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냇동생 또래들과 함께 이곳에서 생활하는 서빛(25) 씨의 표정이 햇살보다 더 밝다. 고등학교 졸업 후 미술학원 보조교사로 일하던 서씨는 이곳에서 실내건축을 배우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이 들어서도 대접받고 일하려면 나만의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걸 절감했어요. 실내건축은 여자가 일하기에도 무리가 없어 보여 도전했어요.”
그는 “열심히 배워서 관련 전문건설회사에 취직도 하고, 무료로 배운 만큼 재능기부를 통해 다시 사회에 보답하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체조가 끝난 후 기숙사에 돌아가 세면과 아침식사를 하고, 저마다의 강의실에 들어가 전공 수업을 듣고 실습을 하는 학생들 표정이 진지하다. 가르치는 교수들 목소리에도 열정이 진하게 묻어난다. 이 학생들은 내년 이맘때면 우리나라, 혹은 지구촌 어느 건설공사 현장에서 값진 땀방울을 흘리며 일하고 있을 것이다.
토목시공 현장실습장에서 만난 서창원(27) 씨는 측량 분야 최고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공고를 졸업했지만 전망이 없어 보여 하사관으로 복무했다는 서씨는 제대 후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전문건설이 전문 분야라는 걸 알게 됐어요. 해외 공사에도 참여해 경험을 쌓아 내 이름을 건 측량설계사무소를 차리는 게 목표입니다.”
청년 건설인력 구인난
‘4차산업’ ‘6차산업’을 이야기하는 시대에 2차산업으로 분류되는 건설산업을 청년 일자리의 ‘금맥’이라고 하는 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지만, 건설산업은 사회기반시설을 구축하는 중요한 국가기간산업이며, 사람의 생존조건인 의식주 중에서 주를 담당하는 산업이다.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요가 있는 대표적인 산업인 셈이다.게다가 직간접적으로 유발하는 생산, 고용, 취업효과가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4년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10억 원 투자 시 전체 산업 평균 7.8명의 고용을 유발하는 반면, 건설산업은 10.2명의 높은 고용유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흔히 건설산업은 레드오션 산업으로 불린다. 게다가 대표적인 3D업종으로 분류돼 청년들에겐 기피 대상 직업이었다. 그러는 사이 건설인력 구인난이 심화됐다. 건설업 장년층 취업자(55세 이상) 수가 2008년 26만여 명에서 2015년 48만6000여 명으로 늘었다. 특히 전문건설은 말 그대로 기술력을 갖춘 전문건설인력을 필요로 하는 곳이라 인력의 노령화가 더욱 심해졌다. 장년층 비율이 14.33%에서 25.5%로 높아진 반면, 청년층(29세 이하)은 같은 기간 8.64%에서 5.6%로 낮아졌다. 어느새 전문건설산업이 청년들이 마음먹고 도전한다면 취업과 창업이 용이한 레드오션 속의 블루오션이 된 것이다.
세계로 진출하는 전문건설
건설산업은 크게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나뉜다. 전문건설업은 주로 종합건설사로부터 하도급을 받아 건설 현장에서 전문 공정별로 실제 시공을 담당한다. 국내 건설산업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전문건설엔 실내건축, 토공, 미방조적, 석공, 도장, 비계, 금속창호, 지붕판금건축조립, 철콘, 기계설비, 상하수도, 보링, 철도궤도, 포장, 수중, 조경식재, 조경시설, 강구조물, 철강재, 삭도설치, 준설, 승강기, 시설물 등 29개 업종이 있다. 2015년 기준으로 5만93개 업체가 활동하고 있고, 여기에서 일하는 인력이 105만4000여 명에 달한다.전문건설은 임금도 낮은 편이 아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전문직별 공사업(전기·통신·소방공사 포함)의 1인당 평균 연간급여액은 2975만 원에 달했다. 이 분야 종사자의 58%가 1년 미만 고용의 임시직과 일용직 근로자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올 상반기 건설업의 하루 평균 임금이 18만 원에 달한다.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와 전문건설업계에서는 건설근로자의 복지 확충 및 처우개선, 체계적인 훈련시스템 강화 등을 통해 청년 인력의 유입에 힘쓰고 있다. 특히 ‘건설기능인 등급제’를 핵심으로 하는 제3차 건설근로자 고용개선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추진 중이다. 건설기능인 등급제는 건설근로자가 초·중·고급 등의 자신의 역량이나 기술 수준에 따라 합리적인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또한 공사 입찰 평가할 때 재직하는 기술자를 평가항목에 넣어 업체에서 주요 기술자를 상시 고용하도록 유도했다.
