인하는 메트릭스(M) 유전자에 대한 PCR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즉 추정환자도 아니고 확진환자도 아니기 때문에 바이러스 배양 및 항체검사를 추가 실시해 최종 확인을 거쳤을 뿐이다. WHO에 의심 사례는 보고했다”라고 밝혔다. H5 헤마글루티닌 양성인데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가 아니라니 이게 무슨 얘기일까. 이에 대해선 뒤에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거짓말? 무지? 무시?

    기자는 4월22일 질병관리본부 발표를 기사화한 기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말하는 대로 받아썼을 뿐”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PCR 검사 결과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H5형 양성’ 기사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질병관리본부는 5월7일 ‘인체감염 없어…’ 보도자료의 ‘붙임 1’ 문서에 결정적 단서를 남겼다.

    국립보건연구원 인플루엔자바이러스팀이 작성한 이 문서는 최종 검사결과 부분에서 유전자 검사 즉, HA(헤마글루티닌)에 대한 PCR 검사 결과가 ‘H5=양성’으로 나왔다고 적시했다. WHO가 정의한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와 H5 HA를 타깃으로 한 PCR 검사에서 H5 양성’이라는 확진환자 조건과 일치하는 검사 결과였다. 그런데 질병본부는 이런 검사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논리를 내세워 최종 음성 판정을 내렸다. 보도자료의 내용을 살펴보자.

    ‘그간 환자가 유전자 검출검사(PCR)상 양성 가능성이 있었으나 유전자 검출검사는 통상 AI 바이러스의 바이러스 본체를 구성하는 부분 및 바이러스 결합성분(HA 부위) 2가지 성분이 모두 양성반응을 보일 때 양성으로 판정하고 있으며, 본 실험 결과 이 중 하나인 바이러스 결합성분에서만 양성을 보인 것으로서 최종적인 (H5N1의) 배양 (분리) 및 혈청실험(중화항체 검사) 결과 음성으로 확인된 것임’

    이 내용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물었더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부터 흘러나왔다. 질병관리본부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AI 바이러스의 구조와 각 부분의 기능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다음쪽 그림 참조).

    AI 바이러스, 즉 H5N1형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한 종류고,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한 형(속)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80~120nm 직경의 외피가 있는 구형(球形)의 바이러스로 그 외피 속에는 인플루엔자 항원성의 차이, 즉 A형인지 B형인지 C형인지를 구분하는 메트릭스(M)와 핵산단백질(NP, 8개의 분절된 RNA 포함)이 들어 있는데, 연구자들은 M에 대한 유전자 PCR 검사를 통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A형인지, B형인지, C형인지를 밝혀낸다. 질병관리본부가 보도자료에서 ‘바이러스 본체를 구성하는 성분’이라고 밝힌 부분이 바로 M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사의 PCR에서 M에 대한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기 때문에, 즉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전체 PCR 검사가 음성’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의 외피 표면에는 HA와 NA(뉴라미다제)라는 표면단백질이 돌기모양으로 솟아 있는데 HA와 NA의 종류에 따라 그 아형(亞形)이 엄청나게 많다. 현재 HA는 16종류, NA는 9종류가 밝혀졌으며 고병원성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HA다. HA는 인체 세포내 감염성 침입에 간여하며 바이러스 조직 중 가장 중요한 표면 항원(질병을 일으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조류에게 고병원성을 띠는 것으로 밝혀진 HA는 H5와 H7형으로, 우리가 흔히 AI 바이러스를 H5N1이라고 부르는 것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중 HA 종류가 H5고, NA가 N1이라는 뜻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보도자료에서 ‘바이러스 결합부분’이라고 밝힌 부분이 HA다. 이에 대한 질병관리본부의 PCR 시험 결과는 ‘H5=양성’, 다시 말해 병사의 몸에서 H5형 HA가 발견됐다는 뜻이다.

