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호

“3년 뒤 장교·부사관 절대 부족 사태 발생한다” [+영상]

‘군튜버’ 인생 2막 고성균 前 육사 교장

  • 최창근 에포크타임스코리아 국내뉴스 에디터 caesare21@hanmail.net

    입력2023-07-14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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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발전하려면 ‘도덕적 용기’ 갖춘 고급장교 필요

    • 초급간부 이탈 문제 심각… 군통수권자가 해결할 때

    • ‘애국페이’ 강요 안 돼, 정치권 관심 가져야

    • 육사 훈육관-생도대장-교장 거친 유일무이 장교

    [+영상] 고성균 장군 “애국페이 강요마라”



    고성균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간부 처우 문제를 지적하고 “이 상태로 3~4년 만 지나면 장교·부사관 절대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고성균 전 육군사관학교 교장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간부 처우 문제를 지적하고 “이 상태로 3~4년 만 지나면 장교·부사관 절대 부족 사태가 발생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다국적 동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 채널 운영자와 이용자는 남녀노소를 망라한다. ‘성역(聖域)’으로 치부되는 군(軍)도 예외는 아니다. ‘군튜버(군+유튜버)’들이 풀어내는 군대 이야기도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예비역 병사·부사관·초급장교가 주를 이루는 와중에 장성(將星) 출신 군튜버가 눈길을 끈다.

    고성균 예비역 육군 소장(少將)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졸업·임관 후 일선 지휘관, 인사 분야 주요 참모 보직 역임 후 장군으로 진급했다.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선발관리실장, 제31보병사단장, 제2작전사령부 참모장, 육군훈련소장 보직을 맡았다. 육군사관학교 훈육관(소령), 생도대장(준장), 교장(소장)을 모두 맡은 유일무이(唯一無二)한 장교이기도 하다. 육사에서는 ‘전쟁사’를 전공했고, 일반대학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대문예’ 신인상을 수상한 등단 시인이기도 하다. 2016년 예편 후 2018~2021년 숙명여대 안보학 교수로 강의했다.

    군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고성균 장군은 2021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군과 관련한 주제로 소통하고 있다. [고성균 유튜브]

    고성균 장군은 2021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군과 관련한 주제로 소통하고 있다. [고성균 유튜브]

    2021년부터 유튜브 채널 ‘고성균의 장군! 멍군!’을 운영하며 군을 매개로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계급장 떼고 군 이야기를 하자’는 취지에서 지은 이름이다. 실제 병사·초급장교 출신 유튜버들과 교류하며 컬래버레이션도 한다.

    “누적된 병영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군 수뇌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고성균 전 육사 교장을 6월 7일 서울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만났다.



    ‘군튜버(군 출신 유튜버)’가 다수 활동합니다. 장성 출신은 드뭅니다만 유튜브 입문 계기는 무엇인가요.

    “전역 후 숙명여대에서 안보학을 강의했습니다. 군과는 인연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학생 대상 강의였음에도 국가안보, 전쟁사, 무기체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수강하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학기를 거듭할수록 인기 강의가 됐습니다. 강의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고요. 그러다 일반 국민의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에서 장성 출신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결정이 쉽진 않았을 듯합니다.

    “아프리카 속담 중 ‘노인 한 사람의 죽음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식·경험 전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말이라고도 할 수 있죠. 부족하지만 30년 넘는 군 생활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려면 누군가는 사실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현역 군인은 사정상 할 수 없죠. 그래서 제가 ‘군 인식 변화를 위한 밀알이 되자’ ‘내가 몸담았던 조직을 위한 마지막 봉사다’라는 각오로 유튜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시작 전 ‘효자손’ ‘TV러셀’ 등 예비역 병사·장교 출신 유튜버들에게 자문했다고 한다.

    한국 군 당면 문제로 초급간부 문제가 대두됐다. 각종 사관학교는 지원자 감소, 입학 성적 저하, 자퇴자 증가라는 3중고에 시달린다. 신규 임관 장교의 70%를 점하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은 각 대학에서 미달이 속출한다. 임관 장교도 ‘조기 전역’으로 군을 떠나려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사관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군 초급간부 문제가 심각합니다. 어떻게 보나요.

    “사회 전반 문제입니다. 젊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도 퇴직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원인으로 급속한 최저시급 인상이 있습니다. 공조직 하부에 있는 사람이 최저시급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게 됐죠. 부동산 가격 폭등, 암호화폐 열풍 등으로 임금 소득만으로 자산을 증식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도 겹쳤고요. 무엇보다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이 문제를 폭발하는 촉매로 작용했다고 판단합니다.”