전망도 밝다. 불경기 속에서도 국내 건설 수주 실적은 2015년 158조 원, 2016년 166조 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해외건설은 대표적인 신성장동력으로 성장했다. 2015년 해외건설수주액이 461억 달러로 반도체 수출(629억 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자동차(458억 달러), 선박(401억 달러)보다 큰 규모다. 산업조사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건설 시장은 2020년까지 연 7.8%의 고성장을 이어가 2020년에는 12조600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 건설사들의 주 공략지인 중동·아프리카 건설 시장 규모는 향후 5년간 연평균 10.7% 성장할 것으로 추정했다.
취업률 95%
전문전설업체들도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하며 해외 건설사업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엔 홍콩국제공항 신규 활주로 건설의 핵심공사인 해상지반개량공사(1조 원 규모)에 우리나라 전문건설사 4곳이 각각 컨소시엄에 참여해 4개 공구를 모두 수주했다. 동아지질, 은성오앤씨, 삼보이엔씨, 초석건설산업은 일반인에겐 낯선 기업이지만 세계적인 DCM(연약지반개량공법의 하나) 기술과 장비를 보유한 회사들이다. 홍콩공항공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통해 서해안 연약지반공사와 인천공항 해상지반개량공사 등을 통해 많은 경험과 기술을 축적한 우리 기업에 입찰 참여를 요청했을 정도다.손명선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직무대행은 “전문건설산업은 4차산업혁명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혁신적인 기술 적용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고부가가치를 얻으며 지속성장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역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 소규모 인테리어 사업 같은 새로운 수익창출모델을 발굴 중”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실력 있는 전문건설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1997년부터 기술교육원(www.kscfcac.co.kr)을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11년 연속 국가기간전략산업직종훈련 전국 최우수 훈련기관 인정, 2010년 직업능력개발 우수훈련기관 대통령 표창 등 국내 최고 교육과 훈련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건설 현직 종사자 재교육까지 책임질 정도로 교수들이 최신 기술과 고도의 전문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실습장비도 최신 장비로 가득하다.
지난 20년 동안 총 615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97%인 5969명이 관련 자격증을 1개 이상 취득했고, 95%인 5827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전원 취업이 보장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 지원한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비진학 청소년과 고졸자들이다. 심각한 청년취업, 그중에서도 고졸 취업은 정부에서도 방치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에게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실내건축, 건축목공, 건축시공, 가구제작, 토목시공, 측량, CO₂용접, 특수용접, 배관시공 등 건축, 토목, 기계 분야 9개 직종 287명이 교육받고 있다. 교육은 3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8시간씩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교육비는 물론 기숙사비, 식비 등이 모두 무료다. 오히려 매달 소정의 기능장려 수당을 지급하고, 모범학생과 원내 실기 경진대회 입상자에겐 장학금도 준다. 기숙사 시설도 웬만한 대학 기숙사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다.
최신 실습 장비, 뛰어난 교수진
이곳에 지원하는 데 특별한 제한사항은 없다. 학력도, 학교 내신도, 적성도 보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 단, 의학적 소견에 따라 단체생활에 지장이 없는 신체를 가진 자여야 한다.김봉길 교수(교학팀 입학담당)는 “전문건설공제조합에서는 교육생들이 무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매년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무료 교육이 가능하다. 여기에 국고보조금을 더해 해마다 3억~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최신 기계 및 장비를 들여오고 있다. 우리 기술교육원이 전국 최우수 훈련시설 및 장비를 보유할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근주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 원장은 “기술교육원은 앞으로도 직종별 훈련 내용을 꾸준히 보완하고, 교수 역량을 강화해 건설인력양성 시스템의 일류화를 추진하고, 훈련생 교육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 박근주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장 - “숙식 제공, 무료, 100% 취업 지원”
▼왜 전문건설산업이 유망한가.
