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직격 인터뷰

‘감동을 주는 혁신형 인재’의 산실

상명학원 80주년 준비위원장 김종희 행정대외부총장

  • 김현미 기자|khmzip@donga.com

    입력2017-05-18 16:22:5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1937년 5월 도쿄고등기예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한 계당 배상명(1906~1986) 여사는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일깨우고 지도할 교육기관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이는 시대적 소명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해 12월 2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14번지에 ‘상명고등기예학원’을 개원했다. 이 작은 사설학원이 오늘날 재학생 1만2000여 명의 상명대학(서울과 천안 캠퍼스)을 비롯해 부속 여자중·고등학교, 부속 초등학교 및 부속 유치원을 거느린 ‘상명학원’의 모태가 됐다.

    “나는 조선 500년간을 통하여 정신적으로 위축되고 가정과 남성에게 예속되어 있는 여성들의 진정한 힘의 소재가 새로운 교육의 힘에 의해서 꽃필 수 있으리라는 신념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나의 학원 설립 계기도 바로 이와 같은 여성 운동에의 신념, 또는 여성들이 지닐 수 있는 구국운동에의 의식 각성을 목표로 해서 굳어진 것입니다.”(1977년 상명학원 40주년을 맞아 계당의 회고 중에서).

    1939년 2월 23일 상명고등기예학원은 상명실천여학교라는 이름의 정규학교 인가를 받는다. 상명실천여학교는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민족교육을 저지하려는 일본의 온갖 방해 속에서도 당당히 우리 손으로 설립한 정규학교였다. 그해 4월 신입생을 선발하며 계당 선생은 덕성을 계발하는 전인교육과 실천적인 여성교육 지도자 육성을 강조했다.



    사람의 잠재력과 가치를 존중하는 교육

    2017년은 상명학원 설립 80주년이자 상명대학 개교 52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5월 17일 개교기념일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홍지문2길에 위치한 상명대학 서울 캠퍼스(흔히 세검정 캠퍼스라고 함)는 활기가 넘쳤다. 상명의 울타리 안에 있는 유치원생부터 대학생, 교직원과 동문들까지 모두가 주인공인 생일잔치니 웬만한 학교에선 엄두도 내지 못하는 큰 잔치다. 

    “5월 16일 개교기념식을 하고 18일에는 상명아트센터 계당홀에서 바리톤 김동규 석좌교수가 총 연출한 80주년 기념 콘서트가 열립니다. 음대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출연해 화음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마련한 행사인데 참여 열기가 대단합니다. 당장 표가 500장이나 모자란다고 하니 큰일이네요.”

    김종희(62) 상명대학 행정대외부총장은 입으론 “큰일 났다”고 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표정이다. 상명학원 설립 80주년 준비위원장이기도 한 김 부총장은 올해 열리는 모든 행사를 기획하면서 상명의 역사를 담은 두 권의 책 ‘상명을 말하다’와 ‘상명을 보다’를 펴냈다. 이 책의 편찬사에서 김 부총장은 이렇게 썼다.

    “상명 발전의 원동력은 사람의 잠재력과 가치를 존중하는 고유한 상명문화와 상명 공동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상명의 교육정신은 선생님을 키워내는 사범대학에서 출발한, ‘사람’이 되게 하는 전인교육의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설립자의 창학 이념이 8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남녀공학 전환은 신의 한 수

    - 상명대학이 퀀텀점프를 하게 된 배경에 1996년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이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60년 넘게 여성교육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터라 남녀공학 전환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학내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팽팽했죠. 자칫하면 사범대학의 전통과 명문 여자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한꺼번에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와 관련해 교육부가 동문들이 남녀공학을 반대하면 허락할 수 없다고 해서 공이 제게 넘어왔습니다. 제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었거든요. 당시 학번이 높은 동문들은 여대로서의 정체성을 중요하게 여긴 반면, 젊을수록 남녀공학으로 전환하는 것이 학교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동문들 한 분 한 분 만나 의견을 듣고 학교가 영원히 살아남아 명문사학으로 거듭나려면 남녀공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찌 보면 일찍이 계당 선생이 말씀하신 ‘남자와 여자가 서로 바퀴의 한 축을 맡아 굴러가야 한다’는 수레바퀴 이론도 사회 변화에 따른 남녀공학의 당위성을 말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것이 상명식 ‘사람교육’

    당시 비슷한 여자대학이 남녀공학으로의 전환을 시도했으나 동문회와 동문 교수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것과 비교하면 상명대학의 선견지명과 동문회의 현명한 판단이 학교의 미래를 좌우했음을 알 수 있다.
    “남녀공학 첫해 신입생 가운데 남학생이 34%나 됐어요. 그 남학생 중에서 교수가 6명 배출됐습니다. 산학연구처장인 김동근 교수(휴먼지능정보공학과)가 바로 96학번이죠.”

    김종희 부총장은 상명여자사범대학 체육교육학과 74학번이다. 운동을 좋아하던 여고생 김종희는 대학에 와서 한국 에어로빅의 선구자로 불리는 이영숙(85) 상명대 명예교수를 만나 인생이 바뀌었다. 선수가 아니어도 운동을 즐길 수 있다는 ‘생활체육’에 눈뜬 것. 군대식 체조만 배워온 학생들도 음악에 맞춰 즐겁게 운동하는 에어로빅에 환호했고 심지어 군대에까지 에어로빅이 도입될 만큼 전국적인 열풍이 불었다.

    상명사대 출신 체육교사들은 에어로빅 전도사가 됐고, 김종희 부총장은 ㈔한국에어로빅스건강과학협회 이사(1996~2016)와 이사장(2015~2017)을 지내며 에어로빅 보급을 지원했다. 이후 한국여성축구연맹 회장, 한국레저스포츠학회 회장 등을 지낸 것도 첫 단추는 에어로빅이었다.

    “저는 대학 입시에서 예체능 실기 비중을 최소화하자고 주장합니다. 체육학과에 들어오는 학생이 100m 달리기에서 0.1초 빠르다고, 윗몸일으키기를 한 번 더 한다고 좋은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실기 위주의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면서 사교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것도 큰 문제죠. 그래서 실기 비중을 확 줄이고 그림을 잘 그리는 학생이 아니라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 학생을 뽑아서 잘 그리게끔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지도자를 길러내는 것이 상명의 교육 목표이자 전통입니다.” 


    인터뷰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