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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놀란 ‘대단한 실험’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 이한음 과학평론가 lmgx@naver.com

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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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 ‘축소판 지구촌’ 건설할 수 있을까?

미래에 ‘거주형 우주선’은 인간의 또 다른 활동무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영화 ‘스타워즈’의 한 장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진 균형

무려 1억5000만달러가 투입된 엄청난 계획이었기에 당연히 많은 전문가가 이 계획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저명한 생태학자, 생물학자, 공학자 등의 자문을 거쳤고, 예비 실험까지 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생물과 환경은 그들이 기대한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연구자들이 들어가고 시설을 밀폐시키자마자 곧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공기 중 산소 농도는 21%가 정상인데, 15% 이하로 떨어졌다. 반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외부보다 3~7배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예상보다 산소를 소비하는 생물이 많은 것이 분명했다.

공교롭게도 그 무렵 날씨가 흐려서 식물의 광합성 활동이 줄어드는 바람에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기능이 떨어지고 말았다. 아무튼 그래도 광합성이 일어나는 낮에는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으므로 대기 조성이 좀 완화됐지만, 밤에는 식물도 산소 호흡을 하므로 대기 조성이 밤낮으로 급격히 요동쳤다.

초기에 산소 농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토양 미생물의 활동 때문임이 드러났다. 농경지의 토양을 비옥하게 하기 위해 유기물 함량이 높은 흙으로 조성했는데, 흙 속의 미생물이 그 유기물을 분해하면서 왕성하게 활동한 탓이었다. 너무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배출되는 바람에 식물들이 미처 흡수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바다는 원래 이산화탄소를 저장함으로써 대기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지만, 바이오스피어2의 작은 바다는 지나치게 증가한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기엔 용량이 부족했다. 너무 많은 이산화탄소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바닷물이 산성으로 변했고, 이 때문에 애써 조성한 산호가 녹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연구자들은 중탄산염을 넣어서 바다를 중화시켜야 했다.

게다가 식물의 생장 속도도 더뎠다. 원래는 숲에서 나온 잔해들을 썩히거나 퇴비로 만들어서 재순환시켜야 했지만, 그러면 이산화탄소도 재순환될 터였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가지치기를 하고 솎아줌으로써 식물의 생장을 촉진하는 한편으로, 수거한 식물 잔해들을 지하에 쌓아뒀다. 그리고 사바나의 건기를 없애고 사막의 강수량을 늘림으로써 식물 생장을 도모했다. 그 과정에서 사바나의 식물이 사막으로 침입하면서 원래 사막에 조성했던 많은 식물이 사라지고 말았다.

기후가 이렇게 변하자 꽃가루받이를 매개해야 할 곤충들이 죽어버렸고, 대신 해충은 늘어났다. 그에 따라 밭의 수확량이 줄어들어 식단이 부실해졌다. 밀폐된 돔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불개미를 없애고 잡초와 바닷말을 뜯어내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다. 영양 부족으로 사람들은 말라갔다. 결국 운영자들은 인위적으로 산소를 공급하고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식량도 공급했고, 조명도 추가 설치했다.

또한 연구자들은 폐쇄된 공간에서 환경이 열악해질 때 사람들이 느끼는 심리상태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그들은 서로 티격태격 다퉜고 파벌을 짓기도 했으며, 결국에는 와해 상태에 이르렀다. 어쨌든 그들은 계획대로 2년을 버티고 비쩍 마른 피폐한 몰골로 바깥세상에 나왔다.

산소는 줄어들고, 동물은 죽어가고…

1차 실험이 끝난 후 운영진은 1994년에 2차 실험을 계획했다. 이번에는 전체를 유지하는 차원이 아니라 생태계별 연구로 방향을 수정했다. 하지만 연구의 목적과 운영을 놓고 사람들 간에 충돌이 생겼다. 결국 누군가 밀폐된 문과 창문을 활짝 열어 실험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일까지 벌어졌다. 2차 실험은 계획된 10개월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끝났다. 운영을 맡았던 벤처기업은 청산됐다. 그 뒤 이 시설은 생태계 연구와 교육의 장으로 활용됐다. 2007년 바이오스피어2는 주변 땅과 함께 부동산 개발회사에 팔렸다. 당분간 사라질 위기에서는 벗어난 처지라고 한다.

바이오스피어2 계획은 실패에 가깝다. 많은 생물종이 사라졌고, 바다는 산성으로 변했고, 대기는 엉망이 됐다. 그리고 불개미를 비롯한 해충들이 번식했다. 인간이 살 계획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환경의 생태계가 나타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이 장기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자족적인 생명유지 장치를 만든다는 목적에 비춰볼 때는 실패다. 그런데 사실 이 실험은 실패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자연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 인간은 미처 알지 못했던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토양 미생물, 바다, 식생이 대기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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