“학문의 시대는 지나고 기술의 시대가 됐다. 화이트칼라는 50대면 명퇴를 당하지만 자격증이 있으면 정년 없이 평생 일할 수 있는 시대다. 특히 건설산업은 그동안 젊은이들이 기피해 인력 확보가 어려웠던 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취업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다. 일평균 임금도 18만 원으로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이다. 대표가 여성인 기업이 2만3000여 개로 최근 5년 동안 두 배로 늘만큼 여성이 도전하기에도 좋은 산업이다.”
▼하는 일이 힘들지 않나.
“직업은 유행을 타지 않는 것을 선택해야 평생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다. 국가 기간산업은 유행이 없다. 건설은 대표적인 기간산업이다. 인류가 생존하는 한 건설은 계속된다. 건설도 힘으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기계가 하고 기술이 한다. 옛날처럼 힘든 육체노동 직업이 아니다.”
▼관련학과 졸업자가 아닌 사람이 전문건설에 취업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체계적으로 일을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이 많다. 우리 기술교육원을 비롯해 공인된 곳에서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딴다면 평생 일자리를 갖는 셈이 된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의 장점은.
“건축, 토목, 기계, 실내디자인, 측량, 특수용접 등 9개 직종의 기술 및 기능을 10개월 동안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다. 교육비, 기숙사비, 식비가 무료일 뿐 아니라 원생 전원에게 매월 소정의 훈련장려금을 지급하고, 우수자에게는 장학금도 준다. 수료 후엔 본인이 원하면 거의 100% 취업할 수 있다. 연간 3억~5억 원씩 최신 장비 구입에 투자하고 있으며, 교수들은 전원 방학 때마다 신기술을 익히는 연수를 받는 등 시설과 교육 시스템 모두 최고를 유지하고 있다.”
▼원장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원생들이 입학 후 한 달 한 달 변해가는 게 보인다. 자격증을 따는 등 결실을 확인하며 자신감을 갖는 모습을 보면 내가 다 행복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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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건설 분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졸업 후 작은아버지가 운영하는 인테리어 가게에서 일하다 전문대에 진학했다. 하지만 적성도 안 맞는 것 같고, 학비를 낼 형편도 안 돼 중퇴하고 군대에 갔다. 운동을 좋아해 제대 후 프로족구팀에서 활동하던 중 부상을 당해 은퇴했다. ‘뭘 하며 살까’ 고민하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을 알게 돼 그곳에서 1년 동안 실내디자인을 배웠다.”
▼기술교육원 수료가 취업에 어떤 도움이 됐나.
“일반고에 다니다 온 어린 학생도, 나처럼 공부를 그만둔 지 오래된 나이 든 사람도 이해하는 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쉽게 가르쳐주었다. 또한 기본을 탄탄하게 다지며 진도를 나갔다. 그 덕분에 관련 자격증을 3개나 취득했다. 교육을 잘 받은 덕분에 취업해서 일을 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수료할 때는 오라는 곳이 많아 골라 갈 정도였다.”
▼임금 수준은 어떤가.
“2012년 말 수료 후 전문건설업체에 취업했는데 초봉이 2400만 원 정도였다. 4년여가 지난 지금은 4500만 원 정도 받는다. 고졸 학력으로는 적지 않은 액수가 아닌가 싶다.”
▼전문건설업계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기술만 있으면 정년 없이 평생 일할 수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지금 내가 일하는 현장에도 70세가 넘은 분들이 일하고 있고, 현장을 지휘한다. 전문성이 높을수록 임금도 높은 분야라 그분들이 젊은 우리보다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
▼전문건설업종에 지원하려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보다 의지가 중요하다. 처음엔 많이 힘들다. 1~2년 정도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견뎌내고 경력을 인정받으면 충분히 보상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