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호

제로 웨이스트

‘썩는 플라스틱’이 외면 받는 3가지 이유

아직 기술 개발 중… 기존 플라스틱과 공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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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0-10-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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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썩는 플라스틱 국내에선 환경부 인증 통과 어려워

    • 자연분해 아직 불가능, 어느 정도 열 있어야 분해

    •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내구성 낮고, 재활용 불가능

    • 곡물 원료 플라스틱, 대단위 경작 따른 비료·농약 등 환경오염 가능성

    • 전문가들 “현재 상태 한계 많은 기술, 지금은 재활용 늘리는 게 나아”

    • “썩는 플라스틱 빠른 속도 성장해 기존 플라스틱 시장 대체할 것”

    경기 수원시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쌓인 폐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처리가 곤란해지자 일각에서는 썩는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아DB]

    경기 수원시 자원순환센터 야적장에 쌓인 폐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처리가 곤란해지자 일각에서는 썩는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아DB]

    “‘썩는 플라스틱’도 있다던데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일반 플라스틱 대신 썩는 플라스틱을 사용해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포장재 사용이 늘어나며 폐플라스틱, 폐비닐도 늘었다는 내용의 기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댓글이다. 과도한 플라스틱 사용으로 환경오염 우려가 커지자 썩는 플라스틱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썩는 플라스틱은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대신 환경보호나 쓰레기 배출 면에서는 일반 플라스틱보다 편리하다. 돈을 좀 더 내고서라도 썩는 플라스틱 제품을 쓰겠다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다. 

    전문가 집단과 플라스틱 업계에선 공히 “썩는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하기에는 넘기 힘든 장애가 너무 많다”고 주장한다. 일단 썩는 플라스틱 제품의 경우 재활용품 담당 부처인 환경부의 인증을 받기 어렵다. 제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에 대해 각각의 환경품질 관련 기준을 통과해야 ‘생분해 플라스틱’ 인증을 받을 수 있다(환경표지 인증제도). 생분해성 인증만 받으면 되는 다른 나라보다 인증 절차가 오래 걸리고 복잡하다. 인증 기준이 서로 다르다 보니 해외의 썩는 플라스틱을 섣불리 수입할 수도 없다. 

    설사 생분해 인증을 받은 플라스틱이라 해도 자연 상태에선 잘 썩지 않는 한계도 있다. 일정 정도의 열이 가해져야 플라스틱이 분해되기 때문이다. 즉, 썩는 플라스틱을 사용한다고 해도 그 제품을 일반 쓰레기처럼 버릴 수 없다는 의미다.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떨어지는 내구성도 약점으로 작용한다.



    자연환경에서는 썩지 않는 ‘썩는 플라스틱’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병이 썩는 과정. [Mr Green Eco Solutions 제공]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물병이 썩는 과정. [Mr Green Eco Solutions 제공]

    썩는 플라스틱의 정식 명칭은 ‘생분해 플라스틱’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국내외에서 사용 가능 인증을 받으려면 일정 조건(온도 58℃±2℃)에서 6개월간 방치됐을 때 일정 정도 분해돼야 한다. 나라마다 기준은 조금씩 다르지만 통상 70~90% 분해되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일정 조건(온도 58℃±2℃)에서 90%가량 분해된 제품만 판매 및 유통 인증을 내준다. 

    이 기준을 통과한 생분해 플라스틱이라 해도 일반 쓰레기처럼 매립해 처분할 수는 없다. 자연환경과 인증 조건(온도 58℃±2℃)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15년 11월 “생분해 플라스틱 이용이 늘어도 환경오염은 크게 줄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는 “생분해 플라스틱은 기온이 50℃가 넘어야 분해되는데 자연환경에서는 기온 50℃를 넘는 상황이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영국 폴리머스대학의 해양환경학자인 이모젠 내퍼(Imogen Napper) 박사는 2019년 6월 생분해 플라스틱의 자연환경 분해도에 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봉지를 땅에 매립, 바다에 유기, 공기 중 노출 3가지 조건으로 구분해 처리한 다음, 3년 후 분해 상태를 확인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만든 비닐봉지는 3년이 지나도 땅속에서 썩지 않고 원형을 그대로 유지했다. 해양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공기 중에 방치된 제품은 새 제품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손상이 적었다. 


    잘 썩지 않고 내구성도 낮아

    생분해 플라스틱은 옥수수, 사탕수수 전분과 미생물 재료를 활용하는 ‘천연계 분해성 플라스틱’과 석유 유래 성분을 화학적으로 가공해 만드는 ‘석유계 분해성 플라스틱’으로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이 중 천연계 분해성 플라스틱이 석유계에 비해 더 잘 분해되고 가격이 저렴하다. 

    천연계 분해성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하게 되면 외려 환경오염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전분이 이 플라스틱의 주재료인 만큼 대량생산을 하려면 곡물을 생산할 대단위 농경지가 필요하다. 농경지가 늘면 환경에 부담이 된다. 대단위로 곡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쓰이는 퇴비나 농약 등으로 주변 환경이 오염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구성도 천연계 분해성 플라스틱 제품의 약점이다. 잘 썩는 만큼 강도가 떨어진다. 열과 물에 약해 음식을 담기에도 부적합하다. 

    석유계 분해성 플라스틱은 석유 추출물을 합성하는 방식에 따라 다양한 제품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천연계 분해성 플라스틱보다 분해성이 떨어진다. 대신 내구성은 천연계 분해성 플라스틱보다 강한 편이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2019년 10월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동향보고서를 통해 “지금의 생분해 플라스틱은 범용 플라스틱을 대체하기에는 기술이나 비용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생분해 플라스틱, 미래에 플라스틱 대체할지도

    업계 일각에선 생분해 플라스틱을 단계적으로 시장에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문제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기존 플라스틱과 공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생분해 플라스틱은 강도가 떨어져 재활용이 아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매립해 처리할 수도 없다. 특정 환경에서 처리해야 환경오염 없이 분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분리수거를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따로 모아 처분해야 한다. 

    재활용업계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이 가정에 유통된다면 일반 플라스틱 제품과 분리해 따로 폐기해야 할 텐데 제대로 분리 배출 및 수거될지 모르겠다. 실수로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과 섞여 재활용 공장으로 옮겨지면 이를 골라내느라 시간과 비용이 든다. 생분해 플라스틱이 외려 재활용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재활용 대책도 생분해 플라스틱 개발보다는 일반 플라스틱 재활용에 중점을 두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썩는 플라스틱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일반 플라스틱 제조 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생분해 플라스틱 활용이 어렵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일반 플라스틱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생분해 플라스틱 산업동향 보고서에서 “새로운 생분해 소재가 개발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기존 플라스틱 시장을 대체해 나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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