    “AI는 반드시 A형 바이러스”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 모델

    질병관리본부의 주장을 종합하면, PCR 검사 결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A형임을 결정짓는 M은 검출되지 않았는데(음성), AI 바이러스의 가장 큰 특징인 H5 HA는 발견됐다(양성)는 것.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의 감염내과 교수는 “H5 PCR 양성은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라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심장과 뇌가 없는데 팔이 저절로 움직인다거나 어머니 없는 자식이 홀로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 M에 대한 PCR 검사가 잘못됐거나 질병관리본부가 판단을 잘못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못 박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주장대로라면 AI 바이러스 구체 내부에 있는 M은 어디로 떨어져 나가고 그 표면에 솟은 돌기인 단백질 HA만 남았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AI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RNA 바이러스인데다 수만 마리가 넘어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 M이 떨어져 나갔다 해도 병사의 몸 세포에 H5형 조류인플루엔자가 침입해 질환을 일으킨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에만 H5형 HA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A형을 결정짓는 항원 M이 음성,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H5 HA는 양성이라는 결과는 과학적으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결론”이라고 했다. 물론 그 반대의 결과, 즉 M=양성, H5 HA=음성은 충분히 가능하다. 왜냐하면 메트릭스(M) 항원이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라 하더라도 그 표면단백질인 HA는 H1이 될 수도 있고 H2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HA는 H16까지 16종류가 있다). 이와 관련 국립보건연구원 호흡기바이러스 과장(현 인플루엔자바이러스팀)을 지내고 현재 질병관리본부 대유행 인플루엔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고려대 의대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에게 공식 자문을 구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WHO의 PCR 시험 프로토콜에 M이 양성이고 H5가 양성일 때 PCR 검사 결과를 양성으로 판정한다는 규정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처럼 M은 음성이고 H5는 양성인 경우는 상정되어 있지 않다. 과학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M이 음성이면 H5 HA는 자동적으로 음성으로 나오는 게 정상이다. WHO의 환자확진 기준에 두 개의 타깃, 즉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M)와 H5 HA를 이용해 PCR 검사를 한 후 M에 대한 언급 없이 ‘H5 HA만 양성이면 확진환자’라고만 규정한 것은 H5가 양성인데, M은 음성으로 검사 결과가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M에 대한 PCR 검사는 실험조건에 따라 검사결과가 달라지므로 고도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僞)음성’이 나올 수도 있다.”

    김 교수의 반박에 대해 질병관리본부는 “유전자 진단법은 검사방법 및 검체조건에 따라 감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어 바이러스 배양이나 항체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판정을 하는 것 아니냐”며 즉답을 피하고 “우리는 M=음성이고 H5=양성이면 WHO 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본다”는 종래의 주장을 반복했다. 또 “WHO에서 제시하는 기준은 환자 보고 기준이며, 각 나라에서는 역학적 상황을 고려해 실정에 맞게 환자 관리기준을 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자체 제작해 홈페이지에 올린 ‘2007년 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 예방 및 관리지침’에는 추정환자에 대한 개념규정은 없고, 확진환자에 대해선 ‘객관적인 검체 검사 결과 AI가 확인되었을 경우’라고만 정의해 놓았다. 질병본부는 “WHO 기준은 보고용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보도자료 발표 전날인 5월6일 ‘PCR검사 결과 H5 HA가 양성이면 확진환자’라는 내용을 담은 ‘AI 인체감염증 신고요령’이라는 문건을 대한의협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나온 ‘AI 인체감염증 진단기준’은 WHO 환자기준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질병본부도 WHO 환자기준을 준용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 질병본부의 2007년 전염병 감시 및 보고지침에도 AI 환자 정의를 WHO의 것 그대로 옮겨놓았다.

    최종 항체검사도 의문

    PCR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질병관리본부는 ‘말을 뒤집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질병관리본부의 주장은 H5형이 양성이라도 M이 음성이면 PCR 검사 결과는 음성이라는 것. 그런데 ‘신동아’에는 “4월22일에는 M이 음성이라는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H5형만 양성이라고 발표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왜 당시에는 M이 음성이기 때문에 PCR 전체 검사 결과가 음성이라고 못 박아 밝히지 않았을까(기자들은 분명히 ‘A형 바이러스 중 H5형’이라고 들었다고 주장한다). 보도자료에도 ‘그간 환자가 유전자 검출 검사(PCR)상 양성 가능성이 있었으나…’라는 표현을 썼다. M에 대한 PCR 시험 결과를 공개하지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닐까. 질병본부는 이에 대해 “PCR 검사를 2회 했다”고만 밝혔다.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AI 감염 의심사병에 대한 질병본부의 유전자 검사와 항체검사는 제대로 된 것일까? 질병본부는 “오류는 없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했다는 중화항체 검사도 그 결과가 의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보도자료 붙임 문서에는 항체검사 결과 중화항체가가 1:20 미만이어서 AI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만 쓰여 있다. 중화항체는 AI 바이러스의 H5 HA와 같은 항원이 인체에 들어오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림프구 등이 이를 무력화시키려고 만들어내는 항체로, 바이러스를 적군으로 가정하면 ‘예비군’과 같은 존재다. 즉각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며 적과 바로 싸움에 나서는 ‘정규군’인 백혈구와 달리 중화항체는 만들어지는 데 수주의 시간이 걸린다(WHO 연구 내용). AI 인체감염 확진환자의 대다수에서 폐렴이 발생하는 것도 백혈구가 즉각적으로 항원들과 싸움에 나서면서 폐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 폐렴이 심해지면 폐에 물이 차면서 환자는 사망한다.

    WHO는 감염환자 진단기준에서 확진환자로 판명하려면 중화항체 검사 중 반드시 급성기 혈청(증상발현 7일 이내에 뽑은 혈액)과 회복기 혈청을 서로 비교하도록 했다. 확진환자로 판명되려면 회복기 혈청의 중화항체가가 급성기의 4배 이상이어야 한다(이때 중화항체가가 1:80 이상이어야 양성). ‘예비군’ 림프구가 중화항체를 만드는 데 수주의 시간이 필요해 시간이 지나갈수록 항체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WHO 환자기준은 급성기 혈청만 채취시기를 정해뒀을 뿐 회복기 혈청에 대해서는 채취시점을 정해두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배포한 ‘AI 인체감염 관리지침’에는 ‘증상발현 후 7일 이내에 급성기 1차 혈액을 채취하고, 회복기 2차 혈액은 증상발현 3~4 주 후에 채취해 항체검사를 하라’고 돼 있다. 또 ‘단일 혈액만 채취할 경우엔 증상발현 14일 후에 채취하라’고 규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조모 상병의 항체검사 결과와 관련, ‘신동아’에 다음과 같이 밝혀왔다.

