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20대 리포트

“통학, 자취…쉬운 게 하나 없네”

  • 정혜원 강릉원주대 국어국문학과 2학년

    jhw2082@naver.com

    입력2019-07-05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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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많은 대학생이 느끼는 현실적 고민 중 하나는 통학이다. 왕복 2~3시간 이상 걸리는 통학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기숙사는 적고 그래서 자취를 꿈꾸지만 이마저 쉬운 일이 아니다. 통학, 자취, 기숙사 생활을 모두 경험한 여대생의 어려움을 담백하게 전한다. 많은 대학생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편집자 주>
    학생들이 줄을 서서 통학버스에 오르고 있다. [동아DB]

    학생들이 줄을 서서 통학버스에 오르고 있다. [동아DB]

    “통학이냐, 자취냐, 그것이 문제로다.” 

    전국에 이런 고민을 한 번쯤 해봤을 대학생이 많을 것이다. 아니면 ‘기숙사냐, 자취냐’ ‘혼자 사느냐, 친구와 함께 지내느냐’ 같은 정답 없는 문제에 매달려 골치깨나 썩였을 것이다. 강릉원주대 재학생 정모(24·여·휴학) 씨는 어쩌다 보니 대학생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주거 생활을 다 겪어보았다. 

    그는 고교 때까지는 강원도 동해시에서 부모님과 함께 거주했다. 집에서 약 50km,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강릉원주대에 입학해 한 학기 동안은 통학을 했다. 기숙사비 부담을 줄여보려는 마음에서였다. ‘프로 통학러’의 삶은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 등교 준비를 하는 것부터가 고역이었다. 오전 이른 시간에 수업이 있는 날이면 새벽부터 부지런을 떨고 정류장에 나가 통학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면 그나마 눈을 붙일 수 있었다. 통학버스를 놓치면 그야말로 비극의 시작이었다. 택시를 잡아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가서 강릉행 시외버스를 탄 뒤 강릉터미널에서 다시 택시로 학교까지 가야 했다. 집에서 학교까지 평소 차비가 4000원 드는데 늦게 일어난 날은 1만2000원이 들고 시간도 50분에서 80분으로 더 오래 걸린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고달픈 프로 통학러

    대학가 원룸촌. [동아DB]

    대학가 원룸촌. [동아DB]

    통학러에게 몹시 힘든 게 또 하나 있었다. 당시 새내기였던 정씨는 친구들과 저녁을 함께하기 어려웠다. 술 약속은 아예 잡지 못했다. 하교할 때 통학버스를 포기하고 시외버스를 타더라도 막차 시간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1학년 2학기에 정씨는 통학 생활을 포기했다. 기숙사로 갈까, 자취에 도전할까 고민하다가 기숙사를 신청했다. 막상 겪어보니, 기숙사는 천국이었다. 장거리 통학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는 부담이 사라졌다. 강의와 강의 사이 빈 시간에 편히 머무를 곳도 생겼다. 

    꿈같은 시절은 길지 않았다. 정씨가 다닌 공예조형디자인과는 과제로 나온 작품을 수업 후에 만들어야 할 때가 많다. 여러 종류의 작품을 완성해야 해서 새벽까지 작업해야 했다. 문제는 기숙사 통금 시간. 과제를 하다 보면 통금 시간을 지킬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과제를 그만두고 기숙사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정씨는 기숙사 생활의 단점을 보완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통금 시간이 따로 없고 자율적으로 생활이 가능한 자취가 적격이었다. 하지만 대학교 인근 원룸 보증금과 월세를 혼자서 내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때마침 친한 선배가 룸메이트를 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씨는 그 언니 덕분에 고생을 덜 했다. 룸메이트 언니가 이미 방을 구해놓았기에 정씨는 생활용품만 챙겨 입주하면 됐다. 자취방 월세도 둘이 나눠 내니 큰 걱정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기숙사 시절보다 자유로울 것 같았고 처음으로 나름의 독립을 한다는 마음에 마냥 설렜다.

    “세상에 100%의 만족은 없더라고….” 

    정씨가 깨달은 교훈이다. 통학, 기숙사, 자취를 모두 경험한 결과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해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다는 것이다. 자취 생활을 시작하니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내야 했다. 쓰레기봉투 교체하기, 생활용품 구입하기, 분리수거하기 등 잡다한 일거리가 이렇게 많은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월세 싼 자취방 구하기

    기숙사는 여학생에겐 안전한 편이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있고 보안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자취는 달랐다. 늦은 시간까지 작품을 하다가 어두운 골목을 지나 연립주택가 자취방으로 돌아갈 때나 집 주위에서 큰 소리가 들릴 때 정씨는 두려움을 느꼈다. 

    룸메이트와의 트러블도 문제였다. 친한 언니였지만 함께 생활하다 보니 사소한 부분에서 충돌이 생긴 것이다. 설거지만 해도 정씨는 그때그때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반면 룸메이트는 날짜를 정해서 규칙적으로 하길 원했다. 정씨는 룸메이트의 말을 따르긴 했지만 같이 사는 사람끼리 네 일 내 일 나눠서 칼같이 지키는 것이 각박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사소한 충돌이 잦자 감정이 상하는 일도 많아졌다. 결국 정씨는 원룸 계약 기간이 끝날 때쯤 이사를 계획했다. 

    이 무렵 정씨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친동생이 강릉원주대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동생과 자취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동생이 입학하는 봄이 오기 전까지 살 집을 구해야 했다.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정씨는 스마트폰 앱을 열고 처음으로 집 구하기에 나섰다. 보증금, 월세, 공과금 같은 각종 비용에 대해서는 자취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문제는 여러 조건을 맞춰 적당한 자취방을 찾으면 학교에서 멀리 떨어져 있거나 아주 낡고 좁은 집밖에 구하지 못한다는 현실이었다. 

    최대한 싼 곳을 찾으면 학교까지 버스를 타고 다녀야 하거나 시설이 낡고 뭔가 부족해서 살기 힘든 곳이었다. 앱에 올라온 사진과 실제 집이 다르거나 정보가 부정확해 헛걸음을 한 적도 많다. 정씨는 집 구하기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지쳐갔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비용과 시설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택한 곳은 학교에서 도보로 15~20분 거리에 있는 약 23㎡(7평)의 원룸이었다. 공과금을 포함해 월세 26만 원으로 비교적 집값이 싼 동네다 보니 주변은 늘 소란스러웠다.

    튼튼하지 않은 창문

    1층 현관 보안 시스템은 없었다. 옆집인지 앞집인지 바로 근처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면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해를 끼친 것은 아니지만 무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정씨는 이곳에서 잠시 혼자 지낸 뒤 동생을 불러들였다. 하나뿐인 창문도 튼튼하지 않아 동생에게 미안했다. 

    정씨는 휴학을 하고 일을 해 약간의 수입을 올렸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깔끔한 원룸 구하기. 결국 자매는 학교에서 더 가까운 원룸촌의 약 33㎡(10평) 원룸으로 이사했다. 월세는 33만 원으로 올랐다. 

    정씨는 3년간의 통학, 기숙사, 자취 경험을 전하면서 돈을 아끼느라 고생한 이야기도 했다. 우리나라 여러 대학 주변에서 들을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래도 동생과 함께 살 집을 구할 때는 신이 났다고 했다. 정씨는 실은 나의 언니다.

    ※ 이 기사는 강릉원주대 ‘미디어와 현대사회’ 과목 수강생이 홍권희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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