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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천만의 말씀!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5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천만의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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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퍼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매우 불분명한 경우를 많이 본다. 예를 들어 골퍼들이 ‘헤드업 했다’고 할 때 볼에서 언제 눈을 떼는 경우를 말하는 것일까. 볼이 날아가다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 ‘슬라이스 났다’고 하거나 ‘페이드 걸렸다’고 말한다. 왼쪽으로 휘어지는 경우에는 ‘훅 났다’거나 ‘드로우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정확히 어느 지점에서 볼이 휘어질 때 슬라이스와 페이드, 훅과 드로우라고 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죽어도 볼에서 눈을 떼지 말라고? 천만의 말씀!

오초아 ‘명품 드라이버샷’

나바타니에서 필자가 처음으로 티샷한 볼은 약간 훅이 나서 페어웨이 왼쪽 카트 도로 근처로 휘어져 날아가다가 조그만 언덕을 이룬 러프 지역에 떨어졌다. 문득 오늘 경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뿐 아니라 골퍼라면 누구나 첫 티샷의 성패에 따라 그날 게임의 성패를 예단하는 버릇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골프 역사에 기록된 다음과 같은 일화들은 필자의 추측이 틀림없음을 뒷받침해준다.

공포의 첫 티샷

골프의 발생지답게 영국에서는 성직자들이 골프를 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 거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전영 아마추어나 전영 오픈의 역사를 뒤져보면 참가자들 가운데 성직자가 적지 않고, 우승권을 넘나드는 고수도 꽤 있다. 성직자들 가운데 마이클 그로우도리 주교에겐 독특한 골프 습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첫 티샷 볼이 페어웨이의 좋은 곳에 떨어질 경우에만 플레이를 계속했다. 첫 티샷이 ‘쪼로’가 나거나 휘면 골프를 포기하고 교회로 돌아가 업무에 전념했다.

싱가포르의 리콴유 전 총리는 핸디 7의 열성 골퍼로 싱가포르 골프협회장을 역임한 적도 있다. 그는 총리 시절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맨 처음 티샷을 했다. 그런데 난생 처음 출전한 큰 시합에서 1번 티잉그라운드 주변에 운집한 갤러리들에게 압도되어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긴장한 나머지 제1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힘이 들어가 뒤땅을 쳤다. 그 바람에 볼은 꿈쩍도 하지 않고 드라이버의 목 부분이 부러져 헤드만 멀리 날아갔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리 총리는 스푼(3번 우드)을 꺼내들고 다시 한번 힘차게 휘둘렀다. 그러자 마치 비디오로 화면을 다시 보기라도 하듯 또 뒤땅을 쳤다. 이번에는 스푼의 목이 부러졌다. 졸지에 두 개의 클럽을 부러뜨린 리 총리는 한동안 멍청하게 서 있다가 어쩔 수 없이 3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했다. 그날 리 총리는 온종일 1번 홀 티잉그라운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이 위대한 정치가도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1968년 전영 아마추어 선수권대회에서 잭 네일란드는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서 두 번이나 헛스윙을 했다. 한 번은 클럽이 티업한 볼의 위쪽을 스쳐 지나가는 진짜 헛스윙을 했고, 또 한 번은 볼 뒤쪽 30cm 지점의 뒤땅을 쳤다.

어느 해인가 뉴욕 윙풋 골프코스에서 열린 US오픈 예선에 출전한 아치 숏이라는 선수는 자신감을 잃고 연속해서 7방의 OB를 냈다. 그는 곧바로 캐디백을 싸들고 집으로 돌아가버렸다. 티잉그라운드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보지 못하는 진기록이 공식대회에서 세워진 것이다.

1948년에 개장한 미국 일리노이 주 메디나의 남코스 개장식에서 열린 시구식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드라이버를 들고 나온 시카고 상공회의소의 E. 홀드맨 회장은 500명이 넘는 내외빈의 시선에 주눅이 들었는지, 슬로 모션을 연거푸 보여주는 화면처럼 9번이나 스윙을 했지만 볼을 맞추지 못했다. 핸디 20이던 그는 결국 주위에 있는 사람에게서 퍼터를 빌려 티샷을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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