    고성균 장군은 “인생의 귀한 시간에 군복무를 하는 병사에게 걸맞은 보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 이견은 없다”라고 전제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병사들도 고생하지만 간부(장교·부사관)가 느끼는 중압감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어려움을 인지하고 공감하는 것은 물론 위로와 보상이 따랐어야 했는데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논란인 당직 근무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평일은 1만 원, 주말·휴일은 2만 원을 지급합니다. 거기서 식대를 공제하고 같이 근무하는 부하들 간식이라도 사주면 24시간 근무하고 수입은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무원은 평일 3만 원, 휴일 6만 원이 지급되고 있죠. 기획재정부에 ‘공무원 수준으로 인상해 달라’고 건의해 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무오류성 집단’의 오류

    위관급 장교, 부사관, 병사 출신이 주를 이루는 군튜버들은 초급간부 처우 문제, 군 부조리 문제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예비역 대위 출신 유튜버들이 열심히 목소리 내준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장기간 누적돼 온 일임에도 군 지휘부가 관심을 갖지 않던 문제입니다.”

    그는 한편 다행이라고도 했다. 초급장교 출신 유튜버들의 활동을 계기로 처우 문제 등에 국방부와 군 수뇌부가 관심을 환기하게 됐다는 취지였다.

    “예비역 유튜버들이 마이크를 켜고 때론 얼굴까지 붉히며 호소하고 이를 지상파방송 콘텐츠에 반영하고 하니 여론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만 실제 문제가 해결될지는 의문입니다.”

    KBS는 6월 6일, ‘현장진단, 우리들의 소대장’ 프로그램에서 초급간부 문제를 다뤘다. 방송에는 ‘캡틴 김상호’ ‘앗싸 참수리’ 등 육·해군 대위 출신 유튜버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이들은 그동안 초급간부 처우 문제를 제기해 왔다.

    누적된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는 원인을 진단하자면.

    “한국군은 ‘무오류성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문제가 많음에도 이를 인정하고 개선하려 들기보다는 ‘문제 없습니다’ ‘괜찮습니다’ 식으로 넘기려 합니다. 군은 ‘완벽한’ ‘물샐틈없는’ 같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자주 사용하잖아요. 이번 기회에 누적된 문제를 드러내고 잘못된 부분은 국민에게 야단도 맞아가며 개선하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그는 군인은 원래 고통을 감수해야만 하는 직업이라는 사회 전반의 인식도 문제의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초급간부 처우 개선 문제를 거론하면 ‘애국심이 결여됐다’ ‘돈 밝히는 속물이냐’ 식으로 비판하는데 더는 이래서는 안 됩니다. 젊은 후배들에게 이른바 ‘애국페이’를 강요할 순 없죠.”

    정치권이나 군 수뇌부 인식은 문제없나요.

    “대통령실과 국회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현 국방부 장관의 ‘하사 평균 월급 280만원’ 발언은 현실과 괴리된 간부들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이 대목에서 고성균 장군은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방부·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 장관과 문제를 논의하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상태로 3~4년만 지나면 장교·부사관 절대 부족 사태가 발생합니다. 군정(軍政)권을 가진 참모총장도 나서야 합니다. 문제는 참모총장 임기가 짧아서 문제를 인지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현행 참모총장 임기가 2년인데 그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형편이죠. 미국식으로 참모총장 임기를 4년으로 늘리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보장해야 합니다.”

    군의 3대 구성 요소인 병사-부사관-장교 간 불화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일부 병사는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 아닌 간부’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징집된 병사를 군이 품어주고 꿈을 갖게 도와줘야 하는데 이 점에서도 소홀했습니다. 공감과 신뢰를 기반으로 한 소통 부족 등 전반적인 간부 리더십 미흡이 가장 큰 원인이라 봅니다. 군대는 계급사회이고 상명하복을 기본 원칙으로 합니다. 그렇다 보니 때때로 권한을 남용하고 잘못된 권위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강요해서 문제를 만들죠. 간부가 병사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는 ‘합리성’을 갖춰야 합니다.”

    당면한 군 문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고성균 장군을 통해 장군에 대한 선입견이 깨졌다. 고급장교 출신으로서 ‘간부’ 입장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이른바 ‘라떼는 말이지…’ 식으로 이야기해서 비판받는 군 출신 인사들로 인해 생긴 선입견이다. 실제 학창 시절 그는 군인을 꿈꾸지는 않았다고 했다.

    고성균 장군은 “제복 입은 사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고성균 장군은 “제복 입은 사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홍태식 객원기자]

    경영학도 포기하고 선택한 육사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고아원 위문을 다녀온 후 돈을 많이 벌어 사회사업가가 되고 싶은 막연한 꿈을 꾸기도 했죠. 은행원이 되려고도 했습니다.”

