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호

< 특집 1 > 문재인 정부사용설명서

“기특한 김정숙 여사 손잡고 함께 울었어요”

‘文 이미지 메이커’ 손혜원 국회의원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입력2017-05-18 14:59:2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대통령 부인의 ‘50년 지기’로 브랜드네이밍 전문가
    • “文 대통령은 ‘얼굴이 패권’… ‘있는 그대로’ 내놓아
    • 홍준표식 ‘노이즈 마케팅’ 포인트 잘 잡은 전략
    • ‘안철수 포스터’ 최악… “장난치면 안 돼요”
    문재인 대통령을 사석에서 어떻게 호칭합니까.
    “잘 안 불러요. 오래 봐왔지만 친하진 않아요. 상남자라 여자랑 대화 안 하고, 말씀도 적어요. 문 대통령이 저를 어떻게 부르는지 알아요?”

    어떻게 부릅니까.



    친한 친구 남편, 문재인

    “혜원 씨! 혜원 씨라고 불러요. 좋잖아요. 하하.”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5월 10일 오후 손혜원 의원의 목소리는 달떠 있었다.

    “우리 김정숙 여사가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요. 호남 표는 김정숙 여사가 다 가져온 거예요. 호남에서 살다시피 했거든요.”



    손 의원에게 문 대통령은 ‘친한 친구 남편’이다.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고자’ 정치권에 들어왔다. 이번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을 맡았다. 

    “김정숙 여사와는 오늘도 만나 함께 울었어요. 우리 둘은 만나면 손잡고 울어요. 여기까지 온 과정을 다 아니까요. 5년 전 12월도 기억나고요.” 

    두 사람은 숙명여중·고 동창이다.

    학교 다닐 적부터 친했습니까.
    “그럼요. 이젠 건강하기만 하면 돼요. 더는 바랄 게 없어요. 문 대통령도 건강하게 있는 그대로만 하면 좋은 대통령이 될 거예요.”

    손 의원은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디자이너면서 브랜드네이밍 전문가다. ‘처음처럼’ ‘엔제리너스’ ‘힐스테이트’ ‘잇치’ ‘트롬’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이니스프리’ ‘식물나라’ 등 K뷰티의 세련된 디자인도 그가 가다듬은 것이다. ‘사람들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아는 게 잇따른 히트작 비결이다.


    “잘생겨서 고마워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분당하는 등 문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을 때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아 제1당이 되는 데 기여했다.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작명한 것도 손 의원이다. 민주당 상징색인 파랑에 초록을 더해 확장성을 더한 로고도 고안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지갑을 열고 물건을 사게 하는’ 일과 ‘정치인의 이미지를 고양하는’ 게 어떻게 달랐습니까.
    “상품은 생명력은 있으되 발은 없어요. 식물 같다고나 할까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으려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줘야 해요. 잘못 다루면 불만도 얘기하지 않고 죽어버립니다. 사람은 말을 하고 행동도 하죠. 문 대통령은 옷차림과 관련해 말을 잘 안 들어요. 양복을 새로 지었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새 양복 어때요?’ 했더니 도리도리해요. 마음에 안 드는 거야. 헐렁헐렁한 게 익숙해 슬림핏(slimfit)이 싫은 거죠. 인위적인 것, 작위적인 것을 싫어해요.

    옷도 입던 대로 항상 입으려고 하는데 이번엔 우리 말을 들었어요. ‘얼굴이 패권’이라는 말은 맞아요. 수염도 멋있고요. 염색도 안 했어요. 염색 안 하길 잘했죠? 잘생겨서 너무 고마워요. 사진 찍어도 잘 나오고, 웃는 모습도 좋고요. 표정에 진실성이 담긴 게 장점이죠. 쉽게 말해 상품이 너무 좋았어요. 문 대통령 같은 사람 홍보 계획 짜는 건 행복한 일이죠. 국민은 지금까지 겪은 적 없는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문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면 더할 나위 없는 대통령이 될 거예요.”


    존 F 케네디 벤치마킹

    문재인 대통령이 TV토론 때 착용한 스트라이프 문양 넥타이는 존 F 케네디 미국 35대 대통령 이미지 전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스트라이프 넥타이는 케네디가 이길 때 사용한 아주 유명한 소품이에요. 넥타이 여러 개를 놓고 ‘이거 매야 합니다’ 했더니 처음엔 ‘이게 뭐야’ 하고는 다음 날부터 거의 매일 매더라고요. 빨강이나 파랑, 노랑 등 단색이 강하긴 한데, 스트라이프의 직선은 젊으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줍니다. 영국의 군대나 학교에서 매는 넥타이예요. 고전적이면서도 도전적 이미지를 가졌기에 선거 캠페인에 유용합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 이미지 전략은 어떻게 봤습니까.
    “포인트를 잘 잡았어요. 대선 기간이 짧았잖아요. 시간이 부족하니 ‘노이즈 마케팅’으로 캠페인 한 거죠. 우리가 했으면 난리가 났을 말, 상상도 못할 말로 캠페인 했죠. 그런데 노이즈 마케팅은 결국엔 노이즈만 남을 뿐이에요. 개나 고양이도 사람의 본심을 알아챕니다. 동물도 호감 가는 사람에겐 태도가 달라지거든요. 노이즈 마케팅이 종국에는 ‘저런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 하나’ 하는 잡음으로 들린 거죠. 홍 후보와는 반대로 문 대통령은 시간이 지날수록 진면목을 알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캐릭터예요. 이미지란 만든 사람의 의도에 따라 사람들이 그런가보다 하는 게 아닙니다. 이미지 메이킹은 상품 자체가 좋아야 해요. 문 대통령처럼 상품이 좋으면 우리처럼 있는 그대로 내놓으면 되고요.”

    그는 “자유한국당의 포스터, 현수막 등은 ‘선수’가 만든 것으로 완성도가 뛰어났다”고 덧붙였다.
    “우리 빼곤 홍 후보 쪽이 가장 잘했어요. 한눈에 보기에도 제대로 된 ‘선수’가 했구나 싶었죠. 후보는 별로지만 현수막, 포스터 등은 나무랄 데가 없었습니다.”


    “만세를 왜 불러요”

    안철수 전 의원은요?
    “안타까웠습니다. 사람 목을 잘라 돌려 붙여 포스터를 만든 건 잘못이죠. 얼굴이 반전되면 그 사람이 아니에요. 그렇게 해놓고 잘했다고 좋아하니 말이 안 되는 거죠. 2위, 3위 후보는 더더욱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선거 포스터는 장난치면 안 돼요. 멋을 내서도 안 되고요. 시선, 미소가 중요해요. 특히 눈이 살아 있어야 해요. 유권자와 눈을 마주치는 게 기본입니다. 만세는 왜 부릅니까. 국민이 불러야지 왜 후보가 두 손을 치켜들어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손 의원은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자 정치권에 들어와 바람을 이뤘으니 원도 한도 없어요”라고 했다. “국가 브랜드와 관련해서도 할 일이 있겠다”고 하자 “나는 다 이뤘어요. 문화부 장관 맡은 사람한테 하라고 해요. 남은 임기 3년 동안 ‘이런 국회의원도 있구나’ 싶게 지역구 활동만 열심히 할 거예요”라면서 웃었다.

    손혜원 의원(오른쪽)은 “문재인 대통령은 표정에 진실성이 담긴 게 이미지 메이킹을 할 때 장점”이라면서 웃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