    “급성기와 회복기 혈청에 대한 중화시험을 수행한 결과 1차, 2차 혈청 모두 중화항체가가 실험상 최저 역가인 1:20 미만이었고 4배 이상의 상승이 관찰되지 않았으며, WHO의 표준 프로토콜에 따라 14일 이후인 5월4일에 2차 혈청을 채취했다. 항체검사 결과 음성이었고 모든 검사에 오류란 없었다.”

    여기에서 보듯 질병본부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스스로 만들어놓은 관리지침의 ‘2차 혈청은 3~4주 후에 채취하라’는 대목도 무시하고 항체검사를 서둘러 마친 것으로 드러났다. 의심 병사가 입원한 날인 4월20일에서 정확하게 14일이 지난 시점인 5월4일 2차 혈청을 뽑아 항체검사를 실시한 것. 앞에서 본 것처럼 중화항체는 시간이 지날수록 많이 형성되는데, 질병관리본부는 급성기와 회복기 비교 항체검사가 아닌 단일 혈청검사 기준을 차용해 검사를 했다. 더욱이 WHO는 단일 혈청검사의 경우 말의 혈구를 이용한 혈구응집억제시험이나 H5 특이 웨스턴블롯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WHO 기준에 따른 모든 검사를 다 했다”고 밝혔지만 단일혈청 검사는 하지 않았다. 다만, 단일혈청을 회복기혈청 검사에 사용했을 뿐이다.

    결국 질병관리본부가 ‘최종적 검사’라고 밝힌 항체검사도 믿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만약 3~4주가 지난 후 질병본부가 회복기 혈청을 뽑아 다시 검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질병본부는 “검사가 적확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국민 불안은 ‘무지’에서 비롯

    국내 첫 AI(조류인플루엔자) 인체감염환자 발생!

    5월13일 광진구청 직원들이 구청내 식당에서 삼계탕을 즐기고 있다. AI바이러스는 75℃ 이상에서 5분간만 끓이면 괴멸한다.

    남은 의문이 한 가지 더 있다. 과연 이 병사가 세균성 폐렴 환자가 맞느냐 하는 것. 5월7일 질병관리본부는 이 병사가 AI 환자가 아니라 세균성 폐렴 환자라고 확진했다. 폐렴을 일으킨 이유가 세균 때문이라는 것. 과연 그럴까. 폐렴이 세균 때문이라면 객담을 배양한 배지(培地)에서 원인 세균이 분리돼야 하고 그것이 전자현미경을 통해 관찰돼야 한다.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 붙임문서의 원인균 검사 항목을 보면 환자의 객담 검체에서는 입 안에 사는 인체 무해 세균만 발견되고 끝내 원인균을 찾지 못한 것으로 나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에 대해 “환자가 항생제에 빠르게 반응했고, 대부분의 외국 AI 사례와 달리 백혈구증가증 등 세균성 폐렴에서 볼 수 있는 소견이 많아 그렇게 결정했다. 자문위원 겸 전문가 4명이 세균성 폐렴에 ‘합당하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가 AI 의심환자를 확진하려면 공식 자문위원 회의를 열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한 자문위원은 “연락을 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이 자문위원은 “폐렴을 일으킨 세균이 항생제에 빠르게 반응했다면 질병본부가 보도자료에서 밝힌 ‘입 안에 사는 인체 무해 세균’은 왜 죽지 않았느냐”며 “내가 알기로는 자문위원 중 이 분야 전문가는 3명뿐”이라고 말했다.

    WHO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28일에서 4월17일까지 이집트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 14명의 AI 환자가 발생해 8명이 사망했다. 특히 파키스탄에선 AI에 감염된 가금류와의 접촉이 아닌 가족 간 감염으로 2명이 사망했다. 이미 AI의 인체 간 감염(팬데믹) 조짐이 나타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홈페이지에는 ‘인체 간 감염이 가능하다’고 해놓고 공식석상에서는 국민이 불안해할까봐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AI에 감염된 가금류라도 75℃ 이상에서 5분간만 끓이면 바이러스는 괴멸한다. 또 WHO 기준 AI 확진환자로 밝혀진 병사도 지금은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고 AI에 대한 항체가 생겼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없다. 이는 상식이고 과학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AI 창궐에 혼을 빼앗긴 정부는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과학적이고 정당한 이의 제기를 범죄시하다시피 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의 불안은 무지 또는 정보의 차단으로부터 출발한다. 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국민에게 도움을 청하는 게 난국을 헤쳐나갈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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