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대선 투표일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은 새 정부의 인사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실시된 보궐선거인 5·9대선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와 달리 인수위원회 등 60일 남짓한 정권 인수 기간을 갖지 못했다. 차기 정부를 이끌 사령탑인 청와대와 내각을 속전속결로 구성해야 했다. 이 때문에 선거 때 ‘대세론’이 굳어진 시점부터 문 대통령의 핵심 참모들은 차기 정부 인사에 대한 물밑 구상과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첫날인 10일 대통령의 첫 업무로 인선 결과를 발표했다.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내정했고, 대통령비서실장엔 임종석 전 의원을 발탁했다.
문 대통령은 선거운동 기간 중 ‘비영남권 총리 지명’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특히 ‘비영남 총리’를 광주 유세에서 처음 밝혔기 때문에 사실상 ‘호남 총리’를 약속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전윤철 전 감사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장 등이 거론됐다. 세간의 예상과 달리 이 전 지사가 낙점됐지만 이는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였다.
청와대와 내각 구성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4월 9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내각은 대탕평의 원칙 아래 제가 모르는 분이라도 능력 있는 인재를 발탁하고, (청와대의 경우) 비서실장부터 저와 지향이라든지 정체성이 같은 분들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유세 기간에 수차례 “새 정부는 새 시대의 첫차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 참모들은 이때부터 새 정부의 인사 코드는 ‘새 시대의 첫차론’에 맞는 ‘개혁’ ‘젊음’ 그리고 시대의 화두인 ‘소통’ ‘탕평’으로 압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리 후보자는 특히 ‘탕평’에 방점이 찍혔다는 해석이다. 총리 후보자로 현직 단체장을 발탁한다는 부담이 있었지만 호남에 팽배한 호남홀대론을 불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지사는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전 총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전남 출신 총리 후보자다.
또 동아일보 기자 출신인 이 지사는 비록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국민의당 의원들이나 심지어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정을 하루빨리 안정시키고 내각을 신속하게 출범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생각이 담긴 인사라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120석의 더불어민주당만으로 국정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비서실장에 임 전 의원을 발탁한 것은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개혁’ ‘소통’ ‘젊음’으로 상징되는 청와대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과거 청와대는 행정부에 군림하는 모양새였지만 ‘새 시대의 첫차’다운, 과거와 차별화된 청와대 역할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참모가 군림하지 않고 대통령과 행정부의 직보(直報) 체제를 갖추고 대통령과 참모진이 한자리에 앉아서 허심탄회하게 국정 운영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의미다.
다만 조국 민정수석 카드에서 드러나듯 외부 수혈을 통한 각 부처 개혁 드라이브는 강하게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초대 법무부 장관에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개혁 성향이 강한 강금실 전 판사를 깜짝 기용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 외교부 국방부 등 ‘순혈주의’가 강한 일부 정부부처 인선의 경우 문 대통령과 정체성이 통하거나 문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서 해당 분야 참모 역할을 한 인사를 배치하는 ‘코드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