    고성균 장군이 고등학생 무렵 가세는 기울었다. 일반대학 경영학과에 입학하려던 계획도 접어야만 하는 형편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공무원이 되려던 그를 죽마고우들이 말렸다. “너는 꼭 잘돼야 한다”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재수학원에 등록시켰다. 친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던 고성균 장군은 학비가 면제되고 장래 진로도 보장되는 육군사관학교 진학을 결정했다. 이후 ‘변혁적 리더십과 거래적 리더십이 리더십 효과성에 미치는 영향’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군 장성을 의미하는 ‘제너럴(General)’은 ‘다양한 병과(兵科)를 두루 통솔하는 보직’을 의미합니다. 실제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면 ‘병과표지’도 제거합니다. 장성급 장교의 리더십은 위·영관급 장교와 무엇이 달라야 할까요.

    그는 초급장교 시절 상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중대장(대위)일 때 연대장(대령)께서 ‘중대장! 넌 발로 뛰어다녀야 한다. 족장(足將)이다’라고 말씀했습니다. 위관급 장교가 족장이라면 영관급은 지장(智將), 장성급은 덕장(德將)이 돼야 한다는 뜻이었죠. 장성이 되면 대규모 조직을 운영하는데 덕을 기반으로 해야 합니다. 장군·제독에게는 책임감, 소통, 도덕적 용기 세 가지 덕목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도덕적 용기는 어떤 개념인가요.

    “내가 특정 언행을 했을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용기를 의미합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군 조직에는 더욱 요구되는 것이고요. 현역 시절 도덕적 용기를 가지고 일했습니다. 상관의 지시가 부당하다 판단되거나 의문이 생기면 ‘왜 그렇습니까’ 이의를 제기했죠. 대규모 조직에서 상급자 지시에 ‘순응’만 했다가는 참혹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이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도덕적 용기를 갖춘 장성들이 있어야 합니다.”

    아이젠하워의 미소

    고성균 장군은 현역 시절 ‘입바른 소리’를 자주했다. 상관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때론 질책도 받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상관을 설득해 소신을 관철했다. 그는 도덕적 용기의 대표 사례로 존 싱글러브(John Singlaub)를 들었다. 싱글러브는 주한미군 참모장(소장) 시절 카터 행정부의 주한미군 철수 계획에 “철군은 전쟁의 길로 이끄는 오판”이라며 반대했다. 이는 ‘항명’으로 비쳤고 백악관의 질책을 받은 후 보직 해임 후 예편해야 했다. 세월이 흐른 후 관계자가 “가만히 있었으면 별 몇 개를 더 달 수 있었을 거다”라고 이야기하자 싱글러브는 “내 별 몇 개를 수백만 명의 목숨과 바꿨다고 생각하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리더십’을 주제로 한 대화는 전쟁영화의 수작(秀作)으로 꼽히는 ‘패튼 대전차 군단’으로 이어졌다. 조지 C 스콧이 주인공 조지 패튼(George Patton) 역으로 열연한 영화에는 롬멜, 브래들리, 몽고메리, 아이젠하워 등 제2차 세계대전의 ‘기라성(綺羅星)’들이 등장한다.

    영화 ‘패튼 대전차군단’에는 개성 강한 명장들이 등장합니다. 리더십 관점에서 이들을 평가하자면요.

    “축구 포지션에 비유하자면 패튼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입니다. 용맹하고 공격엔 거침이 없죠. 롬멜은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봅니다. 계산적이고 신중한 스타일입니다. 몽고메리는 수비형 미드필더에 적합합니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유형이죠. 브래들리는 리베로에 어울린다고 봅니다. 전체적인 판세를 조망하며 필요한 곳을 지원할 능력을 갖췄습니다. 아이젠하워는 명감독이죠. 서로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진 지휘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갈등을 조정해서 시너지를 내는 외유내강 리더십의 소유자입니다. 아이젠하워의 리더십이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합니다. ‘아이젠하워의 미소는 20개 사단과 맞먹는다’는 표현도 있잖아요. 저도 군 생활을 하면서 아이젠하워를 사표(師表)로 삼았습니다. 그의 미소도 닮으려 했고요. 제가 사실 좀 무섭게 생겼잖아요?(웃음)”

    유튜브 활동의 보람 앞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말씀해 주세요.

    “개인적으로 유튜브 활동은 인생의 활력소입니다. 제복 입은 사람(군인·경찰·소방관)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는 데 작은 힘을 보탠다는 생각에 기쁩니다.”

    고성균 장군은 그중 군 생활을 함께 한 ‘전우’들과 다시 만나게 된 것이 보람 있다고 이야기했다.

    “제가 연대장으로 근무할 때 만난 이른바 ‘관심병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시 심리적 문제로 자살 충동도 느끼고 했는데 저 덕분에 극복하고 무사히 전역하고 현재는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기업 직원으로서 잘살고 있다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반갑고 고마웠죠.”

    그는 유튜브 채널 구독자들이 모두 행복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런 의미에서 ‘행복!’이라는 구호로 방송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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