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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본색

“기대도 요구도 말라 내 행복만 생각하라”

아침밥 집착男 vs 양말 집착女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기대도 요구도 말라 내 행복만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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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소한 싸움이 누적돼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결혼생활은 페인트가 벗겨지고 물이 새는 낡은 건물과 같다. 건물도 관리하고 수선해야 수명이 오래가듯, 살다보면 생겨나는 사소한 갈등을 그때그때 해결해야 결혼생활도 오래간다.
“기대도 요구도 말라 내 행복만 생각하라”

일러스트·김영민

위기에 처한 부부들이 반복하는 말이 있다. 남자들은 예외 없이 아내가 아침밥을 챙겨주지 않는다고 투정한다. 여자들은 남편이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놓는다면서 불만을 터뜨린다. 그뿐 아니다. 헤어스타일, 시간 지키기, 술버릇, 잠꼬대, 코골기, 담배, 샤워, 목욕, 스킨 냄새, 애완동물과 관련된 습관을 놓고 사는 내내 다투는 커플이 의외로 많다. 이혼 위기 앞에서도 사소한 것에 집착하는 모습이 우스꽝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남편이 아내가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데 대해, 아내가 남편이 아무 데나 양말을 집어던지는 데 대해 따지는 데는 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성격보다 성품이 문제

사람들은 죽고 살 정도의 큰일이 아니면 대개 작은 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일로 다투고 나면 ‘별거 아니었는데 싸웠다’는 생각에 창피하다. 하지만 남이 보기에는 작은 일도 그로 인해 갈등이 생기고 싸우게 되면 나에게는 큰일이다. 반대로 남 보기에는 큰일이더라도 내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작은 일이다.

마음의 상처는 크고 작음을 비교할 수 없다. 반복되는 상처는 환부를 덧나게 한다. 상처가 생겼을 때 저절로 아무는 것은 면역력 때문이다. 그런데 육체에 면역력이 있듯 마음에는 ‘회복탄력성’이 있다. 회복탄력성이 온전하면 아무리 큰 상처라도 시간이 흐르면 회복된다. 하지만 채 낫기도 전에 반복적으로 상처를 입다보면 덧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작은 갈등이 작은 싸움을 일으키고, 작은 싸움이 작은 상처를 만들고, 작은 상처가 누적되면서 결혼생활이 허물어진다.

대법원이 발간한 2014년 사법연감의 이혼소송 통계에 따르면 이혼의 주된 사유는 ‘성격 차이’(47.2%)가 압도적이다. 이어 ‘경제 문제’(12.7%) ‘가족 간 불화’(7.0%) ‘정신적·육체적 학대’(4.2%) 등이 뒤를 따랐다. 사소한 일로 다투다 이혼하면, 경제적 곤란이나 가정폭력 같은 큰 문제를 찾을 수 없기에 ‘성격 차이’에 체크를 한다. 사실 성격 차이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부부관계에 대해서 강연하러 가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성격이 비슷한 부부와 다른 부부 중 누가 더 잘 사느냐’다. 성격이 비슷한 부부가 더 잘 살 것 같겠지만 꼭 그렇진 않다. 남자도 꼼꼼하고 여자도 꼼꼼한 커플은, 자신이 꼼꼼한 것은 당연하게 여기는 반면 상대방이 꼼꼼한 것은 ‘답답하다’면서 싸운다. 남자도 덜렁거리고 여자도 덜렁거리는 커플은, 자신이 덜렁거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대방의 덜렁거림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성격은 다른데 잘 사는 커플도 많다. 남편은 소심하고 아내는 외향적인 커플의 경우 남편은 아내가 사근사근하고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을 높이 쳐준다. 아내는 침착하고 진중한 남편의 태도를 높이 산다. 성격이 다르기에 서로 보완하면서 잘 지낼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이 나쁜 부부의 경우 아내는 소심한 남편이 남자답지 못하다고, 남편은 외향적인 아내가 여성답지 못하다고 비난한다.

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성품이 문제다. 성품이 좋은 이들이 만나면 성격이 비슷하건 다르건 잘 산다. 성품이 나쁜 이들이 만나면 성격이 비슷하건 다르건 잘 못산다. 따라서 성격 차이로 이혼한다는 것은 사소한 갈등, 다툼, 상처가 누적돼 이혼한다는 의미다. 빙산의 일각처럼 드러나는 이런 표면적 갈등 밑에는 커다란 무의식적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

남편들이 아침밥에 집착하는 무의식을 살펴보자. ‘모성 추구’ 때문에 아내의 아침밥 차리기에 집착하는 유형의 남편이 있다. 어머니가 자신을 돌봐줬듯, 아내가 자신을 돌봐줘야 한다는 잠재의식을 가진 남편은 아침밥 차리기가 아내의 모성 상징 중 하나가 된다. 아내가 차린 아침밥을 먹어야 모성에 대한 갈구가 충족된다. 엄마는 엄마고 아내는 아내다. 엄마로부터 받지 못한 완벽한 모성을 아내에게서 받고자 하면 갈등의 싹이 된다.

아침을 먹어야 하는 이유

이런 경우 부부생활의 다른 측면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일어난다. 아내의 애정을 놓고 자녀와 경쟁하는 남자도 있다. 자녀에게만 신경 쓰고 자기에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사소한 일로 트집 잡고 징징대면서 아내가 엄마처럼 그런 투정을 다 받아주길 바란다.

가장의 지위를 아내의 아침밥 차리기로 확인하려는 남편도 있다. 어릴때 어머니 위에 군림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라면 의식 차원에선 아버지에 대해 반감이 있다. 아버지에게 당하는 어머니가 불쌍하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간다. 어느새 자신도 아내의 아침밥 차리기를 통해 권위를 확인하려 한다. 이런 남자는 부부생활의 다른 측면에서도 아내를 통제하려든다. 돈도 남자가 관리하고, 아내가 누구를 만나는지도 알고자 한다. 심지어 아내가 친정 식구를 만나는 것도 막는다. 섹스를 할 때도 자신의 욕망을 우선시하고 아내의 처지는 배려하지 않는다.

남편은 원하지 않는데 아내가 굳이 아침을 차리는 경우도 있다. 아내는 정성스럽게 차린 밥을 남편이 먹고 출근해야 한다는 ‘현모양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남편은 회사에 지각할지 몰라 마음이 급한데, 아내는 마치 자식 다루듯 아침을 챙겨주려 한다. 남편이 아침을 안 먹고 출근하면 서운해한다. 그런데 아침을 거르는 남편 중 상당수는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온다. 아내는 화가 난다. 술 먹고 놀고 오느라 자기가 차린 아침밥도 못 먹는 꼴을 보면 짜증이 난다. 그렇게 어떤 부부는 아침밥을 차려주지 않는 것 때문에 다투고, 어떤 부부는 매일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 때문에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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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걱정도 습관이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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